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은 웹툰 창작자들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고 창작 활동에 필요한 인프라도 훨씬 더 좋아요.” “같은 물리치료사 일지라도 서울은 급여를 더 많이 주고 정주여건도 우수해 살기에 괜찮아요.”
전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각각 전남 순천과 서울로 이주한 이모씨(33)와 송모씨(29)의 얘기다. 도내 한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뒤 창작 활동을 해온 이씨는 콘텐츠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순천에서 새출발 하겠다며 이주를 결심했고, 마찬가지로 도내 대학에서 물리치료학을 공부하고 도내 병원에 다니던 송씨 또한 미래가 암울한 고향보단 좀 더 밝은 서울에서 새삶을 시작하겠다며 이주를 결심했다고 한다.
두사람이 살아온 배경은 다 다르지만 좀 더 나은 삶, 이를 뒷받침할 괜찮은 일자리를 찾아 탈전북을 결심했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그만큼 청년들이 터잡고 살기에 전북은 척박하다는 얘기다.
꼬리에 꼬리를 문 청년층 출향행렬을 억제하려면 전북자치도의 일자리 정책 또한 양보다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북연구원은 최근 펴낸 이슈 브리핑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 정책’을 통해 이 같이 제안했다.
청년층의 바람은 단순히 실업에서 벗어나는데 필요한 일자리가 아니라, 적정 수준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일자리를 원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관련 조사보고서를 인용해 청년 구직자들이 직장을 선택할 때 최우선 고려하는 것은 임금과 복지수준(86.7%·이하 중복응답) 이었다고 밝혔다. 뒤이어 근로시간(70.0%)과 근무환경(65.7%)을 꼽는 등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일터를 선호하는 경향이 또렷했다.
이를 기준삼는다면 전북은 청년층이 좋아할만한 일자리가 몇개나 있을까.
분석결과 임금 수준(중위 150% 이상), 근로시간(주당 36~52시간), 고용 안정성(상용직)을 모두 충족한 도내 일자리는 2023년 기준 총 15만7,182개로 추산됐다. 이는 10년 전보다 무려 68%(6만3,857개) 늘어난 숫자다.
하지만 전체 일자리 수 대비 비중은 약 16.4%에 그쳤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권인 14위 수준이다. 최상위권인 세종(37%), 울산(32.9%), 서울(29.7%) 등과 비교한다면 절반 안팎에 불과했다.
임금 부문만 따진다면 도내 좋은 일자리 수 비중은 52.0%로 전국 9위 수준, 근로시간은 64.9%로 14위, 고용안정성은 46.7%로 15위 수준을 보였다.
청년들이 줄줄이 괜찮은 일자리를 찾아 전북을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김수은 책임연구위원은 “좋은 일자리는 청년인구 이동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 정책이 중요하다”며 “좋은 일자리를 촉진하는데 필요한 제도 개선과 그 창출계획 수립, 좋은 일자리를 연구하고 관리할 전담조직 운영, 좋은 일자리 인식조사 등 민간에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북자치도가 본보기 삼을만한 타 지방 사례도 제시했다.
좋은 일자리 기반 조성을 위한 정책 수립과 고용기회 확대 등을 주도하는 경기도의 일자리재단, 일자리의 질 개선을 통한 청년층 유입과 정착을 지원하는 경북도의 좋은일자리위원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초점을 맞춘 제주도의 일자리관리 전담조직 운영 등이다.
한편, 이 같은 청년층 출향 문제는 지난해 가을 국정감사 도마에도 올라 주목받았다.
당시 국회입법조사처가 간행한 ‘2024 국정감사 이슈 Ⅶ 국토교통위원회’편에 따르면 전북지역 대학 졸업자 10명 중 6명 가량은 타 지역 직장에 취업해 정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2022년도 기준 전북소재 대학 졸업자 총 1만706명을 분석한 결과, 전북에서 일자리를 구해 정착한 사례는 약 41%(4,368명)에 불과했다. 반대로 전체 59%(6,338명)는 졸업하자마자 탈전북을 선택했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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