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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오빗


기사 작성:  이종근
- 2020년 05월 27일 14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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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사망자 1,000명의 이름과 짤막한 부고를 빼곡히 담은 기사를 일요일판 1면에 내보내 눈길을 끌고 있다. 광고도 없고 사진이나 그래픽도 없다. 특히 인터넷판에는 명단을 밝히지 않은 나머지 사망자의 모습도 작은 그래픽으로 넣었다. 뉴욕타임스는 지면으로 배달되기 전 트위터로 신문 1면을 공개했다.

5월 말경 미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거의 10만명에 이른다. 그들 중 대부분은 최근 석달새 숨졌다.하루 평균 1,100명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미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160만명, 사망자는 9만7천여명으로 전세계에서 압도적인 1위로 집계되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이탈리아 신문엔 부고기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세가 극심한 한 지역 일간지는 한달 여 사이에 부고기사만 10페이지에 걸쳐 실리는 전례없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9일 롬바르디아주에 있는 베르가모의 한 지역 일간지에는 1.5페이지 분량의 부고기사가 실렸다. 대부분은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들이었다.

바네사 굴드 감독의 2016년 영화 '오빗(Obit)'은 뉴욕타임스 부고(訃告) 담당 기자들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오빗'은 '오비추어리'(Obituary·부고 기사)의 줄임말. 죽은 사람의 생애를 다루는 부고 담당 기자들의 이야기가 영화 주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뉴욕타임스 부고 기사가 '작은 평전(評傳)'이라 불릴 만큼 스토리텔링과 정확도 면에서 독보적이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당시 세계 최연소 비행기 조종사 면허 취득자였던 엘리노어 스미스가 2010년 타계했을 때, 약 80년 전인 1931년 그녀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놓은 부고 기사를 꺼내 손질한 일화를 전해주면서 그 치밀함에 경의를 표한다.

뉴욕타임스의 부고 기사만 모은 책이 출간될 정도다. 고인(故人)의 업적을 칭송하는 것은 물론 잘못까지도 때론 신랄하게 지적하는 것이 뉴욕타임스 부고의 특색. 돌아간 이의 과오를 언급하길 꺼리는 우리 풍토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그로 인해 한 인물의 생(生)이 입체성을 얻는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코로나19 사망자 천 명은 미국내 전체 사망자의 1%에 불과하다. NYT는 “수개월 동안 코로나19를 다뤄왔지만 데이터로만 접근하기에는 우리 자신과 일반 독자들 모두에게 피로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우리가 그 숫자들을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기사에는 "그들은 단순히 명단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였다"란 부제가 달렸다. 산 자와 죽은 자가 하나라는 메시지에서 숙연함마저 느껴진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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