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민주화운동에서 노동과 여성-노동의 서사와 노동자 정체성(지은이 김경일, 발간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은 한국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여성 노동의 역할과 성장, 좌절, 그리고 현재의 삶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젠더적 시점에서 다루고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노동이나 노동운동은 대중이나 연구자들에게 더 이상 관심을 끄는 주제가 아니다. 물론 지난 시대에도 노동자가 중심이었던 적은 거의 없었으며, 노동운동이 정치적으로나 개인 삶의 민주화에 미친 영향에 대한 평가도 다양하기만 하다. 지난 40여 년간 한국 사회는 운동과 저항, 변혁의 시대에서 소비와 자기계발 그리고 투기의 시대로 바뀌었다. 특히 우리 시대의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벗어날 수 있는 여지를 거의 남겨 두지 않고 전 지구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강렬하다. 그럼에도 필자가 시대의 관심에서 멀어져가는 노동자와 노동운동, 그중에서도 주변부에 머물렀던 여성과 젠더문제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노동자는 과거에도 그랬듯 현재도, 미래에도 노동현장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갈 것이며, 노동현장의 환경이 결국에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만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독재타도나 노동환경 개선을 외치는 구호는 사라졌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에서 비롯된 공정의 문제, 중대재해 처벌과 위험의 외주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등 새로운 노동 어젠다가 떠오르는 만큼 노동운동과 노동자라는 주제는 미래진행형이다. 노동자나 노동 계급이 아닌 개별 노동자 의식 내면의 기억과 주관의 경험을 잘 드러내는 이들 자료를 통하여 거대 담론의 그늘에서 드러나지 않는 노동자의 다양한 반응과 유형을 재구성해 보고자 했다. 이를 통해 도식화되고 공식화된 노동자상이 아니라 역사와 현실을 살아가며 일하는 사람의 노력과 이상, 갈등과 좌절이 지니는 다중의 모순과 복합의 양상을 구체화해 제시했다. 이 책은 노동과 노동운동의 거대 서사에서 흔히 제시되어 온 ‘단일한 노동 대오’, 혹은 정반대의 신화를 비판의 시각에서 검토했다. 1970년대 이전까지의 노동사와 노동운동 연구에서는 흔히 자본과 때로는 국가에 맞선 단일한 의식과 지향을 지니는 실체로서 노동 계급을, 그렇지 않은 시기에는 정권의 지지를 배경으로 하는 어용노조가 득세한 시기로 묘사해 왔다. 그러나 예컨대 1950년대는 대한노총이 전일로 지배한 단독 무대라기보다는 각각의 조직들 안에 다양한 이념과 지향을 포함하는 복합의 여러 운동이 모색·시도된 시기였다. 정권에 종속된 어용의 부패, 타락한 흐름이 있었는가 하면, 서구의 경제 노동조합주의를 지향하는 세력도 있었으며, 기독교나 가톨릭 선교의 하나로 전개된 조직도 있었다. 비록 방법의 차이는 있었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평등하게 사는 새로운 세상을 꿈꾼 집단도 있었다. 그 전체상이 아직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1950년대는 이러한 다양한 흐름의 운동이 이합집산하면서 선택 결합하여 대한노총의 혁신 세력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전국노협이라는 새로운 단체로 부상했는가 하면, 대구시연맹이라는 독자 조직으로 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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