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한가운데]잠 못 이루는 밤, 스마트팜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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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생각이 많으니 잠이 안 오지~”

둘째 딸아이의 지청구가 떠오른다. 며칠 전에도 새벽 두 시, 번개와 천둥 소리에 눈을 떴다. 베란다와 거실 유리창을 닫았는지 확인하고 다시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고 생각만 꼬리를 물었다. 의사들은 밤 11시에서 새벽 2시까지 깊이 자야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걱정을 한다고 해서 잠이 오는 건 아니었다.

5~6년 전부터 20평짜리 텃밭을 가꾸고 있다. 양동이로 퍼붓는 듯한 폭우로 대파, 방울토마토, 애플수박, 가지 수확은 물 건너갔다는 아쉬움에 뒤척이곤 한다. 농민 한 분이 밭을 조금 내어주셔서 봄마다 종자와 모종을 사다 ‘농사꾼 흉내’를 내고 있는데, 덕분에 사무실 직원과 봉사자들의 점심 식탁은 늘 풍성하다. 해마다 김장 배추도 자급할 수 있다.

요즘은 고추 따서 말리기에 바쁜 시기인데, 연이은 폭우와 열대야로 수확과 가격이 걱정이다. 노지와 하우스에서 농산물을 길러 생계를 잇는 농민들, 식재료 인상으로 어려운 외식업계, 그리고 장바구니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까지 모두 한배를 타고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다음 주에는 스마트팜 입문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강의가 있다. 주제는 스마트팜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판매할 때 필요한 소비자법 규정, 피해 사례, 그리고 불만 처리 방법이다. 최근 방문한 마트에서는 인공지능(AI)과 스마트팜 기술을 접목해 ‘저탄소, 친환경 인증, 신품종’이라 홍보하며 차세대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었다. 인공지능으로 선별했다는 끝물 수박을 사서 먹어보았는데, 끝물이라 그런지 당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온 상승과 강수량 증가, 집중호우,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등으로 스마트팜 육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생육 안정성과 생산량 확보, 그리고 농산물 가격 안정 측면에서 스마트팜을 환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현실도 있다. 작년 7월, 32세 청년 농부가 고향에서 생을 마감했다. 부모와 형제와 함께 인삼, 콩, 밀 농사를 지었지만, 이상기후와 빚의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고 한다. 요즘 광역자치단체마다 청년농을 대상으로 스마트팜 자금 지원과 교육생 모집을 활발히 하고 있다. 2억, 3억 원씩 대출을 받아 도전하는 청년들이 모두 성공해 빚을 갚고 수익을 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정부는 청창농(청년창업농) 선발자에게 상환 기간을 최대 20년으로 늘렸지만, 그 이전에 대출을 받은 청년농들은 빚을 갚기 위해 전답을 팔거나 부모, 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상황이다.

소비자는 청년농이든 노지에서 농사짓는 농민이든, 신선한 농산물을 적정한 가격에 살 수 있으면 된다. 하지만 정부는 농촌을 떠나지 않고 꿋꿋이 버티고 있는 청년농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일부 청년농들은 대출 상환 유예나 대환 대출 전환을 호소하고 있다. 빚은 당연히 갚아야 하지만, 농촌 연구자들의 말처럼 무엇보다 젊은 청춘을 살려야 한다.

스마트팜은 단순히 식물의 생장 환경을 제어하는 기술이 아니다. 사람과 식탁, 생산과 소비,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는 다리다. 소비자는 ‘어디서, 어떻게 길러졌는지’를 알 수 있는 얼굴 있는 농산물을 원한다.

오늘도 거센 빗줄기가 창을 때리는 저녁, 딸아이에게 문자가 왔다. 세상만사 걱정은 내려놓으라며, 진짜 걱정거리는 90%도 안 된다며 잠 잘 자라는 안부였다. 자식이 곧 선생이다. 앞으로도 딸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며 살아야겠다./김보금(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지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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