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학중앙연구원은 12월 18일까지 남원 순흥안씨 사제당(思齊堂) 종중이 2010년 기탁한 기묘명현의 시와 편지를 모은 『기묘제현수필』(보물 제1197호)과 『기묘제현수첩』(보물 제1198호)을 중심으로 2020년 장서각 특별전 ‘기묘명현의 꿈과 우정, 그리고 기억’을 갖는다
조광조 등 기묘사화에 연루된 신진 사림의 친필을 확인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자리다. 또, 역모로 몰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귀양가는 친구에게 도움을 주는 안처순의 우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기묘명현은 1519년(중종 14) 중종 즉위 이후 정국을 주도한 훈구파와 신진 사림파들의 갈등으로 발발한 기묘사화로 인해 화를 입은 조광조(趙光祖), 김정(金淨), 김구(金絿) 등의 인물들을 말한다.
『기묘제현수필』은 1518년 사제당 안처순(安處順)이 구례현감으로 부임할 때 24명의 지인이 써준 전별 시문첩이고, 『기묘제현수첩』은 1517년부터 1531년까지 12명의 지인이 안처순에게 보낸 편지를 묶은 간찰첩이다. 시문과 편지의 작성자는 대부분 기묘명현으로 일컬어지는 일군의 사림이고, 수신자는 공히 안처순이다.
이 전시는 두 종의 필첩을 면밀하게 분석, 안처순과 기묘사림의 교유, 온몸으로 사화(士禍)를 체험한 기묘사림의 일상과 고뇌를 보여주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3부로 나누어 꾸몄다.
제Ⅰ부 ‘기묘명현의 꿈’에서는 기묘사림이 꿈꾸던 도학정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의 추진, 일장춘몽처럼 덧없이 끝난 그들의 최후를 들여다본다.
특히 ‘현량과 설행’ 부분에서 제시한 정덕기묘사월 천거별시 문무과방목과 해당 방목을 찍어낸 목판, 그리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복원한 신은윤(辛殷尹) 정국공신교서 등은 주목을 요하는 자료다.
제Ⅱ부 ‘기묘명현의 우정’에서는 친필 시와 편지를 최대한 현대 우리말로 번역,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기묘사림의 우정과 연대의식, 벼슬살이와 귀양살이의 실상을 세세히 살펴보되, 필첩 내용과 연동되는 다양한 자료를 함께 보여주었다.
제Ⅲ부 ‘기묘명현의 기억’에서는 책의 문화사 측면에서 두 필첩을 조망, 1601년 두 필첩이 한양에 처음 소개된 후, 두 필첩을 장황하고, 모사본(模寫本 : 원본의 서체를 그대로 베낀 책)을 제작하고, 19세기에 이르러 간본(刊本)과 모각본(模刻本)을 제작한 과정을 문헌을 통해 살펴보았다.
이 전시는 전시의 주 자료가 온전히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문헌이고, 텍스트에 투영된 역사적 맥락과 인문학적 코드를 해명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에 ‘보는 방식’에 ‘읽는 방식’을 상당 부분 가미한 독창적인 전시이다.
전시 도록은 다양한 문헌과 유물, 텍스트 원문과 번역문, 각종 도표 등을 풍부하게 수록, 5편의 논고는 독자와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또, 관람객의 학문적 욕구와 흥미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코너를 마련하여 역사적 사건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했고, 여느 전시에서 보기 어려운 유물 자료도 풍부하게 준비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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