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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길목]‘피크코리아(Peak Korea)’ 시대의 리더십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7월 16일 15시54분

대한민국은 지금 '피크코리아'라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피크코리아’란 대한민국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성장의 정점에 서 있다는 말로 이제 내리막길에 접어드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과 우려가 반영된 말이다.

과연 그런가? 나는 이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이 말이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동안 대한민국이 성장하는 데 가장 큰 동력이 무엇이었는가와 관련된다.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으로 최우선으로 꼽는 것은 바로 인적 자원이다. 특별한 부존 자원이 없는 대한민국은 뜨거운 교육열과 이를 통해 성장한 다방면의 전문인력이 빠르게 사회 곳곳에 포진하면서 고속 성장을 이끌어 왔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사실로 여겨진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서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들은 간접 경험하였으며, 우리보다 앞서 성장한 나라들의 기술과 지식, 경험을 학습을 통해서 빠르게 습득하였다. 더 놀라운 것은 습득한 경험과 지식, 기술을 우리 사회 전반에 이식하면서 국가의 역량으로 키워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벤치마킹의 승리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우리의 성장 동력은 뛰어난 벤치마킹 능력이었던 셈인데 이제 벤키마킹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피크코리아’라는 말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는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 기후 및 생태학적 위기, AI와 로봇 등 첨단 기술의 상용화, 아군과 적군이 수시로 변하는 국제질서 등 이전과는 성격과 내용이 전혀 다른 새로운 과제의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주된 과제는 우리보다 앞서 같은 과제를 경험하며 해결해간 선행 국가들이 있었기에 그들의 해결방안들을 연구하고 학습하면서 우리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할 수 있었기에 비교적 빠른 속도로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 만나는 과제들은 많은 나라들이 동시에 현재진행 중인 과제로 그 어느 나라도 이를 해결해낸 적이 없어 벤치마킹의 대상이 없는 과제들이다.

더욱이 지금 세계가 겪고 있는 과제는 일시적인 문제나 위기가 아니라 지금까지 형성해 온 사회·경제구조 및 생태계 전반은 물론 생활양식 및 규범, 지적 기반까지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신호를 강력하게 보내고 있다. 즉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기존의 질서와 사회 운영방법 등의 ‘업데이트’가 아니라 새로운 기준과 방향을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리셋’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문윤걸(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벤치마킹에 익숙한 사회에서는 ‘업데이트’는 능숙하지만 ‘리셋’은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리셋’은 변화를 읽어내는 통찰력과 과감한 결단력, 그리고 변화와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신속하게 실행하는 기민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성장 과정에 이러한 과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많은 이들은 세계를 놀라게 하는 K-문화의 열풍이 그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K-문화의 열풍 역시 그 바탕은 우리보다 먼저 세계를 휩쓴 미국과 일본문화의 성장을 벤치마킹하면서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간 과정이 있기에 온전히 우리만의 아이디어로 글로벌 표준과 보편성을 만들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K-문화보다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상황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해결해 간 K-방역이 ‘업데이트’ 방식이 아닌 ‘리셋’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간 첫 사례로 꼽을만하다.

k-방역의 성공에는 세계 어디에서도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었기에 결국 우리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 사례는 ‘피크코리아’를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인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피크코리아’는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인지에 질문하고 있다. 우리의 리더들이 그 답을 어떻게 내는가에 따라 ‘피크코리아’는 오늘의 얘기일 수도 아니면 더 먼 미래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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