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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매화


기사 작성:  이종근
- 2020년 02월 26일 15시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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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상류 순창에선 다채로운 봄 풍경이 펼쳐진다. 섬진강 장군목~향가유원지~이목마을로 이어지는 40여㎞ 구간엔 매화와 산수유·벚꽃이 화사하게 핀다. 꽃길 사이로 펼쳐진 장군목은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동계면은 말 그대로 순창읍에서 보면 동쪽(東)에 위치한 시내(溪)가 있는 고을이다. 오수천에서 흘러내린 물이 동계를 거쳐 섬진강으로 합류한다. 옛날에는 우리나라의 밤 주산지였으며, 50여년전부터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해서 이제는 매실 소득이 밤에 비해 2배 이상 많다. 현재 이 지역에 심어진 매화나무는 10만 그루 가량이다.

쌍매당(雙梅堂) 양사민(楊士敏, 1531~1589)은 1531년 순창 구미에서 출생했다. 어려서부터 효도와 우애가 돈독하였고, 영오(穎悟)해 많은 서적을 섭렵하여 통달했으나 영리를 취하지는 않았다. 조정에서 세자시강원(世子侍講院) 익위(翊衛)로 제수하였으나 나가지 않았고, 만년에 쌍매당(雙梅堂)이라는 정자를 짓고 후진 양성에 주력했다. 1788년 순창 유림들의 공의(公議)에 의해 지계 서원을 지어 양배, 이유겸, 양사민, 양응수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했다. 양사민 묘비의 내용은 즉지헌(則止軒) 유언호(兪彦鎬, 1730~1796)가 지었다. 이름하여 쌍매당 양공 묘갈명(雙梅堂 楊公 墓碣銘)이다.

'그는 살던 곳에 호산(湖山)의 좋은 경치가 있었던 바, 섬돌 가에 직접 매화 나무 두 그루를 심고서 이를 자호(自號)로 삼았다. 때로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거문고를 타고 술을 마시며 너울너울 춤추면서 즐겁게 살았다. 늙은 모습이 야윈 신선과 흡사하여 바라보면 초탈한 듯 했다. 아, 공은 아름다움을 감추고 스스로 정도를 지켜 널리 알려지고 현달하기를 구하지 않아 결국 포의(布衣)로 세상을 마쳤다'

명은 다음과 같다. '흰 매화 저 뜨락 안에 있으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평소의 행실 곧았네. 몸을 편안히 해 후손을 맑게 하니 그 법도 아름다웠고 죽어서 사당에 배향됐으니 3대가 향기롭다. 무성한 감당(甘棠)나무를 자르지도 말고 베지도 말라. 아, 향(鄕)선생이시니라' 향선생은 향학(鄕學)에서 자제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들이 죽으면 서당에 위패를 모시고 제사했다. 보통 향(鄕)대부(大夫)였다가 벼슬에서 물러난 고을의 노인을 말하지만 여기서는 학식과 명망이 있는 고을의 어른으로 양사민을 지칭한다. 순천 선암사 선암매(천연기념물 제488호)와 강릉 오죽헌 율곡매(천연기념물 제484호), 장성 백양사 고불매(천연기념물 제486호)는 물론이거니와 통도사 지장매와 화엄사 화엄매도 빼놓을 수 없다. 엄동설한 속에서도 은은한 향기를 뿜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므로서 매화는 꺽일지언정 굴하지 않는 선비의 절개를 느끼게 해주려고 하는 오늘에서는. 순창은 예나 지금이나 매화닮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런가. 코로나 19로 세상이 혼란스럽지만 그래도 순창엔 매화가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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