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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도문대작


기사 작성:  이종근
- 2020년 07월 09일 14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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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의 저자 허균(許筠·1569~1618)은 미식가였다. 문집‘성소부부고’에는 ‘도문대작(屠門大嚼)’ 편이 있다. ‘도문(屠門)’은 푸줏간을 뜻하며, ‘대작(大嚼)’은 크게 입맛을 다시는 것을 뜻한다. 고깃집 앞을 지나면서 입맛만 다신다는 뜻이다. 그는 “자신이 쓴 글을 가끔 보면서 한 점의 고기로 여기겠다”며 제목을 “푸줏간 앞에서 크게 입맛을 다신다”는 뜻의 이라 지은 것이다. 그러고는 서문 말미에 “먹는 것에 너무 사치하고 절약할 줄 모르는 세속의 영달한 사람들에게 부귀영화는 이처럼 무상할 뿐이라는 것을 경계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위나라 조식이 '여오계중서(與吳季重書)'에서 ‘푸줏간 앞을 지나며 크게 씹는 시늉을 함은 고기를 비록 못 얻어도 귀하고 또 마음에 통쾌해서다(過屠門而大嚼, 雖不得肉, 貴且快意)’라고 한 데서 따왔다. 흉내만으로 자족하는 것을 비유할 때 많이 쓰는 표현이다. 그는 '함열현'에서 1613년까지 머물면서 '도문대작'이란 음식 관련 책을 쓴다. 1610년 과거 시험 채점 부정에 연루되어 전라도 함열 땅에 유배 갔다. 귀양살이 중에서도 ‘사람들이 이곳에서 가는 뱅어와 준치가 많이 난다고들 하기에 여기로 유배 오기 바랐다. 그런데 올해 봄에는 일절 나지 않으니 또한 제 운수가 사납다’라는 내용도 보인다. 알아주는 식도락가였던 허균이 병어를 먹지 못해 아쉬워했다니 그 맛이 보통은 아닌 듯하다.

유배지의 밥상에는 상한 생선 아니면 감자나 들미나리가 올라왔다. 그마저도 귀해 주린 배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정작 그렇게 골라 간 함열에서 변변하게 먹을 것이 상에 올라오지 않자, 식탐을 참을 수 없어 저술한 책이 ‘도문대작’이다. ‘도문대작’은 짧은 글이지만 그 글이 담은 내용은 방대하다. 그는 앉아서 지난날 물리도록 먹었던 귀한 음식에 관한 기억을 하나씩 떠올렸다. ‘방풍죽은 강릉, 석이병은 표훈사, 백산자는 전주, 다식은 안동, 밤다식은 밀약, 차수(叉手:칼국수)는 여주, 엿은 개성, 웅지정과(熊脂正果)는 회양, 콩죽은 북청의 것이 명물이다' 떡과 과실, 고기와 수산물, 그리고 채소에 이르기까지 종류별로 적어 나갔다. ’백산자(박산. 쌀로 만든 백당을 고물에 묻혀 먹는 한과)는 전주, 석이병은 금강산, 다식은 안동, 엿은 개성, 약밥은 경주 등이 잘한다.'

이 책은 전국 각지의 특산 식재료 백 수십 가지를 분류해 수록해놓았다. 심지어 곰 발바닥과 사슴 꼬리는 어디 어디 것이 좋다고 올려놓았을 정도다. 인터넷도 ‘먹방’도 없던 시절임을 고려하면 그 엄청난 지식과 정보력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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