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길선(교수. 전북대학교 고분자나노공학과)
현대의 상용화된 여행의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패키지여행일 것이다. 이는 여행사가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의 모든 여행일정을 관리하는 형태의 여행상품이며 요즈음 일반적인 투어라고 하는 여행상품이다. 패키지여행 중에서도 제일 고급스러운 형태의 패키지는 그랜드 투어(Grand Tour, GT)이다.
이의 어원은 다음과 같다. 영국이 17세기 중반 스페인을 무찌르고 세계 해양을 제패한다. 내친김에 1차산업혁명도 성공하여 산업경제까지 세계를 리드하게 되었다. 이러한 리드를 지키기 위하여 귀족층 자제들을 미리 글로벌교육을 시켜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렇게 유행한 유럽여행을 그랜드 투어라고 하였고 이는 1670년 영국의 가톨릭 신부 리차드 러셀스(Richard Lassels)가 출간한 이탈리아 여행(The Voyage of Italy)에서 처음 제안되었다.
이러한 형태의 아류를 우리나라에는 구한말에 신사유람단, 일본에서는 이와쿠라 사절단으로 하여 1870년경에 보냈다. 조선에서는 일본만 구경시켰고 일본은 특별히 청년과 어린아이까지 포함시켜서 미국과 유럽을 여행시켰다. 이 여행 후에 정한론(征韓論)을 정당화하여 결국은 대한제국을 멸망시킨 주 역할을 하였다. 옛날이나 현재나 세계화공부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어쨌든 영국은 해가지지 않는 나라를 유지시키고 전 세계에 확보해놨던 식민지를 계속 유지시켜야 했다. 귀족들의 젊고 어린 자제들이 영국 섬에서 벗어나 유럽을 포함한 세계의 정치·사회·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그랜드 투어를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7회째 소개하였던 괴테가 이탈리아 리버 델 가르다 여행했던 것도 바로 그랜드 투어다.
그랜드 투어의 여행경로는 영국에서 도버해협을 건너 프랑스 파리→스위스 제네바→이탈리아 토리노(17회 소개)→ 밀라노·피사·피렌체→로마→나폴리 등을 여행하면서 르네상스와 고전예술을 공부하였다. 돌아오는 길에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19회 소개예정)→독일의 베를린·하이델베르크·뮌헨→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거쳐 영국으로 돌아갔다. 물론 여행자들은 프랑스, 독일, 러시아, 덴마크, 심지어 미국으로부터 이탈리아로 몰려들었다.
기간은 약 2년~8년 정도, 여행에는 현재 가격으로 2억~7억 원 정도가 소요되었다. 전용 마차도 3~5대, 2명의 가정교사, 2명의 하인, 현지에서 초대한 특강 교수 또는 문학가, 신고전주의의 미술가, 고대유물 수집가들도 동행하는 등 상류계층의 전유물이었다. 이 여행 전반을 책임지고 수행하는 가정교사(Traveling Tutor)가 있었는데 이 교사가 현재에 여행가이드로 변했다고 보면 된다. 토마스 홉스, 존 로크, 애덤 스미스 등의 유럽의 초일류 지성들이 대표적인 가정교사였다. 마차 중에서 장거리 운전에 편하게 만든 것이 요즈음 GT급의 자동차가 된 것이다. 그랜드 투어가 시사하는 점은 우리나라가 세계화에 성공하여 현재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1990년대 이후 해외여행 자유화의 영향도 지대하다는 것이다.
돌로미티 여행은 계속 된다. 전회에서 소개한 산레모에서 SS2 해안도로를 따라 가면 약 30km 지점에 프랑스 국경도시인 멍뚱(Menten)이 나타난다. 도로번호는 프랑스식인 D6007로 바뀐다. 20분 정도 더 가면 모나코 공국이 나타난다. 몬테카를로 카지노, 자동차 경주 F-1과 그레이스 켈리 왕비로 유명한 곳이다. 어릴 때부터 왠지 모르게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1970년경에 소년동아에 어린이007 만화가 연재되었는데 범인을 잡는 곳이 나이로비 공항, 리스본 또는 모나코공국의 몬테카를로 카지노였다. 리스본은 가봤으나 케냐의 나이로비와 모나코 공국은 못 가봐서 이번 기회에 모나코에 들러서 프랑스의 니스 해수욕장까지 가보는 것이다.
