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자보자 했더니,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이젠 고삐 풀린 망아지 발광이다. 놀랍게도, 올해의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이번엔 역사 이래 제일 더웠다는 팔월염천에 개최되었다. 그 이유도 가관이다. 이때가 ‘휴가철’이라 외부 관광객들이 전주에 관광 오는 철에 맞추어 하자는 뜻으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축제 날짜를 주관처 마음대로 또 변경시켜, 일반 도민들은 언제 어디서 이 행사들이 열리는지도 몰랐다.
이 축제를 개최하는 주최기관(전라북도) · 주관기관(소리축제조직위원회)은 이 전주세계소리축제를 무슨 관광 상품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늘 기회 있을 때마다 얘기하지만, 지역축제란 그 축제를 주관하는 주체인 그 지역 주민들이 자기 지역민들의 역사 · 전통에 기반한 지역 주민으로서의 정체성 확인과 활성화를 위해 주기적-정기적으로 벌이는 일련의 자주적인 집단적 문화행위를 말한다.
아주 간단한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그 대표적인 사례로 우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강릉단오제이다. 이 축제는 우선 그 주체가 강릉시민들이어서 이 축제 행사 특히 전야제 행사 때는 강릉시 각 34개 동민들이 축제 전에 미리 ‘신주미神主米’를 봉납하고, 전야제날 밤에는 자기 동의 상징물을 앞세우고 동별 축제 퍼레이드에 참여하여 축제의 분위기를 집단적으로 조성하고, 이 축제의 정체성을 주민들 스스로 확인한 다음 축제가 시작된다.
그런데, 전북특별자치도 도민들의 세금을 매년 30억씩이나 들여 개최되는 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도민들이 직접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단 하나도 없다. 축제 추관도 전북 도민들이 아닌, 서울 사는 소리축제조직위원장과 총감독이 주로 서울 사람들 중심의 외부인들을 데려와, 전체 예산의 70~80프로 이상의 책정 예산을 다 가져가고, 전북지역 참여 단체나 개인은 그저 ‘양념식’ 끼워 넣기로 취급당하고 있다.
이에 비해, 강릉단오제의 예산은 2025년 예산으로 195억인데, 이 중에 외부 단체 및 개인에 할당되는 비중은 행사 전체의 20~30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전주세계소리축제는 그와는 정반대 현상을 만들어 놓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위대한 소리문화’를 제대로 활성화해서, 전 세계에 떨치자는 취지로 시작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이젠 전국에 제일 가난한 우리 전북특별자치도 도민들의 그 소중한 세금을 뜯어내어 외부 출연자들의 배만 채워주는 알량한 식민제국주의식 사이비 축제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를 바꾸기 위해 전북의 뜻있는 몇몇 기관 단체들이 2년 동안이나 전북특별자치도 도의회에서 세미나를 개최하고 문제점 해결을 위한 대안들을 제시하였지만, 근본적인 분위기는 하나도 바뀌지 않고 있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전북지역 주민들의 자주적인 참여나 자주적인 프로그램 구성이나 운영은 아예 싹 다 제외되고, 서울 사는 소리축제 조직위원장과 서울 사는 소리축제 총감독이 알아서 주관해서, 자기들 마음대로 계획을 세우고 프로그램을 짜고, 그에 따라 가난한 전북특별타지도 도민들의 세금 대부분을, 전북지역이 아닌 서울 중심의 다른 지역 참여자들이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전국 제일의 ‘소리문화’ 전통을 수립해 놓은 우리 전북의 소리문화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지속되어온 24년 동안에, 그야말로 ‘폭망’의 늪에 빠져 있다. 이 전주세계소리축제 실행 24년 동안에 이 700억 원이 넘은 도민 혈세 예산은 그 대부분이 다 외부로 빠져나가, 전북 소리문화 ‘폭망’에 크게 기여해 왔다. 이 아까운 예산들을 ‘전북의 위대한 소리문화’ 진작과 활성화에 투자했더라면, 지금쯤 우리 전북의 소리문화는 분명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소리문화 시장에 우뚝 서 있을 것이다.
우리문화의 모든 분야가 이제 ‘K-culture’라는 명패를 달고 전 세계 문화시장으로 힘차게 뻗어 나아가는 이 마당에, 전북특별자치도는 지금도 우리 전북의 소리문화는 ‘세계소리축제’라는 미명하에 계속 하대하여 음지에 처박아 두고, 일반 도민들의 참여 통로마저 거의 완전히 폐쇄시킨 채, 외부인들의 손에 의해 주로 외부의 소리들 중심으로 끌어다가 벌이는 이 사이비 축제 행사를 지금도 아무런 반성도 없이 꾸역꾸역 벌이고 있다.
전북지역 대다수 일반 도민들은, 언제 어디에서 이 축제라는 이름의 행사를 하는지도 모르게, 주최 주관하는 자기들끼리만 우물쭈물 몰래 치르고 마는 이런 요상스런 ‘전주세계소리축제’라는 도깨비 장난식 행사를, 이 ‘축제’가 결코 아닌 이 ‘돈 놓고 돈 먹기식’의 자본주의적 ‘이벤트’ 행사를, 우리 도민들은 언제까지나 더 우두커니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까. 앞으로도 계속 이러고 있으면, 우리 전북의 ‘소리문화’는 어떻게 어디로 사라지게 될까. 제가 가진 장점을 실리는 게 아니라, 제가 가진 장점들을 죽이기 위해 하는, 이런 ‘자살식’ 사이비 축제 행사는 이젠 반드시 하루빨리 척결되어야만 한다. /김익두(사단법인 민족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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