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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아무도 사 가지 않는 책

“심리 치료는 영혼을 비추는 거울을 직접 들여다보고
고난에 직면해도 끄떡없는 이성적인 인내를 지니도록 돕는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02월 20일 13시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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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심리 치료센터를 찾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마음이 힘들고, 버틸 수 없을 만큼 정신적으로 힘들 때,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기 전에 먼저 정신·심리 치료를 먼저 떠올리기도 한다. 20세기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제는 어느 도시나 이런 센터가 없는 곳이 없다. 문제는 오해로 인한 오류다.

흔히 따뜻하게 품어주고 기분 좋게 하는 것이 심리 치료라고 생각하기 쉽다. 세상에 그런 곳이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만, 심리 치료는 그런 것이 아니다. 워낙 각박한 현실에 지쳐 위로받고 싶어 하는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안락을 위주로만 한다면 틀렸다. 그런 것을 원한다면 사우나나 수면 캡슐을 찾는 것이 낫다. 그것도 물리적인 자극을 줄 때만 진정될 뿐이다. 그런 방식은 마음과 정신의 지속적인 이완을 얻지 못한다. 심리 치료는 영혼을 비추는 거울을 직접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다. 심리 치료 학파에 따라서 여러 기법이 운용되지만, 제대로 하게 되면 결과는 하나다. 부정의 에너지가 긍정의 에너지로 변화한다. 이 지점에서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도대체 영혼을 어떻게 본단 말인가, 에너지의 변화를 어떻게 감지한단 말인가.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세계를 주관한다. 아무 생각 없이 어떤 행동을 하는 것 같지만, 무의식은 그 행동을 할 수밖에 없도록 이끈다. 의식은 말할 것도 없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칼 구스타브 융(Carl Gustav Jung)은 “심리 요법의 첫째 목적은 환자를 있을 수 없는 지복의 상태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고난에 직면하고도 끄떡없는 이성적인 인내를 지니도록 돕는 데 있다.”고 했다. ‘인내’의 진정한 힘은 고난의 극복에서 나온다. 극복의 힘은 무의식의 핵심, 마음의 중심에 존재하고 있다. 심상 시치료 식으로 말하자면, ‘마음의 빛’이다. 성공의 정의는 다시 써져야 한다. 돈과 명예와 훈장은 성공이 아니다. 성공은 고난의 극복에 있다. 그 강도가 거센 만큼 추앙받을 자격이 있다. 진정한 성공을 이룬 이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오로지 관심이 ‘영혼’에 있기 때문이다. 굳이 영혼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거창한 말로 치장하지 않더라도 이미 행하고 있다. 영혼을 가다듬는 데 주어진 삶을 쓰는 것이다. 그런 목적을 가지고 있냐, 아니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정신·심리 치료는 자신의 영혼이 성장할 수 있도록 스스로 거울을 들여다보게 한다. 내면을 직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들고 아프다. 잔뜩 허풍과 허세를 키워왔던 시간이 많았다면, 오로지 회피하려고만 들 것이다. 그 과정을 제대로 통과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치료를 행할 수 없다. 진한 고급 화장술을 발휘해서 누가 누군지도 모르게 만드는 것이 심리 치료가 아니다.

제대로 된 심리 치료는 그래서 어렵다. 너무 힘들어서 할 수만 있다면, 도망가고 싶기도 하다. 솔선수범을 보여야 하는 게 치료사다. 자신이 못 하면서 내담자한테 해보자고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이번에 나는 이 백자 원고지 천장이 넘는 자서전적 소설 초고를 썼다. 부끄러운 일기 같은 이 글을 조만간 대중 앞에 내놓을 계획이다. 하필이면 왜 이렇게 쏟아내게 했는지 신에게 항변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책이 나오면 아무도 사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 정 혜(심상시치료센터장, 전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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