모나코 공국은 길이 3km, 너비 500m, 면적은 1.96km2으로 바티칸 시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이다. 인구는 3만3천 명 정도이다. 나라의 면적이 여의도보다 작기 때문에 인구밀도는 세계 2위이다. 프랑스의 국경과는 좁은 1차선 골목길이라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인구의 30%가 백만장자로 세계에서 백만장자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
국호는 헤라클레스가 지나갔다고 신전을 세웠는데 이 주변에서 유일한 헤라클레서 신전이어서 “외로운 헤라클레스 (Hereules Monoecus)”에서 모나코가 유래되었다. 프랑스어가 공용어이며 이탈리아어도 쓰인다. 모나코 공(公, Prince)이 다스리며 실질적으로는 프랑스의 보호국으로 프랑스의 영향력이 크다. 축구선수 박주영이 뛰었던 AS모나코FC의 홈팀인데 프랑스 리그1에서 경기를 치룬다.
10세기에 제노바의 명문 그리말디가가 진출하여 1297년부터 이탈리아의 영지가 되었다. 1793년에 프랑스 혁명시에 그리말디가로부터 몰수·합병하였다. 1919년에 베르사유 협정에서 모나코의 독립과 주권을 국제적으로 보장받았고, 외교권은 프랑스가 행사한다. 1949년 레이니에 3세가 왕위에 오르고 1956년 할리우드의 그레이스 켈리를 왕비로 맞이하였고 현재 아들 알베르 2세 국왕이 왕위를 계승하여 현재에 이른다. 그레이스 켈리와 결혼하면서 관광 수입도 폭증하였고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는 관광대국으로 급성장시켰다.
모나코 항구에는 하얀 요트가 가득하다. 도시는 해안 기슭에 건설되어 좁은 길들이 급경사로 되어있다. “미라보의 다리”로 유명한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다. 왕궁과 나폴레옹 유품 박물관, 몬테카를로 지구의 그랑 카지노, 국제회의장, 그레이스 왕비 거리, 오페라 극장 등이 유명하다. 프랑스 이외의 모든 외국 기업에 세금을 면제해주는 조세 천국이며 카지노 수입으로 국가를 운영한다.
계속하여 M6098 해안도로로 약 30km, 30분 정도 해안으로 내려가면 프랑스의 유명한 휴양지 니스가 나타난다. 인구 34만 명, 근교 인구 100만의 프랑스 제 5의 도시로 오스트리아로부터 시작한 돌로미티 알프스 산맥이 이 도시에서 끝이 난다. 니스라는 뜻은 “가장 신의 있는 도시”라고 한다. 니스의 첫 인상은 왠지 모르게 에디트 피아프가 연상된다. 평생 많은 남자들과 사랑을 갈구하다가 일찍 요절한 프랑스 샹송을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은 가수. 푸르른 니스 해안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는 그녀가 갈구 하였던 사랑처럼 밀려온다. 프랑스도 주차가 참으로 힘든다. 유럽 내의 모든 도시가 그렇지만 주차도 힘도 들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호텔 고객인데도 적잖은 주차비를 지불하였다. 세계적인 휴양지답게 돌로미티 알프스의 고즈넉한 도시나 코모호수의 어느 조그마한 마을과는 다르게 방문 때가 비수기임에도 좀 부산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인상을 받았다. 뒷골목은 비교적 정리정돈이 잘된 듯하였다.
그러나 지중해를 바라보고 있는 니스해안은 평화롭고 어머니의 품 같은 에메랄드 바다였다. 지금까지 이탈리아의 트리에스테에서 니스까지 알프스의 거리는 약 800km, 차로는 거의 10시간 거리이다. 산세와 지기가 세계의 어느 산맥과는 확연히 다름을 느꼈고 이러한 위치학적인 지역에서 르네상스와 과학·기술·문화·예술의 융성을 느끼고 배웠다. 문화와 예술의 융성은 과학기술과는 불가분의 관계였다. 수많은 예술가·문학가와 과학·기술자들 간의 교류가 있고 감화가 있을 때만이 국가도 존재하고 국민과 백성들이 편하고 멋지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근대예술과 근대과학의 요람이었던 돌로미티 알프스 도시들의 주민생활은 지나온 수 천 년의 역사답게 나라전체에는 크나큰 회오리와 광풍 그리고 큰 태풍이 불어쳐도, 민중들의 삶은 깊은 바닷물 수면하 10~20m처럼,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다만 경제의 흥망성쇠가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므로 여러 도시의 지난 역사들의 예가 경제선진국이 된 우리나라에도 반면교사, 타산지석이 되므로 우리가 배워서 대비하여야한다. 특히 현재 20~30대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에게 현장교육을 시켜 이들의 견문을 넓혀주어야 한다. 특히 유럽의 각 지자체들이 어떻게 살림살이를 하는지 눈여겨 볼만하다. 이것이 우리의 책무이기도 하다.
오늘 18회째로는 돌로미티 알프스의 이탈리아 부분을 끝내고 다음부터는 오스트리아 알프스→리히텐슈타인공국 알프스→스위스알프스의 문명기가 9회 분량으로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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