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0년08월04일20시14분( Tuesday ) Sing up Log in
IMG-LOGO

[온누리]펜스룰


기사 작성:  이종근
- 2020년 07월 13일 07시18분
IMG
모 대학 강사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명 '펜스룰'로 보이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이는 바람에 다음 학기 강의에서 배제됐다.

'펜스룰(fence-rule)'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하원의원 시절이던 2002년 인터뷰에서 “아내를 제외한 여성과 단둘이 식사를 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가지 않는다”고 밝힌 데서 유래했다. 여성 배제 논리로 쓰일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 태도다.

모 학부에 출강했던 이모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 사진과 함께 “짧은 치마나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사람이 지나가면 고개를 돌려 다른 데를 본다.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학생회 요구에 따라 입장문을 내 “글을 보고 불편함을 느꼈다면 무조건적인 사과가 필요하다고 보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안희정과 박원순의 공통점은 여자 비서다. 여성의 일관된 주장이 진실이 되는 더러운 세상에서는 펜스룰만이 답이다”

지난 10일 숨진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펜스룰`을 지지하는 의견이 올라왔다. ‘펜스룰’은 국내에서는 '미투' 운동 확산 이후 직장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현상을 뜻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굳이 여비서 쓸 필요도 없는데 아예 말 나올 일 없게 이참에 남비서로 다 바꿨으면 좋겠다”, “만에 하나 잘못될 수 있으니 직속 비서로는 남자를 쓰는 게 더 낫겠구나 싶다”는 식이다. 박 시장이 성추행 의혹 속에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면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성 비서를 고용하지 말자’는 취지의 글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젠더 문제 연구자들은 이런 현상을 성폭력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전형적 방식이며,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고 유리천장을 공고히 만드는 논리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성별과 관계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어떻게 만들지를 고민해야지, 그렇게 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여성과 무작정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차별이 될 수 있지 않나.

이제라도 패턴화된 권력형 성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여성 직원을 자르는 것이 아닌,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 속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인 메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때문에 사회적으로 '펜스룰'을 보는 시각은 여전히 엇갈린다. 성범죄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지만 '성차별'적 관점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기 때문이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 이종근 기자의 최근기사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CAPTCHA Image [ 다른 문자 이미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