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굶고 점심은 버스 타고 읍내로"

-전북 마을 84% 식료품 소매점 사라져 -인구 감소에 전국 최악의 식품 사막화

기사 대표 이미지

-공공슈퍼 설립, 방물장수 부활 등 시급

“아침은 그냥 굶거나 라면으로 때우고 점심은 버스 타고 읍내로 나가서 사먹는다…예전에는 이것저것 다 파는 가게가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 것도 없다.”

고창군 공음면에 홀로 사는 팔십대 은퇴농 A씨의 일상이다. 매일매일 버스를 두번씩 갈아타면서 고창, 또는 영광 읍내로 나가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고 돌아온다는 얘기다.

소일거리 삼아 시작한 읍내 나들이가 어느 순간 일상이 됐다고 한다. 마을에 하나 남은 구멍가게마저 문 닫다보니 신선식품은 고사하고 가공식품조차 구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A씨처럼 ‘식품 사막화’ 현상을 겪는 전국 지자체 중 가장 심각한 곳은 전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 사막화는 인구 감소에 직격탄 맞아 황무지처럼 변하는 지역사회 소멸현상 중 하나이자, 기본적인 식료품조차 구하기 힘든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일컫는다.

전북연구원이 4일 펴낸 이슈브리핑 ‘농촌지역 식품 사막화(Food Desert)의 의미와 과제’에 따르면 통계청의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를 재분석한 결과, 도내 마을(행정리) 총 5,245곳 중 4,386곳, 즉 83.6%가 식료품을 파는 소매점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국 평균(73.5%)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자 전국 최고 수준이다. 전북 다음으론 전남(83.3%), 세종(81.6%), 경북(78.9%) 등이 뒤이었다.

도내에선 정읍(93.3%)이 가장 심각했고 진안(89.8%), 남원(87.8%), 장수(87.4%) 등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위권을 형성한 김제(79.2%), 부안(78.1%), 완주(75.2%)조차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식료품 소매점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한 생활불편을 넘어 주민들의 영양 불균형과 만성질환 유발, 사회적 고립과 스트레스 가중, 귀농촌 기피와 출향행렬 확산 등 다양한 사회문제로 이어진다는 게 더 큰 난제다. 온라인 상거래가 익숙지 않은 고령층이 많은데다 물류시스템까지 취약한 농어촌은 한층 더 심각하다.

이렇다보니 국내외 위기극복 사례를 주목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대표적인 사례론 식품 사막화에 따른 자구책으로 옛 방물장수를 부활시킨 전남 영광군 묘량면 주민들이 꼽혔다.

현지 주민 370여 명은 10여년 전 사회적 협동조합(동락점빵)을 설립해 방물장수와 같은 이동형 슈퍼를 운영하고 있다. 소형 트럭에 생필품을 싣고 매주 1회씩 마을 40여 곳을 찾아가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금은 마을 공공사업에 환원하고 독거 어르신 안부도 살피고 있다.

식품 사막화 현상이 심각한 지역의 상점에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해 폐점을 억제하고 주민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식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캐나다, 식품 트럭이 취약지를 순회하며 신선한 농산물을 팔고 요리교실이나 영양교육도 병행하는 미국, 지역 농업인들이 벽오지 주민들에게 정기적으로 식품을 배송하도록 한 호주 등 해외사례도 제시됐다.

전북연구원은 도내 또한 지역사회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원지 책임연구위원은 “농촌 지역의 식품 사막화는 개인이 섭취할 수 있도록 생산된 모든 음식물이 없는 지역을 의미하기보다는 개인이 식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지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식품 접근성 문제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포괄적이고 다각적인 관점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론 협동조합형 상설 매장이나 이동식 점포 운영, 취약계층 노인들에게 다양한 건강식을 공급할 수 있는 식료품 바구니 상품권 제공, 벽오지도 식료품을 주문하면 배달 수 있는 농촌형 물류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다. 또한 이 같은 정책을 뒷받침할 식품사막 지도 제작과 식품 사막화 지수 개발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성학 기자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