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삶의 향기]'K-문화도시'의 출발점은 바로, 교통망 구축이다

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07월 17일 16시02분

과거에 비해 KTX 운행과 고속도로망 확충 등으로 서울에 가는 이동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전주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일은 고역이다. 월초에 일정이 있어 서울로 출장을 다녀왔다. 용산행 기차를 타기 위해 평소보다 더 서둘러 집을 나서야 했다. 한정된 전주역 임시주차장에 주차하기 위해서는 이른 시간 움직여야만 한다. 주차 관문을 통과하고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릴 때면 종종 아는 얼굴을 마주치게 된다. 서울과 전주를 잇는 열차 편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체로 비슷한 시간대의 열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른 아침의 경우 전주역은 언제나 만원이다. 출근 시간대 열차의 혼잡함은 상당하다. 좌석이 매진된 열차에 어렵게 자리를 잡고 서울에 도착하면 자연스레 피로감이 밀려든다. 서울에서 다시 전주로 돌아올 때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매번 반복되는 이러한 경험이 바로 전주가 '교통 오지'라는 표현이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전주는 본래 맛과 멋이 유명한 도시로 손꼽혀 왔다. 지역 곳곳에서 손쉽게 문화를 접하고 나눌 수 있다는 점은 다른 도시에 비해 전주시가 갖고 있는 큰 경쟁력이자 자부심이다. 지난 칼럼에서는 전주의 문화적 강점을 강조했었다. 한옥마을의 정취, 동네 어귀마다 들리는 흥겨운 가락, 전주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비롯해 비빔밥과 백반으로 대표되는 전주의 음식은 우리만의 정체성으로 지역에서 향유된다. 하지만 이러한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전주시를 방문하기 위한 여러 교통 인프라는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다. 소프트웨어를 갖추고도 하드웨어가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주를 방문하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계속해서 늘어간다고 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으로서 실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관광객은 늘어가고 있지만 실상 전주를 방문하기에는 평탄치 않다. 외국인 방문객이 주로 이용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전주까지는 버스로 최소 3시간 이상이 소요되며, 철도 직통노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일정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하루 정도를 할애해 전주를 방문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국내 관광객들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시성과 여러 편리성 높아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교통수단인 기차를 통해 전주를 방문하기에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우선 한정화된 노선으로 배차 간격이 길고, 수도권을 비롯해 강남과의 접근성이 현저히 낮다. 이 외에도 국토의 동부권과 연계가 되어 있지 않아 방문객 대다수가 버스나 자차를 통해 전주를 방문하곤 한다. 주말마다 길게 늘여진 한옥마을 공영주차장의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된 지 오래다.

전주는 또한, 2036년 하계 올림픽의 국내 후보 도시로 선정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선수로 전 세계 유수의 국제도시와 경쟁을 앞둔 상황이나 현재의 교통인프라로는 올림픽 실사단의 합격점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다면 전주를 비롯해 전국 여러 도시에서 종목별로 분산 개최될 예정이다. 육상은 대구, 체조는 충북 청주, 수영과 양궁은 광주 등으로 예정되어 있으나 광주를 제외하고는 전주와의 도로 연결성이 원활하지 않다. 철도망 역시 연계되어 있지 않아,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올림픽 기간 경기 관람을 위해 평균 2~3시간의 장거리 이동이 소요될 예정이다. 실제 지난해 개최된 파리 올림픽의 경우 파리 내에서 경기가 진행되었음에도 장시간 이동의 문제로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올림픽 유치 이외에도 장기적인 전주의 문화 콘텐츠 확장을 위해 교통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더욱 이어져야만 한다.

문화라는 소프트웨어가 더 강조될 수 있도록 그에 걸맞은 하드웨어 구축은 필수이다. 교통 인프라 구축은 전주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현재 진행형 과제이다. 전주의 맛과 멋이 대한민국과 전 세계로 뻗어갈 수 있도록 원활한 교통망이 확충되어야 한다. K-문화의 당당한 대표 도시로서의 모습을 기대한다. /신인철(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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