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벼린 솜씨 더욱 더 돋보인다

전 전북도지사 취석 송하진 서예 개인전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8월 04일 16시54분

송하진 전 전북지사(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가 다음달 25일부터 10월 1일까지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 3층에서, 10월 11일부터 11월 10일까지 전주 현대미술관서 첫 서예 개인전을 갖는다.

전시를 위해 모두 500 여점의 작품을 완성했다.

400여 점은 책자에 담고, 200~300 여점은 전시를 통해 선보일 생각이다. 그는 "그동안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는 차원에서 이번 개인전을 갖는다"고 했다.

장법과 필획, 구도 등이 예사롭지 않다. 각 작품마다 나름대로 자유롭고, 메시지에 따라 구성지고, 발랄하고, 깨우치는 듯 탄탄한 바탕이 남다른 정신 세계를 이루고 있다. 더런 바늘 같은 격언으로 삶을 꿰매주고, 따듯한 감성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며, 작은 틈과 틈 사이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작가의 벼린 솜씨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판박이 같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향해 부드럽게 손을 내민다.

2023년 9월에 쓴 '길'이란 작품이 보인다.

'우리는 언제나 길 위에 있다. 에움길, 지름길, 뒤안길, 고샅길 (중략) 등 무수한 길도 실은 너에게 향한 것이었다'

'내가 지나온 모든 길은 곧 당신에게로 향한 것이었다'는 메시지가 아주 강한 느낌으로 자리한다. 당신 자신을 향한길, "천천히 걷고 서두르지 마라. 당신이 도달해야 하는 유일한 곳은 바로 당신이다" 우리의 목적지는 어떤 특정한 장소나 직업 또는 순간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의 꿈에 이르는 길이 아니며, 자신과 만나는 것과 같다. 진정한 본질을 찾을 수 있는 장소이다.

"때때로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 외부에 있지 않고, 오히려 내부에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곤 한다. 아니, 그들은 실제로 우리 각자의 내면에 존재한다. 자신과 공유할 수 없다면 당신이 원했던 것을 얻고 꿈꿔 왔던 삶을 살기가 어려워지게 된다. 당신의 에너지의 균형을 맞추고, 우리의 외부 목표의 우선 순위를 결정할 때가 있다. 나중에 자신에 대해 배우기로 미루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가장 중요한 일을 미뤄버리고 있다"

'얼', '사랑' 등 도자기 작품도 여러 점 선보인다.

8월 초 어느 날, 염천의 더위를 몰아내는 서예가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정성과 성의를 다한다! 집중한다! 몰입한다! 나를 쏟아 붓는다! 순간적일 수 밖에 없고, 그것도 한번의 붓질만이 허용되는 점과 획! 과연 너는 어떤 모습일까"

전북특별자치도 사기장(제29호, 분청도장) 토광 장동국 김제 도자기 체험학습장에서

'흙빛 장동국 빚고 푸른돌 송하진 쓰다. 2024. 여름'

이같이 말하는 서예가는 김제가 고향이다.

한글 서체의 정형적인 구도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조형, 새로운 장법으로 계속 도전해 온 결과를 보인 작품이 도드라진다. 그는 서예가 강암(剛菴) 송성용(宋成鏞, 1913~1999) 선생의 4남 2녀 가운데 막내다. 호남고속도로에서 전주로 들어오면 제일 먼저 보이는 '호남제일문(湖南第一門)' 현판이 강암선생의 글씨다. 할아버지는 유학자였던 유재(裕齋) 송기면(宋基冕 1882-1956) 선생이다.

큰형인 하철씨는 관선 전주시장과 전북도 부지사를 역임했다. 둘째 형 하경씨는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셋째 형 하춘씨는 고려대 문과대학장을 지냈다. 강암선생의 막내딸로 익산에 살면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이당(怡堂) 송현숙은 그의 누님이다. '이당(怡堂)'이란 호는 온화한 성품으로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가며 살라는 의미로 선친인 강암선생이 지어 주었다. 국전 초대작가로, 최근에 강암서예학술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묵향(墨香) 가득한 집안 내력 덕에 취미로 즐기다는 서예가 수준급이다, 그는 선친으로 부터 한학과 서예 등을 익혔다.

송 전 지사의 호는 '취석(翠石)'이다. 양홍정(楊弘貞)이 백락천(白樂天)에게 푸른 돌 셋을 선사한 데 비롯된다. 이는 지금도 날마다 새롭다는 의미다. 그래서 끊임없는 생각의 원천이 된다. 생각은 순간이고 기억은 짧아져가니, 그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그는 오늘도 호처럼 '파란 돌'처럼 묵묵히 서예에 정진하고 있다.

그는 전북현대 K리그 개막전을 축하하기 위해 2015년 5월 7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슈틸리케 국가대표 축구감독에게 '감동의 축구, 생동하는 대한민국, 자랑스런 슈틸리케’를 친필로 적은 합죽선을 선물했다.

최강희 감독에게도 ‘전북 축구는 세계로, 전북 도민은 하나로, 최강희 파이팅’을 친필로 쓴 합죽선도 함께 전달했다.

2017년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지역 스카우트 서밋총회에서 전북도와 한국스카우트연맹이 주최한 ‘코리아리셉션’에 참가, 각국의 대표들에게 붓글씨를 선물하며 세계잼버리 유치 홍보 활동을 펼쳤다.

