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도가 타 지방과 치열한 경쟁 끝에 새만금을 이른바 ‘K-배터리’, 즉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받는데 성공했다.
이차전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함께 우리 정부가 꼽은 3대 국가첨단전략기술 중 하나다. 그만큼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성장 가능성 또한 클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이차전지가 동력원인 전기자동차, 무인항공체, 도심형 개인 모빌리티 시장 등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더더욱 그렇다.
다만 타 지방도 3곳이나 더 동시에 똑같은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에 대한 우려도 적지않다. 예상치 못한 전국 4대 특화단지 공동 지정, 그 속을 들여다봤다.
▲이차전지 소재산업 허브로 급부상
정부는 20일 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3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열어 새만금을 비롯해 청주, 포항, 울산 등 모두 4곳을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 발표했다.
지난해 말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와 함께 약 7개월간 펼쳐진 전국 지자체간 치열한 유치전 끝에 맺은 결실이다. 더욱이 당시만해도 이차전지 완제품 제작사들이 집적화된 청주, 포항, 울산과 달리 전북은 그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성과이기도 하다.
이차전지 제작사들을 앞세운 타 지방과 달리 그 전구체나 양극재 등 소재산업으로 특화한 게 주효했다는 평이다. 대규모 간척지인 새만금의 경우 부지 확장성 또한 그 어느 후보지보다 뛰어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아울러 새만금의 경우 오는 2040년께 RE100(소비전력 100% 재생에너지 사용), 또는 CF100(소비전력 100% 무탄소에너지 사용) 실현이 가능하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총 7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조성사업, 연간 1만5,000톤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단지 조성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봇물에 미래 먹거리 쑥쑥
자연스레 국내외 투자사들도 꼬리 물었다. 실제로 최근 약 3년간(2020. 7~2023. 5) 새만금 일원에 투자했거나 투자협약을 체결한 이차전지 관련 기업은 모두 23개사, 그 투자액은 총 7조 원대에 달한다.
대표적인 사례론 지난 3월말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한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사가 꼽힌다. 이 회사는 국내 배터리 기업인 SK온과 전구체 기업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중국의 전구체 기업인 지이엠(GEM)이 공동 설립한 합작사로 새만금에서 전구체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구체는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중간 원료를 지칭하며, 새만금에서 생산된 전구체는 전량 북미에 수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새만금 공장은 오는 2026년 말 준공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LG화학 또한 중국 최대 코발트 생산기업인 절강화유코발트사와 손잡고 새만금에 이차전지 전구체 생산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나섰다. 양사는 오는 2028년까지 새만금 산단에 총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전구체와 황산메탈 등 이차전지 소재 생산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SK넥실리스(1,200억원·이하 투자예정액), 에너지11(1,000억원), 천보비엘에스(5,125억원), 성일하이텍(1,300억원), 이엔드디(1,035억원), 대주전자재료(2,045억원) 등도 새만금 입주를 예약한 상태다.
여기에 조만간 국내 한 굴지의 대기업도 약 1조8,000억 원대에 달하는 투자협약을 준비중이란 소식이다. 이경우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액은 총 9조원 규모로 커지게 된다.
▲20만명대 고용창출 효과 기대
그만큼 경제적 파급효과도 막대할 것이란 기대다.
전북연구원에 따르면 기존 투자협약사들이 계획대로 투자한다면 오는 2028년까지 약 54조 원대에 달하는 누적 매출액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경우 약 65조2,000억 원대에 이르는 생산유발 효과와 19조8,000억원 규모의 부가가치 창출효과도 기대됐다.
여기에 무려 20만 명대의 고용창출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자연스레 도내 지역내총생산(GRDP) 또한 급증하면서 현재 2.7% 수준인 전국 비중은 동기간 3.5%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김관영 도지사는 이를놓고 “관련 기업들이 계획대로 투자를 하면 카이스트, 서울대, 전기안전공사 등 한국 최고 연구기관들과의 기술개발도 속도를 낼 것이며 생산설비가 완성되는 1~2년 후에는 꽤 괜찮은 일자리를 새만금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전북의 청년들이 고향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를 대한민국 최고의 산업단지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계를 감탄시킬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고, 세계가 믿고 쓰는 핵심소재를 만들겠다”고도 덧붙였다.
▲제살 깎는 출혈경쟁 우려도
한편으론 전국 4곳을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공동 지정한 것을 놓고 제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않은 상황이다.
당초 새만금을 앞세운 전북을 비롯해 충북 청주, 경북 포항과 상주, 울산 등 5파전으로 치러진 특화단지 공모전은 결국 이날 상주를 제외한 4곳이 공동 선정되면서 호남, 충청, 영남권이 고르게 나눠갖는 모양새가 됐다. 이렇다보니 정가 안팎에선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지역 안배’란 정치적 해석도 나온다.
덩달아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지역간 출혈경쟁 속에 공멸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새만금 투자사들의 경우 한·중 합작사가 많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중 합작사 형태의 투자는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이차전지 시장을 놓고 안정적인 그 소재 공급처가 필요해진 국내 기업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그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면서 ‘메이드인 코리아(made in Korea)’, 즉 한국산 마크가 필요해진 중국 기업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상생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자칫 ‘적과의 동침’이 될지도 모른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전주시가 중국산 전기버스에 대한 보조금을 줄지 말지를 놓고 큰 논쟁에 휘말릴 정도로, 전북은 물론 국내 전기차 제작사들의 중국산 이차전지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렇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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