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온누리]고인 물에 갖힌 붕어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7월 28일 16시14분

지난 24일까지 2,889만 8749명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에 698만 명 신청한 이후 22일 731만 명, 23일 720만 명, 24일 741만 명이 신청한 바, 누적 지급액은 총 5조 2186억 원이다.

이중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779만 3371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은 520만 3626명이며, 부산·대구·인천·충남·경북·경남도 100만 명을 넘었다. 신청률은 인천과 세종이 각각 60.95%, 60.01%로 전체 대상자의 60%를 돌파했다.

소비쿠폰 신청은 지난 25일까지 '출생년도 끝자리' 요일제를 적용중이다. 이후 온라인은 26일부터, 오프라인은 28일부터 요일제와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다.

이에 미처 신청을 못한 경우 이번 주에도 신청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2,300여 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 장자는 '학철부어(涸轍鮒魚)'라는 문장을 남겼다.

물 마를 학(涸), 수레바퀴 자국 철(轍), 붕어 부(鮒), 고기 어(魚)로, 직역하면 수레바퀴 자국으로 고인 물에 갇힌 붕어를 의미한다.

'학철부어'는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에 있는 붕어로 곤궁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轍鮒之急(철부지급), 涸鮒(학부), 涸轍(학철), 涸鱗(학린) 등으로도 쓰는데 '大宗師(대종사)'편에 나오는 ‘泉涸之魚(천학지어)’를 부연한 우화이다.

'장자의 (잡편) 제26편 외물(外物)에 '모든 일은 때와 경우에 알맞아야 한다'는 게 '학철부어(涸轍鮒魚)'이다.

'물이 말라버린 수레바퀴 자국에 있는 붕어'는 '몹시 곤궁하거나 위급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비유한다.

'장자'는 집이 가난하여 먹을 게 없어 식량을 빌리러 '감하후'에게 갔다. '감하후'가 말했다. "좋소. 내가 세금을 받으면 그대에게 황금 300냥을 빌려주겠소. 이렇게 하면 되겠소?" '장자'가 벌컥 화를 내며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어제 제가 오는 도중에 누군가가 나를 불러 돌아보니 수레바퀴 자국에 붕어가 있다. 제가 붕어에게 물어보았소. '붕어야! 너는 뭐하는 놈이냐?' 붕어가 답했다.

'저는 동해에서 파도를 관장하는 신하입니다. 조금이라도 좋으니 선생께서 여기에 물을 부어 저를 살려주시겠습니까?' 제가 답했습니다. '좋소. 내가 남쪽에 있는 오나라와 월나라의 왕을 설득해서 서강의 물을 끌어와 당신을 맞이하도록 하겠소. 어떻소?' 붕어가 벌컥 화를 내며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저는 지금 늘 함께하던 물이 없어, 몸을 보존할 곳이 없소. 저는 물이 조금만 있어도 살 수 있는데, 선생이 이렇게 말하니 차라리 건어물집에 가서 저를 찾는 게 낫겠네요'

정부는 21일부터 ‘민생 회복 소비쿠폰’ 신청을 받고 있다.

전 국민 15만 원에서 계층별로 최대 55만 원 상당을 지원하고, 5,000만 원 이하 빚을 진 사람들에게 탕감과 아울러 외국인도 일부 대상자라고 한다.

이번에 쿠폰 신청을 해야 하나, 내가 지금까지 세금 냈으니 당연히 받아야 하지 않나, 내가 받지 않으면 그 돈은 어디로 가나, 일단 받아서 필요한 곳에 기부할까, 나라가 빚을 내서 준다는데 미래세대에게 부담이 된다니 신청을 안 하겠다 등 ‘민생 회복 소비쿠폰’을 둘러싸고 많은 이야기가 들려 온다.

꼭 필요한 계층에게 지원하는 것에 토를 달 국민은 없을 것이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소기업·소상공인 10명 중 8명은 소비쿠폰을 통해 내수 회복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채무 조정기구(배드뱅크)를 통한 조정은 반대가 더 많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노란우산 가입자(소기업·소상공인공제) 3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새정부에 바라는 소기업·소상공인 정책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새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소기업·소상공인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내수활성화 및 소비촉진(39.4%)’이 가장 많았다. 이어 ‘금융지원(32.4%)’ ‘사회안전망 강화(12.0%)’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주부터 시행된 ‘민생회복 소피쿠폰’의 내수활성화 효과를 묻는 질문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응답한 비중은 81.1%로 조사됐다. 소기업·소상공인들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통해 내수회복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자가 말한 붕어의 처지처럼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민생 회복 지원쿠폰’으로 양심을 괴롭히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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