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전북에서 만나는 이성계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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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편협하고 주관적인가? 학창 시절 접한 역사 교과서나 아동용 도서, TV 드라마 등을 통해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동 정벌을 둘러싼 최영 장군과의 갈등과 위화도 회군, 조선 개국까지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태조 이성계의 역사는 발로 뛰고 몸으로 느낀 역사가 아닌 책으로 익힌 죽은 역사였을지도 모른다.

우연한 기회에 전북특별자치도와 로컬콘텐츠연구소가 기획한 ‘조선 개국의 서광-다시 만나는 영웅, 태조 이성계’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이성계 관련 유적지 67곳 중 76%인 51개가 전북에 분포하고 있다 한다. 이 프로그램은 총 10회에 걸쳐 이들을 답사하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내가 참여한 7회차 프로그램에는 전북 이전 공공기관 종사자와 교사 여행카페 ‘또나여(또다른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회원들이 함께했다.

이번에 진행된 프로그램은 1박2일 동안 임실 상이암, 진안 마이산 은수사, 장수 뜬봉샘을 둘러보는 코스였다. 완주에 11년을 살았지만, 모두 생소한 곳이었기에 기대감은 컸다. 상이암에 올라가는 길은 호젓했지만, 무더운 날씨에 무척 힘들었다. 그 힘듦을 잊게 해준 것은, 상이암 경내에 자리 잡은 120년 수령의 화백나무였다. 한 몸통에서 뻗어 나온 9마리 용이 여의주를 다투는 듯한 형상으로, 9개의 줄기가 서로 엉켜 올라간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상이암은 이성계가 황산대첩에서 왜구를 크게 무찌르고 돌아가던 중 무학대사의 권유로 찾은 곳이라 한다.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드린 후 하늘에서 3번 들려온 ‘이공(李公)은 성수만세를 누리라’는 계시를 듣고 바위에 ‘삼청동(三淸洞)’의 3글자를 새겼다고 한다. 무학대사가 상이암 행을 권한 이유는 태조 왕건 역시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드리던 중 관음의 계시를 얻었기 때문이라 하니 상서로움이 어린 곳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진안 마이산에 있는 은수사(銀水寺)였다. 마이산에는 여러 번 가 보았지만, 관심은 탑사에 집중되었기에 은수사는 생소했다. ‘마이산 하면 탑사’라는 고정관념은 얼마나 우리의 지식의 폭을 좁히는가? 은수사는 이성계가 새로운 왕조를 꿈꾸며 기도했던 곳으로 기도하면서 마신 샘물이 마치 은처럼 맑아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이곳에서 주목할 유물은 태극전에 모신 ‘몽금척수수도’와 ‘일월오봉도’이다.

몽금척수수도는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 꿈속에서 신령에게 금척(金尺)을 받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금척은 박혁거세 시절부터 왕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에 이 꿈은 이성계가 왕이 될 운명임을 암시하고 있다. 함께 모셔진 일월오봉도는 해와 달, 그리고 동서남북과 중앙에 있는 5개의 봉오리를 그린 그림으로 왕을 상징한다.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왕의 어진을 대체해 왕이 모셔진 장소에는 일월오봉도가 있다고 한다.

‘진안 치유의 숲’에서 힐링의 1박을 한 후 이틀째 일정으로 장수 ‘뜬봉샘’을 찾았다. 뜬봉샘에서 발원한 금강은 전북과 충북, 충남을 거치며 400km 길을 굽이굽이 흘러간다.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발원’이란 신비감을 준다. 새로운 시작. ‘뜬봉샘생태공원’에서 시작해 호젓한 신무산 계곡을 2.5km 거슬러 올라가면 뜬봉샘에 닿게 된다.

이성계가 나라를 얻기 위해 전국의 영산에서 기도를 드리던 중 신무산 중턱의 골짜기에서 무지개를 타고 오색찬란한 봉황이 날아오르는 것을 보았다. 이성계는 봉황이 날아간 자리에서 새 나라를 열라는 계시를 듣고 샘 옆에 제단과 함께 상이암을 짓고 샘물로 제수를 준비해 천제를 드렸다. 이후 금강의 발원지인 이 샘은 봉황이 날아올랐다 해서 뜬봉샘으로 불리게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는가?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새로운 왕조와 변화에 대한 이성계의 열망을 느껴 보았다. 전문 가이드의 전국에서 기가 가장 강한 곳을 찾는다는 소개는 허언이 아니었다. 3곳의 이성계 유적지 방문과 함께 마지막으로 진행된 승마 체험으로 영웅의 호연지기를 마음에 깊이 새겼다. 전북이 이렇게 매력적인 곳임을 새삼 느끼게 된 것은 덤이다.

/국립농업과학원 식물병방제과 박진우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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