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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기생충 단상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02월 16일 13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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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는 전혀 볼 수도 없는 바이러스와 기생충이 온 나라를 흔들고 있다. 1월 2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온 여성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이 녀석이 얼마나 무서운 놈인지를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신문과 방송 덕분에 평소에는 갑갑해서 거들떠 보지도 않던 마스크를 나도 모르게 집어 챙기는 습관도 생겼다.

이 우울하고 불편한 일상이 한달 째 계속되는 이즈음, 이번에는 오스카에서 날아온 ‘기생충’이 우리 심장을 쿵쾅거리게 하였다. 92년동안 모르쇠로 일관하였던 비영어권 영화에 작품상을 주었다는 사실, 그 벽을 다름아닌 우리나라의 기생충이 깨버렸다는 낭보가 더욱 감격스러웠다. ‘parasite’라고 호명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우리의 국격이 얼마나 올라갔을지 내심 자부심에 어깨가 저절로 올라간 이도 제법 있으리라.

영화관에 가서 기생충을 보았을 때 가장 강렬하게 내 머릿속을 휘저은 단어는 ‘냄새’였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나도 모르게 내 옷소매에 코를 대며 킁킁거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기생충’ ‘냄새’를 떠 올리면 나는 익산 왕궁리유적에서 발견된 백제 화장실이 생각난다. 이화장실 유구는 왕궁유적을 찾는 관람객, 특히 어린이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핫아이템이다. 2003년 유적의 서북편에서는 길쭉한 구덩이 3개가 발견되었다. 가장 큰 것은 길이가 11m, 깊이가 4m에 가까웠다. 구덩이 내부의 벽은 반질반질하였고, 벽면에 접해서는 일정한 간격으로 나무 기둥이 박혀 있었다. 구덩이 안에 있던 유기물이 섞인 검은 흙 속에서는 연화문 수막새와 나무막대기, 짚신, 밤껍질, 참외씨 등의 식물 씨앗류들이 나왔다.

당시 조사자들은 구덩이 안에서 식물씨앗이 나왔기 때문에 곡물이나 과일 저장 창고일 것으로 추정하였다고 한다. 다만 흙을 퍼낼수록 심해지는 참을 수 없는 ‘냄새’가 이 구덩이의 정체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후 자문위원의 의견에 따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교실에서 100~400배율의 현미경으로 검은 흙을 분석한 결과, 회충, 편충, 간흡충 같은 기생충알들이 엄청나게 많이 나왔다. 결국 이 구덩이는 백제 때 만들어진 화장실로 밝혀졌다. 백제사람이 만든 자일지도 모른다고 발굴 당시 신주단지 모시듯이 조심히 다루었던 30cm 정도의 나무막대기 6개는 다름아닌 뒷간에서 큰 일을 본 후에 사용했던 백제 화장지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후 조사가 깊어지면서, 이 화장실은 오늘날의 정화조와 같은 과학적 구조였음이 확인되었고, 백제 문화의 수준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2020년 2월 어느날, 오스카에서 날아온 기생충은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가장 창의적 이었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해 주었다. /문이화(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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