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온누리'죽봉(竹峯)' 고용집(高用輯) 선생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8월 19일 16시02분

조선시대 중엽 문학의 대가로 알려진 '죽봉(竹峯)' 고용집(高用輯, 1672~1735년) 선생은 군산 임피 술산 죽봉마을 출신이라고 한다. 지금의 현 대야면 죽산리 탑동마을이 해당되며, 그는 조선후기 최고 문장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선생은 탑동마을에 있는 '죽봉(산봉우리)'을 자신의 호‘로 쓰고, 서당을 만들고, 족보를 만들었으며 조그만 연못을 만들어 연못가에는 꽃을 심고 정자에 올라 시를 짓고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여기의 '죽봉(竹峰)'은 물론 지명도 된다. 호를 지을 때 지명을 활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그러나 또 대나무 봉우리 형상의 지명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나무처럼 곧게 우뚯솟은 봉우리가 되라’ 호와 지명을 지을 때 이같은 일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한글학회의 '한국지명총람(1981년)에 의하면 죽산리(竹山里)는 본래 임피면 남이면 지역으로 원래 죽산(竹山)이었다.

1914년 행정구역통합으로 인해 죽산리가 되어 옥구군 대야면에 편입됐다. '죽산(竹山)'은 장자골(장자, 장자도) 동쪽에 있는 탑이 있는 마을로 나온다. 탑동(탑골)과 죽산은 지명에 존재하지만 ‘죽봉’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죽산(竹山)'이 바로 죽봉일 수 있다. 그가 살았던 지명 '죽봉(竹峯)'은 죽봉과 죽동(竹洞) 등으로 '죽봉집'에 여러 번 등장한다.

'취음(醉吟)'엔 '오늘 죽봉(竹峯) 아래에서 늙은 마음이 즐겁고 기쁘다네', ' 백장후음(白場後吟)'엔 ’당일 관성(關城)에서 백일장을 시행했다. 죽동(竹洞)의 탄식을 견뎌내니 가을 바람이 극진하네’, ‘차김북헌봉암운(次金北軒鳳巖韻)’엔 ‘대나무꽃(竹花) 둘러싼 마을에 국사가 찾아오고’, ‘초당운(草堂韻)’엔 ‘죽봉(竹峯)이 우뚝 솟아 호남 땅을 누르니 기이하고 오묘한 빛 이 몸을 보호하네’로 각각 나온다.

‘사시가(四時歌)’의 ‘춘가(春歌)엔 ‘죽봉(竹峯)에 봄이 오니 초가집이 따뜻하고’, ‘하가(夏歌)’엔 ‘내가 죽봉(竹峯)의 자그마한 집을 사랑한다’, ‘추가(秋歌)’엔 ‘가을로 들어서니 죽봉(竹峯)엔 초가집이 맑고’, ‘동가(冬歌)’엔 ‘내가 죽봉(竹峯)을 사랑하여 집 하나가 있으니’ 등으로 소개된다. 또 ‘짓다(又)’는 30번에 걸쳐 죽봉(竹峯)이 나온다. ‘죽봉을 노래하고 죽봉을 읊으니, 노래하고 읊는 것이 언제나 죽봉을 향해 길이 드날리리로다. 죽봉 속에 태어나 죽봉에서 늙어가노라’

그는 숙종시대부터 영조시대까지 격변의 환국시대를 살아간 문장가로 3권1책 209수의 한시, 수필, 축문, 편지글, 기행문을 포함, 노론의 입장에서 영조에게 올린 상소문, 행장, 만장등을 남겼다.

1938년 임피 월하리 영모재에서 후손들이 '죽봉집'을 편찬했다. 2016년, 한자로 된 ‘죽봉집’을 한글화 작업을 마치고 현재까지 4회에 결쳐 학술대회를 개최된 바 있다. 대야면 죽봉에 남아있는 선생의 묘소는 면암 최익현선생이 찬술해 비문을 쓰고 후손들이 세웠으나 대나무에 가려 초라하게 남아있다.

점점 황폐화되어 가고 있어 후손들 및 선생의 문장을 아끼는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으며 군산문인협회를 비롯, 뜻있는 명사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선생의 묘소가 문화재로 지정, 이 땅을 살아가는 후손들이 그를 기리는 현자들의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선생의 효심 또한 대단하여 선생의 영향으로 온마을 사람들이 부모에 대한 효심이 지극한 마을로 알려졌고, 죽봉 후손 중 ’일가3효‘(一家三孝)를 배출한 마을이기도 하다. 조선 마지막 왕 순종이 한 가족 중 어머니와 두 아들의 지극한 효행을 기려 일가3효정려서(1925.10)를 내려주었고, 정려비가 접산 고씨 종산에 남아 기리고 있다. 옥구들노래를 1000년 전에 부르고, 사찰과 석탑을 세워 불교문화를 꽃피웠던 마을에 죽봉선생이 태어나 선생의 상소문이 승정원일기에도 수 회에 걸쳐 등재됐다. 2016년 한 선구자(임피종친회, 고석교 전 회장)의 열정으로, 고씨 종친만으로 죽봉집을 한글화 작업을 마치고 종친들만이 힘을 모아 죽봉 선생 기념 학술대회를 4회에 걸쳐 고씨 종친들이 진행했다. 비교적 나이든 어른들이 한푼 두푼 모은 씸짓돈으로 행사를 치르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 이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군산시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할 때다. 죽봉선생의 시문을 통하여 배우고자 제5회 학술대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오는 11월 군산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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