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화섭(전 중앙대 교수·후백제학회장)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었다. 전라북도는 다른 광역지방정부보다 경제,문화,산업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법적인 혜택을 받은 것이다. 전북특별법 제1조 목적에 “전라북도의 지역적ㆍ역사적ㆍ인문적 특성을 살려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전북특별자치도를 설치하여”라고 설치 목적이 명시되어 있다. 전북특별법은 전북지역사와 인문적 특성을 살려 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민선8기 김관영 도지사의 치적은 분명하다. 김관영 도지사는 도정 목표에 ‘역사문화 융합콘텐츠 산업화’를 내세웠다. 전라북도 역사문화를 콘텐츠화 산업화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전문 연구 인력이 필요하다. 농촌 소멸로 전라북도 지역사와 지역문화 자원은 갈수록 고갈되고, 전문연구자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지역사 연구는 지역의 자연환경과 인문적 배경에서 생성된 역사문화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동안 지역사 지역문화 연구는 대학교수들보다 향토사학자들의 공과 힘이 컸다. 전북 도내 대학가운데 지역사 지역문화 연구 인력을 양성하는 학과와 대학은 없다.
그동안 지역사 지역문화 연구는 소위‘鄕土史學者’들이 담당해왔다. 향토사학자들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초에 등장하였다. 일제는 1920년 무단통치에서 동화주의(同化主義) 정책을 추진한다. 일제는 1919년 전국적인 항일운동과 독립만세운동을 겪은 후 동화주의 정책을 채택한다. 식민사관인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과 일한동원론(日韓同源論)도 이 때에 등장하였다. 식민통치방식이 탄압이 아니라 회유 정책으로 선회한 것이다. 일제는 조상이 같고 뿌리가 같다는 동화주의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일제는 1921년에 동화주의 추진 방안으로 전국적인 구관제도풍속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과정에서 향촌사회의 지식인들이 자료조사원으로 동원되었고 후에는 향토사학자로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농촌의 지식인 노릇을 하였다. 향토사학자는 일본인들이 붙여준 명칭이다. 향토사학자들은 한학(漢學)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 선정되었고, 지역별로 관습, 풍속 조사의 지침에 따라 자료수집하는 조사원 역할을 수행하였다.
일제강점기 항토사학자 1세대들이 사망하고 2세대들의 고령화로 인력부재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국사편찬위원회는 향토사학자들이 세대교체되면서 기존 향토사학자들을 사료조사위원(史料調査委員)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향토사학자와 사료조사위원은 농촌에서 지역사 지역문화 자료를 수집하여 조사위원들이다. 향토사학자중에는 자료수집을 넘어서 자료를 분석, 연구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사료조사 선에서 끝나고 전문성도 부족하다. 컴퓨터의 사례를 들면, 컴퓨터는 수백가지의 정밀한 부품이 필요하다. 컴퓨터를 만드는데, 부품을 수집하는 사람과 부품을 조립하는 기술자는 다르다. 지역사 지역문화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향토사학자 2세대들의 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그 대안이 절실하다.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은 향토사학자의 역량에 못 미친다. 아직도 향토사학자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이제 지역사 지역문화 연구는 자료 조사와 연구를 병행하는 엔터테인먼터형 전문인력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대학에서 지역학 전문인력을 양성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각 지역마다 역사문화 지식정보를 제공해줄 인문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지방소멸이 지역문화소멸을 동반하고 지역학 붕괴를 예고하고 있다. 향토사학자 후속세대로 지역학 연구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현재 전북연구원과 전북 도내 대학에서 지역학 붐이 일고 있다. 전북학, 전주학, 익산학, 정읍학, 군산학 등 도시 중심, 대학이 존재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학의 구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속 빈 강정이다. 지역학을 내세우는 각 대학마다 세미나, 심포지엄, 교양강좌, 시민강좌, 유적답사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각 지방정부마다 역사문화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데, 정작 지역사, 지역문화 연구 전문인력은 양성하지 않고 있다. 지역학 연구는 일회성 이벤트성이 아니다. 전라북도의 장기적인 발전전략을 짜는데 역사문화 싱크탱크집단이 필요하다.
전북특별법의 법적 장치가 마련된 마당에 지역학을 전담할 전문인력 양성과 전북학연구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갈 연구기관의 설립이 절실하다. 현재 전북연구원 전북학연구센터로는 턱도 없다. 전북특별자치도에 걸맞는 ‘전북역사문화유산연구원’이 설립되어 김관영 도지사가 도정 목표로 내세운 역사문화 융합콘텐츠 산업화의 뒷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미 이웃 지역에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설립되고, 광주에는 호남학진흥원, 경북문화재연구원 등이 설립되어 있다. 전남대학교에는 지역사 지역문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호남학과가 개설되었다. 신임 전북대학교 양오봉 총장은 대학 내에 지역학연구소 설립을 공약한 바 있다. 김관영 도지사는 전북특별자치도법 시행을 앞두고 전라북도 지역사 지역문화 연구인력이 역사문화 콘텐츠화와 산업화를 전담할 전북역사문화유산연구원을 하루 빨리 설립하기 바란다.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