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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교수의 전북문화재이야기]신선이 잠자는 천변 암굴속의 보물 ‘수선루’

“국내 유일의 암벽속 정자 수선루는 자연과 건축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벽화와 현판, 편액, 암각서의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누정”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09월 22일 13시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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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서예가,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초빙교수)





2019년 보물로 지정된 진안의 수선루(睡仙樓, 보물 제 2055호)는 건축학적 형태와 창건유래, 누각 벽화의 산수화·인물화·민화·문양 등의 회화사적 가치와 현판·편액·암각서 등의 금석학적 가치가 높은 누정이다. 이러한 수선루는 조선시대에 세워진 누각으로, 진안군 마령면 강정리 월운마을 앞으로 흐르는 섬진강을 따라 약 1km 남짓 거슬러 올라간 천변의 바위틈에 절묘하게 자리하고 있다. 초창은 1686년(숙종 12)에 연안 송씨 4형제인 진유(眞儒)·명유(明儒)·철유(哲儒)·서유(瑞儒)가 아버지의 노년 교유와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신선같이 늙지 않기를 바라는 효심에서 2층으로 건립하였다. 이를 1884년(고종 21), 1888년(고종 25)에 송석노(宋錫魯)와 송병선(宋秉璿, 1836~1905)이 수리한 후 오늘까지 그 형태를 보존하고 있다. 명칭인 수선루는 ‘신선이 잠자는 곳’이라는 뜻으로, 목사 최계옹(崔啓翁)이 이들 사형제가 갈건포의(葛巾布衣)하며, 팔순이 되도록 조석으로 다니며 풍류를 즐기는 것이 마치 진나라 말년에 전란을 피하여 협서성의 상산(商山)에 은거한 4신선인 동원공(東園公)·하황공(夏黃公)·용리선생(用里先生)·기리수(綺里秀) 등의 기상과 같다하여 명명했다고 전해진다.

이 누각은 마이산과 같이 암반의 지면에 생긴 타포니, 즉 숭숭 뚤린 역암의 자연적인 굴곡을 그대로 이용하여 암굴속에 박혀 있는 듯하게 지어져 있다. 지붕의 전면은 기와를 얹고, 후면은 널찍한 돌너와로 마감한 목조건물과 암반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아주 이채로운 특색을 띠고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마루와 방이 연결되는 벽면에 채색이 짙은 산수화·화조화·인물화·민화 등이 그려져 있고, 여기에 등장하는 매화와 각종 화초, 호랑이·물고기·학 등의 동물, 바둑두는 인물 등에서 조선후기 선비들의 `유어예(遊於藝)하는 장면을 볼 수 있으며, 당시 화풍과 생활상 등 또한 살펴 볼 수 있다. 현판으로는 행서로 쓴 `睡仙樓'와 누각제영과 누각중건기 등이 새겨진 많은 편액이 있으며, 수선루 안쪽의 바위에는 해서로 쓴 `宋氏睡仙樓'가 음각후 주묵으로 입사한 암각서가 있고, 그 주변에도 마모가 심한 글들이 새겨져 있어서 관심을 끈다.

문화재청은 보물지정의 배경에 대해 “진안 수선루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누정과 달리 아주 특별한 모습으로 거대한 바위굴에 딱 들어 맞게 끼워 넣듯이 세워져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을 정도로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연암반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세워졌으며 자연과 일체화시킨 자유로운 입면과 평면의 조합은 당시 획일적인 누정건축의 틀에서 벗어나 자연과 누정을 어떻게 조화시키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절경의 수선루 아래에는 1828년(순조 28)에 김종직(金宗直,1431~1492)의 문인이며, 도승지와 예조판서를 지낸 후 진안에 낙향하여 후진양성에 큰 공을 세운 퇴휴재(退休齋) 송보산(宋步山,1432~1504)을 제향하기 위해 창건된 구산사(龜山祠)와 구산서원(龜山書院)이 있다. 구산서원에는 해서로 쓴 현판 `進德門'·`龜山書院'·`龜山齋'가 걸려 있어서 당시 문인들의 강학장소와 서재, 정자문화를 느껴볼 수 있다.

한국의 누정중에서도 아주 특이한 형태와 자연과의 조화로 주목받고 있는 수선루를 평가하는 수식어들이 매우 다양하여 `누정건축으로 자연과의 조화를 이룬 천혜의 누정' `암벽속의 동굴정자' `호남 제일 암루' `신선들의 거처' 등으로 불리우며 이 누각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최근들어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등의 생소했던 단어들이 정착되면서 코로나 블루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 주변에 과거의 유물로만 보아왔던 누정과 주변의 수려한 자연환경에 눈길이 가고, 자주 찾는 명소들이 되면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요구들이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과거 선비들의 품격높은 교유의 장과 문학의 장소, 향유의 장소가 현대인들에게는 힐링의 장소로 탈바꿈할 시기이기도 하며, 이러한 문화재를 통해 당시 선비들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수기치인(修己治人)사상을 재인식하고 공동체의식을 확고히 하여 이 어려운 시기를 모두 함께 잘 극복해낼 동력으로 삼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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