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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적폐청산과 토착왜구

정권에 반대하면 적폐이자 토착왜구
팬덤에 눈이 먼 정치가 모두를 짐승으로 만들고 있어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05월 31일 13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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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영 호(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사람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고, ‘적폐청산’을 외쳤다. 적폐란 말이 너무 흔히 쓰이던 그때 그 시절, 누군가 필자에게 적폐청산의 의미를 물었지만, 모른다고 답했다.

장미대선,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첫 번째 공약은 ‘적폐청산’이었고, 대통령 당선 후에는 국정과제 1호가 됐다. 한동안 정치와 언론에서는 적폐청산이란 말이 끊임없이 사용했다. 이미 이빨 빠진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계속됐고, 정권에 반대하는 야당을 적폐라고 부르는 듯했다.

문득 정부가 말한 적폐청산의 의미를 찾아보았다. 문재인 대통령 공얍집의 12개 공약 중 첫 번째 공약은 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이다. 첫 번째 공약의 첫 번째 과제가 적폐청산이다. 적폐청산 공약의 이행 과제는 총 8개로 국정농단 적폐청산, 반부패 개혁, 문화계 블랙리스트 청산,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방위사업 비리 척결, 적재적소의 인사, 정경유착 감시, 헌법 개정이었다.

비장함마저 엿보이는 1호 공약이지만, 내용은 허전하고, 이행 여부는 의문이다. 정권에겐 적폐의 청산이었지만, 반대편에겐 정권 보위를 위한 자의적 적폐몰이였다. 정권을 비판한 야당 인사와 대학교수, 정권과 관련된 수사의 검사와 재판의 판사는 적폐가 됐다. 적폐는 독재시절 반공과 빨갱이 정도의 의미였다. 그리고 이제 유행이 지났는지 적폐가 청산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좀처럼 적폐청산이란 말을 듣기 어려워졌다.

이후 적폐청산을 대신한 건 ‘토착왜구’다. 2019년 7월 일본은 한국에 대한 반도체 부품 수출을 제한했다. 한일 무역 분쟁이 시작됐다. 정부는 죽창가를 부르며 일본과 전쟁이 벌어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일본산 불매운동이 시작됐고, 일본 차를 타는 것만으로도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일본에 본사를 둔 의류매장은 반드시 매출 감소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언론은 매일 의류매장 상황을 보도했다. 어느 시민단체는 국립공원 나무의 원산지가 일본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토착왜구’란 말이 유행했다.

토착왜구는 국가와 인종을 건드린 무시무시한 언어였지만, 우리는 유독 인종과 인권의 문제에 대해서는 무뎠고, 일본에겐 가혹했다. 세계의 보편적 시민의식으로는 특정 국가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종을 경멸하는 명칭은 사용하면 안 되지만 우리 시민과 시민단체, 정부와 정치인은 그 사용에 거리낌과 스스럼이 없었다.

필자는 토착왜구가 정부의 대일 외교에 비판적인 사람을 부르는 말인 줄로 알았다. 아니면 친일파의 직계 후손을 의미하는 줄 알았다. 그것도 아니라면 친일파와 독재정권을 합쳐 토착왜구라고 부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대통령과 여당을 비판하면 토착왜구였다. 굳이 일본과 상관관계를 찾을 필요 없이, 상대를 비하하는 ‘욕’ 정도의 의미였다.

특정 국가와 인종을 멸시하는 용어를 시민단체가 국가가 공식적으로, 정권의 반대편을 욕하는데 사용하는 나라가 정상일까. 보편적 시민의식과 국제적 인권에 부합할까. 그러한 반인권적 용어는 정권, 여당, 시민단체에서 진보와 정의라는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돌고 돌아 이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게 대구, 적폐, 토착왜구라는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총선의 여권 당선자와 갈등이 있다는 이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피해자가 중요하다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파기했다. 시민사회 운동도 이와 같다. 운동가들을 위한 운동이 아닌 피해자를 위한 운동이다. 운동가가 국회의원이 되자 그와 갈등을 빚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는 토착왜구가 되고 말았다.

개인적 착복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낼 문제이다. 그런데 시민단체는 피해자를 무지하고 숭고한 피해자의 이미지로 가두었다. 피해자를 상징으로 전면에 내세워 후원금을 모금한 시민단체는 수익 배분에서는 악덕 아이돌 배급사보다도 모질었다.

피해자 할머니는 국가와 국민을 분리해 역사와 양국의 청소년 교육을 강조했다. 이미 피해자를 넘어 세계의 인권 운동가가 되어 있었다. 그 할머니는 80년 전 상상조차 불가능한 삶을 견뎌냈다. 그런데 그 피해자에게 모진 말을, 욕을 배설하고 있다. 팬덤에 눈이 먼 정치가 모두를 짐승으로 만들었다.

높은 지지율과 180석을 가진 정권의 세상이다. 아무래도 필자는 적폐이자 토착왜구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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