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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이란, 그리고 딜레마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6월 22일 14시03분

이란고원은 기원전 4,000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다고 하나, 국가의 역사는 기원전 559년 페르시아가 들어서면서부터이다. 당시 다리우스 1세는 흑해부터 나일강과 인더스강까지 영토를 확장해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기원전 490년 그 유명한 마라톤전투에서 그리스에 패한 뒤 쇠퇴했다가 3세기 초 사산왕조의 페르시아 건국으로 400여 년간 부흥을 누렸다.

아랍인의 침입으로 651년 멸망한다. 이후 약 천 년간은 이란의 암흑기다. 특히 11세기까지 빠르게 이슬람화돼 정체성을 잃었다. 13세기까지는 투르크계 셀주크 왕조, 이어 몽골계 티무르제국이 이란을 지배하게 된다. 그러다 1502년 사파비 왕조가 일어나면서 강력한 이란 민족국가를 형성했다. 당시 수도 이스파한은 ‘세계의 절반’으로 불릴 만큼 큰 번영을 누렸고, 이때 시아파 이슬람이 국교로 정해진다.

이후 사파비 왕조, 잔드 왕조를 거쳐 카자르 왕조로 이어졌다. 1925년 영국과 러시아가 이란을 침탈한다. 이때 무기력한 카자르 왕조에 불만을 품었던 군 관료 레자 샤가 10월혁명으로 러시아가 철수한 틈을 타 쿠테타를 일으켰다. 그는 근대적 공화제 국가를 지향했으나 종교인들의 반대로 다시 왕조로 방향을 틀었다. 이게 팔레비 왕조이다.

팔레비 왕조는 대규모 산업 기반 확충과 국토횡단철도 건설, 공교육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중산층 확대와 산업 발전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정통 이슬람 국가를 원하는 성직자들과 늘 갈등이 지속됐다. 1950년대 닥친 정권 위기를 미국의 도움으로 극복한 후 친미 성향으로 급격히 기운다.

당연히 이스라엘과도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서구 지향적인 팔레비 왕조의 정책은 성직자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고, 팔레비 왕조를 반대하는 전국적인 시위로 이어졌다. 결국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이끄는 이슬람 혁명 세력에 의해 1979년 무너진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나라가 오늘날 ‘이란 이슬람공화국’이다.

개혁의 정치 세력과 전통 수구의 종교 세력 간 싸움에서 종교가 이긴 것이다. 지금도 이란의 정치의 핵심은 ‘이슬람 법학자 통치’이다. 그러나 직선을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중동의 유일한 국가이니만큼 이슬람과 공화국 체제가 공존하는 ‘이슬람 민주주의’ 국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 선제공격으로 중동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명분은 이란 핵 개발 억제라지만,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도가 크다. 여기에 반이스라엘 전선인 시리아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반군, 가자지구의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을 억눌러 후환을 없애려는 전략까지 숨어있다.

과연 전쟁으로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 미군이 전장의 늪이라고 하는 중동 지역에 다시 개입할까?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미국은 지금 분주할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들썩이는 등 흔들리는 세계 경제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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