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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꽃길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04월 08일 10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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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혜(심상 시치료 센터장·전주대 겸임교수)







‘잔인한 사월’이라는 말을 T. S. 엘리엇이 남겼지만, 올해는 그게 아니다. 2020년 새해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잔인했다. 전 세계가 2020년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다.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를 좀 더 들여다보면, 봄이 한창인 사월을 잔인하다고 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 마른 구군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바로 생명의 탄생을 두고 이 시는 일컫는다. ‘잔인하다’고.



태어난다는 것은 고해의 시작이다. 육체 안에서 살아갈 동안 인간이 가진 숱한 감정은 파노라마를 이룬다.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졌지만, 꽃길만 걷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삶의 길은 사정없이 굴곡이 지고 험난하기 그지없다. 경사와 비탈이 이어지고, 가시밭과 진흙이 뒤범벅거린다. 간혹 꽃길이 있겠지만, 아주 짧은 순간 사라진다. ‘꽃길만’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면 실망만 생긴다. 그런데도 굳이 꽃길만 고집하면 이런 증상이 생긴다. 꽃길이 아닌 것에 대한 분노, 원한, 실망, 그리고 절망. 매일 꽃길을 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한 억울함이 마음의 상처가 된다. 사실, 우리는 꽃길만 걸을 수도 없고, 그렇게 산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림자가 있어야 빛을 알아차릴 수 있다. 빛 속에서는 형체를 구분할 수도 없다. 꽃길이 아닌 길이 있어야 비로소 꽃길을 깨달을 수 있다. 늘 행복한 삶은 있을 수 없어서 ‘간혹’ 행복이 찾아오면 그것만으로 감사하다. 암울이 계속되다가 ‘마침내’ 행복이 찾아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큰 기쁨이 찾아온다. 힘든 고행의 길을 걸어가다가 마침내 꽃길을 만났을 때 희열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할 수는 있다. 진흙과 가시가 뒤엉킨 길, 경사가 급하게 진 길을 걸을 때조차 이 과정을 견뎌내고 가다 보면 마침내 ‘꽃길’을 걸을 수 있다는 믿음과 소망을 가지는 것. 그것을 우리는 ‘희망’이라고 부른다.

코로나 19는 이제 사람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치명적인 손실을 주고 있다. 전 세계 경제가 11년 만에 최저로 추락할 예정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적 상황이 야기되고 있다. 그야말로 험난한 길에 봉착했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희망’을 꿈꿀 수 있는가? 중국의 문학가 루쉰은 ‘고향’이라는 작품에서 이렇게 말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꽃길’을 마음에 품고 걸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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