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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한가운데]17세기 종가집의 소중한 기록, 음식디미방

-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이 남긴 한글조리서
- 146가지의 항목 중 51종이 술에 관한 기록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08월 05일 14시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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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을문화연구소 주담 대표 박소영







언젠가 TV를 통해 ‘안동 장씨’의 삶을 재현하는 단막극을 본 적이 있다. 경북 북부의 안동과 영양 일대에 살았던 ‘안동 장씨’는 ‘술’이나 ‘음식’을 하는 이들에게는 아주 친숙한 이름이다.

1598년(선조 31년) 안동 서후면 금계리에서 태어난 안동 장씨는 서화와 문장에 뛰어나 훌륭한 필적을 남기기도 하였다. 안동 장씨가 남긴 것 중 하나인 『음식디미방』은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이 쓴 한글 음식 조리서이자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여성이 쓴 조리서이다. 당시 남성들이 쓴 요리책이 중국의 여러 조리서를 그대로 옮겨놓은 데 비해 『음식디미방』은 집안 대대로 전해져오거나 본인이 직접 개발한 조리법을 기록하고 있다. 『음식디미방』의 권말에는 다음과 같은 필사기가 남겨져 있다. “이 책을 이렇게 눈이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 이 뜻을 알아 이대로 시행하고, 딸 자식들은 각각 베껴 가되, 이 책을 가져 갈 생각일랑 절대로 내지 말며, 부디 상하지 않게 간수하여 빨리 떨어져 버리게 하지 말아라.” 필사기를 쓴 해, 즉 저술 연대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지만 “이렇게 눈이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라는 구절을 통해 안동 장씨가 말년에 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몸이 불편한 가운데 쓴 책을 잘 간수해 떨어져 버리게 하지 말라는 부인의 당부와 같이 『음식디미방』은 장씨 부인의 셋째 아들 갈암 이현일의 후손가에 전해져 오다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음식디미방』에는 면병류(18가지), 어육류(74가지), 주류 및 초류(54가지)로 분류하여 146가지의 조리법이 설명되어 있다. 술 연구자로써 흥미로운 점은 전체 146개 항목 중 술에 관한 항목이 51개나 된다는 점이다. 기록의 1/3이 집에서 직접 담그는 술이라는 점은 당시 안동 지역 종가의 부인이 해야 할 일 중에 술을 빚는 일이 꽤나 중요한 일이었고 일상다반사였다는 것을 시사한다. 『음식디미방』에는 연엽주, 순향주, 두강주, 과하주, 칠일주, 삼해주, 유화주, 행화춘주, 이화주, 감향주, 삼오주, 하절주, 일일주 등 현재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한 재료와 방법으로 만드는 술들이 기록되어 있다. 조금은 낯선 옛 한글의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수많은 주품이 기록된 『음식디미방』은 “술”에 관련된 소중한 기록의 보고이다. 부인의 뜻에 따라 소중하게 간직해 온 후손들 덕에 우리는 17세기 조선시대 안동지역의 식문화와 종가집 술에 대한 기록을 만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해 자신의 일상을 타인과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이제는 그야말로 손으로 쓰는 일기의 시대는 저문듯하다. 이제는 굳이 손으로 꾹꾹 힘들게 쓰지 않아도 쉽게 자신의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방법들이 굉장히 다양해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을 남긴다. 거창하게 기록문화라는 형식으로 자신을 옭아매지 않아도 일정하게 삶의 흔적들을 정리하고 남기다보면 수세기가 지난 어느 날 내 자신의 기록이 후손들에게 크나큰 자산이 되지 않을까? 무엇에 관한 기록이든 지나간 시간의 기록은 후대에게는 전혀 생각지 못한 발견이자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음식디미방』에서 발견된 아름다운 주품 51종은 후손들을 위해 몸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꼼꼼히 기록을 남긴 안동장씨가 있어 가능했다. 안동 장씨를 통해서 우리는 17세기 중엽에 우리 조상들이 어떤 재료로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 먹었는지를 알 수 있고, 당시 한글의 형태나 어휘를 알 수 있어 연구자들에게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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