전주에서는 '풍락헌(豐樂軒)', 얼굴없는 천사비, 전주 남천교의 '청연루(한글, 한문)', 한옥마을 '정남헌(正南軒), '전주향교 문화관', 전주국악방송, 음식점 '양반가'와 '종로회관'을 비롯, 시내 곳곳에 필적이 많다.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 '부용정' 현판도 그의 글씨이다.'부용(芙蓉)'이란 지명은 이 지역이 연꽃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유래된 이름이다.

전주태평문화공원은 한자로 太平亭(태평정)으로 역시 그가 썼다. 2009년에 보광재에 건립한 普光亭(보광정) 현판도 그의 필적이다. 한국문인협회 전주지부가 '문맥'통권 62호를 발행, 제호를 '전주문학'으로 바꾸면서 제자를 썼다.

도정 방침은 매년 송 전지사가 정세와 시기에 맞게 직접 골라 붓글씨까지 직접 썼다. 2022년 '견인불발(堅忍不拔) 도정 방침은 그의 친필이었다.

이는 송나라 최고의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소식의 조조론에 나오는 말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을 맞아도 끝까지 굳세게 참아내어 목표를 달성한다’는 뜻이다.

그는 민선 6기 출범 이후부터 해마다 새해 사자성어를 선정, 도정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그동안 △2015년 휴수동행(携手同行, 서로 손을 잡고 함께 가자) △2016년 무실역행(務實力行, 참되고 실속있게 힘써 행하자) △2017년 절문근사(切問近思, 절실하게 묻고 현실을 직시하자) △2018년 반구십리(半九十里, 끝마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자) △2019년 절차탁마(切磋琢磨, 과정을 중시하며 목표를 향해 노력하자) △2020년 자강불식(自强不息, 스스로를 단련해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등을 정했다. △2021년 ‘안정되고 평안해야 원대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올해의 사자성어로 정한 ‘영정치원(寧靜致遠)’의 뜻을 토대로 코로나19와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 안정되고 평안한 도정을 이루면서 재생에너지, 탄소중립, 그린뉴딜 등 4차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미래 신산업을 육성해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앞장서 추진해 나갔다. 이는 제갈량이 전쟁터에 나가면서 어린 아들 제갈첨에게 보낸 ‘계자서(誡子書)’에서 유래한 말이다. ‘마음이 맑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하지 않으면 원대함을 이룰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송 전지사는 2023년 1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4년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으로 조직위 운영 전반을 맡아 이끌고 있다. 그는 민선 6·7기 전북도지사로 재임하면서 서예 문화 발전에 힘썼다. 우산 송하경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동생이다.

송 전 지사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개최될 때마다 출중한 작품을 선보이는 서예가다. 2021년 13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11월 5일 ~ 12월 5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등)의 명사서예전에 참여, '화이부동(和而不同:남과 사이좋게 지내기는 하나 무턱대고 한데 어울리지 않는 일)'이란 작품을 냈다. 2013년 당시 송하진 전주시장은 ‘송하진이 그리는 화이부동(和而不同) 세상’ 이란 책을 발간, 자신의 리더십의 근간이 이로부터 비롯됨을 어필하고 있다.

그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와 관련이 깊다.

1997년 개최된 무주 동계유니버시아드 문화행사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구상하고 출범시킨 주인공이다.

첫 조직위원장은 송 전 지사의 형인 송하경 교수가 역임, 비엔날레 사상 최초로 형제가 바로 그 자리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퇴임 후 거처를 전주 시내에 마련했다. "산책도 나가고 자연스럽게 도민들도 만나고 있다. 워낙 걷는 것을 좋아한다. 바쁘게 일할 때에도 일부러 차에서 내려 도심을 걷곤 했는데 이제 유유자적하게 걸을 수 있고 도민과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도지사 시절에 추진한 천리길도 여유롭게 둘러보고 있다. 때론 신정일 우리땅걷기 이사장이 길동무가 되어주기도 한다. 그는 "공부도 꾸준히 하고 글도 쓰고 글씨도 쓰려고 한다. 아직 활력도 건강도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송하진이라는 개인의 삶이 주가 되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전북을 위한 삶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인 삶을 살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을 종종 갖고 있다"며 "붓글씨를 쓰거나 시를 쓰는 등 취미 활동을 즐기고 친구 등을 만나고 있다"고 덧붙였다./이종근기자

서예가 송하진은

김제출신으로, 전주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 고려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24기로 공직에 발을 들인 뒤 중앙과 지방을 오가며 다양한 행정업무를 맡았다. 전북도청에서 20년, 행정자치부에서 5년을 보냈다. 2006년 전주시장(민선4기), 2010년 전주시장(민선5기), 2014년 전라북도지사(민선6기), 2018년 전라북도지사(민선7기)에 당선됐다.

그는 종종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0년 시집 '느티나무는 힘이 세다(신아출판사)’를 펴냈다.

저서로 ‘송하진이 그리는 화이부동 세상, 화이부동(2013)’, ‘정책 성공과 실패의 대위법(2006)’, ‘모악에 머물다(2006)’ 등이 있다.

좌우명은 '화이부동(和而不同)'과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持己秋霜)'이다. 종교는 기독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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