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일상의 틈새 있는 기억과 감각, 사유의 흔적 예술적 언어로 풀어내

전주 교동미술관 본관 1전시실서‘일상의 숨겨진 것들’전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8월 25일 14시23분

전주 교동미술관이 26일부터 31일까지 두번째‘일상에 숨겨진 것'전을 갖는다.

전시는 김미소, 김미영, 데릭 핀(Derrick Finn), 정은경, 한준 등 다섯 명의 작가가 함께 참여해, 일상의 틈새에 숨어 있는 기억과 감각, 그리고 사유의 흔적을 예술적 언어로 풀었습니다.

'일상의 숨겨진 것'전은 익숙한 사물과 풍경 속에서 쉽게 지나치기 쉬운 순간들을 새롭게 조명한다. 회화, 섬유, 자수등 다양한 매체가 어우러지며, 관람자들에게 보이지 않던 일상의 결을 발견하기 바란다. 각 작가는 저마다의 시선으로 평범함 속의 특별함을 드러내며, 서로 다른 예술 세계가 한 공간에서 교차하고 공명하도록 구성했다.

김완순 관장은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 감상을 넘어, ’일상‘이라는 공통된 키워드를 통해 삶을 다시 바라보는 통찰의 기회를 마련하고, 나아가 반복되는 하루의 풍경 속에서도 여전히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과 의미를 찾아내도록 하였으면 한다"고 했다.

수연(繡硏) 김미영의 '까치 호랑이(鵲虎圖)'는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친숙한 그림, '까치 호랑이'를 선보인다. 이 그림은 신년보희(新年報喜)의 의미를 갖는다. 가치와 호랑이의 그림을 같이 그려 기쁨을 전하는 길상화이다. 호랑이와 까치가 같이 있는 그림을 보희(報喜), 소나무는 정월을 뜻하므로 신년보희의 의미를 갖는다. 즉, 새해를 맞이하여 기쁜소식이 들어온다는 뜻을 갖는 그림이다. 작가는 이 익숙함 속에 숨겨진 깊은 이야기의 결을 실과 바늘로 다시 한번 풀어냈다. 작품 속 호랑이는 단순히 용맹한 맹수가 아니다. 때로는 어수룩하고 인간적인 표정 속에 삶의 고난과 시름을 막아주는 든든한 수호자의 염원이 담겨 있다.

작가는 한려대학교(보건학부) 언어치료 예술치료학과 석사를 졸업, 통일미술대전 대상, 전주전통공예전국대전 금상 등을 차지했다. 전북전통공예인협회 초대작가, 김미영전통공예공방 '수연아트' 대표, '수연A&F' 대표/한국 전통자수문화원 임원, 대한명인회 동양자수 명인(제09-229-01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미소의 'The Megalopolis Unveiled'는 그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을 통해,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익명성과 군중 속 고립,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기묘한 연결감을 담아낸다. 작가는 직관적인 선, 비틀린 형태, 유머와 풍자를 담은 색채로 인물들의 내면을 드러낸다. 그 얼굴들은 웃음과 슬픔, 날카로움과 연약함이 공존하며, 복잡한 감정의 층위를 형성한다.

이는 단순한 초상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이 한 화면에 모여 만들어내는 ‘도시의 집단 초상’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사는 이 거대한 도시에서, 나는 누구이며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메릴랜드 대학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6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영문학 석•박사, 미술석사다.

정은경 작가의 작품은 염색과 자수, 그리고 실크의 질감과 결합, ‘일상 속에 숨겨진 풍경을 구상한 결과물이다. 화면의 바탕은 손염색을 통해 자연스러운 색 번짐과 결을 만들어내고, 그 위에 세밀한 바느질과 드로잉적 선을 더해 시각적 깊이를 형성했다. 색의 층위와 실의 결은 겹겹이 쌓인 기억과 감정을 은유하며,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순간 속에 깃든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바람이 머무는 자리‘는 시간이 흘러도 마음 속에 사라지지 않는, 마치 빛을 머금은 듯 반짝이며 남아 있는 기억을 표현했다. 바래지 않는 빛처럼, 삶속에서 오래도록 빛을 머금은 기억을 상징한다. 둥글게 겹쳐진 노란색 점들은 나뭇잎이자 빛의 알갱이처럼 화면을 가득 채우며,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생명력을 담아냈다.

'변주된 풍경'은 붉은 하늘과 녹색의 빛, 그리고 그 사이를 가득 메운 점과 원형의 자수가 어우러져 마치 꿈 속의 정원을 연상시킨다. 반복되는 원과 선은 식물의 형태이자, 일상 속 반복되는 날들의 리듬을 상징한다.

'기억의 정원'은 보라색과 초록이 교차하며, 그 위에 간결한 선과 형태가 새겨져 있다. 이는 현실과 상상이 만나는 경계, 그리고 그 경계 속에서 피어나는 사소한 발견들을 표현에 다름 아니다.

작가는 작업들을 통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표현했다. 화면 속 색채와 선, 그리고 질감은 제가 느낀 공기, 빛, 바람, 시간의 흐름을 담은 작품이다.

작가는 10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 전국한지공예대전 초대작가, 전주한지조형작가, 한국미술협회, 전북공예가협회, 한국공예문화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준의 작업은 주체가 변화되는 기생생물인 ‘ 동충하초 ’ 라는 소재를 사용한다. 개인을 구성하고 있는 환경적 요소들을 분할해 개인과 사회, 자아와 타아 등을 분할, 객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좁게는 자신을 객체화해 제3자로서 관조하려 시도하는 작업을, 넓게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탐구와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전주를 기반으로 작업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작가이자, 전주의 대안문화공간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학예업무를 진행하는 객원 큐레이터이다. 전북대학교 예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23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단체전, 전시기획,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네트워킹 활동 등을 진행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데릭 핀(Derek Finn)은 근시를 자신의 장점으로 삼아 지난 15~20년 동안 거의 동일한 스타일로 작업해 왔다. 보통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가능한 한 프로젝트에 가까이 다가가 섬세하고 디테일한 선을 그리기 위해 안경이나 렌즈를 벗는다.

핀의 현재 프로젝트인 매우 세부적인 나무 개구리는 수십 시간의 작업이 소요됐으며,앞으로도 수십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그의 스튜디오에는 부분적으로 완성된 작품들이 쌓여 있고, 완전히 완성된 작품들로 가득 찬 벽이 늘어서 있다. . 이 모든 작품들에는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시간'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선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핀은 "내 작품에서 직선이 직선과 만나는 일은 없다"고 한다. 핀은 주로 검정 먹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대체로 흑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그는 다양한 기법을 활용, 작품에 색감을 더한다.

일례로, 수채화를 사용, 배경에 색을 입히거나, 간단한 색상의 샤피 마커로 특정 부분에 악센트를 주기도 한다. 또 다른 독특한 기법은 커피를 활용하는 것이다. 종이에 액체를 바른 후, 가운데에 얼룩을 만들어 밝은 색의 윤곽선을 형성, 초기 형태와 인물을 표현하거나 와인을 사용해 코뿔소 작품을 제작한 경험도 있다.

핀은 전주에서 인터넷을 통해 프리랜서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오타와의 Algonquin College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이후 핀은 전 세계를 여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호주와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1년, 대만에서 4년을 보냈으며, 그 외에도 여러 나라를 배낭 여행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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