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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농촌 의료공백 대안…공중보건의 복무단축해야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6월 12일 14시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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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안전망이며, 특히 농촌과 같은 의료취약지역에서는 공공의료 시스템이 그야말로 생명줄이다. 하지만 현재 농촌의 보건지소와 보건소를 중심으로 한 의료시스템이 심각한 인력난에 빠져 있다. 핵심은 바로 공중보건의사, 즉 공보의 부족이다.



공보의 제도는 1979년 도입된 이래 40년이 넘도록 유지되어 오며 농어촌의 필수의료를 책임져왔다. 하지만 복무 기간이 3년으로 고정되어 있는 이 제도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 육군 병사의 복무 기간은 33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되었고, 병사 월급도 지속적으로 인상되었다. 반면 공보의는 여전히 36개월간 근무하며, 그에 상응하는 처우 개선도 더디기만 하다.



이러한 불균형은 결국 의대생들이 공보의 복무 대신 현역 입대나 사회복무요원을 선택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약 1,900명의 의대생이 현역·사회복무요원 입영을 택했으며, 이는 2023년의 162명과 비교했을 때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5%의 의대생이 현행 복무 기간이 매우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그 결과, 보건지소의 공보의 공백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24년 6월 기준으로 전국 1,223개 보건지소 중 558곳, 즉 45.6%에 공보의가 배치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전년의 27.6%에서 무려 18%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결국 농촌에서는 주민들이 몇십 분 거리의 읍내 병원까지 이동해야 하거나, 버스가 하루에 몇 번 안 되는 환경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보의 복무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현역병의 복무 기간은 점진적으로 단축되었지만, 공보의는 46년간 변화가 없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복무 기간을 2년으로 단축할 경우, 공보의 지원자가 현재보다 3배 증가할 것이라는 내부 추계도 제시되었다. 응답자의 95%는 복무 기간이 24개월로 줄어들면 공보의 지원 의사가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반론도 있다. 복무 기간 단축이 실질적인 공보의 인력을 줄여 의료공백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이 역시 지원자 수 증가 전망에 비춰보면 충분히 극복 가능한 문제로 보인다. 복무 기간을 줄여 더 많은 지원자를 확보한다면, 오히려 공보의 당 담당 환자 수를 줄여 업무 부담을 완화하고 진료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복지부는 최근 제도 운영 지침을 개정해 공보의 처우를 일부 개선했다. 정근수당 지급 확대, 경조사 휴가 일수 상향 조정, 배치 기준 재정비 등이 포함되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기적 대응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는 복무 기간의 과감한 단축이 더 효과적인 해법이다.



더불어 공보의 확보만으로 농촌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시니어 의사 지원 사업 확대, 원격 진료 활성화, 공공의대 신설, 지역의사제 도입 등 다양한 장기 대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시니어 의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자치단체가 보건소에 민간의사를 채용할 수 있는 예산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농촌 의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다. 공보의 복무기간 단축은 그 출발점이다. 정부와 국회, 의료계, 농업계가 이제라도 진지하게 협력하여, 붕괴 직전의 농촌 의료시스템을 재건하고 지속가능한 보건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진정한 공공의료의 시작이 될 것이다.

/박용근(전북자치도의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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