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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길목]정

“산다는 것은 멍들고 아픈 상처 풀어주고 달래주는 일.
팥죽처럼 달달한 정 그대와 나누리라”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09월 23일 13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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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태(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 관장 )



어렸을 때, 가을이 되면 집에서 수제비나 팥죽으로 저녁 먹는 날이 많았습니다. 가난했던 시절이어서 가장 적은 비용으로 이것만큼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죽을 쓰면 우리 식구만 먹는 법은 없었습니다. 한 양푼씩 죽을 담아 앞집에도 갖다 드리고 옆집과 뒷집에도 갖다 드렸습니다. 이웃과 나눈 다음에야 우리 가족은 마당 평상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집만 그러한 게 아니라 앞집도 뒷집도 옆집도 모두 그랬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서로 나눠먹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말 듣지 않아 어머니에게 매 맞고 있을 때도 얼른 뛰어와서 어머니 매 멈추게 하는 이도, 어머니가 집 비울 때 우리 식사 챙겨주시는 이도, 이불에 지도그린 아침 키 뒤집어 쓰고 소금 얻으러가도 친절하게 맞아 주신분도 이웃집 아주머니였습니다. 그러한 사정은 이웃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분들은 모두 가난한 이웃들이었습니다. 가난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꼭 부둥켜안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참으로 비정한 세월을 살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이웃과 이웃 사이에 정이 메말라 갑니다. 높은 담 쌓아놓고서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오고가며 마주쳐도 인사하는 법도 잊고 삽니다.

이웃만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여기저기서 싸움과 삿대질이 횡행하고 지역 간에, 계층 간에 보이지 않는 총성이 횡행합니다. 우리는 너무 잘 먹고 너무 윤택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에 반해 그만큼 우리 삶은 삭막해졌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이웃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 주변에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힘들어 하는 이웃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때입니다. 나만 안 걸리고 나만 성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어제 자영업하는 친구를 만났는데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 말 했습니다.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직원 월급도 주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대출도 안 되고 어디서 돈 빌릴 곳도 없어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오죽 힘 들면 그 말 할까 싶어 한참 동안 그를 안아주고 왔습니다.

힘든 때일수록 남 탓하지 말고, 자기 목소리 키우지 말고, 서로 부둥켜안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보다 몇 배 힘들게 살았어도 죽 한 그릇도 나눠먹었던 우리 부모님들처럼 그 정신으로 이 위기 잘 이겨나가야 하겠습니다.

산다는 것은 멍들고 아픈 상처 풀어주고 달래주는 일. 팥죽처럼 달달한 정 그대와 나누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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