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고창 농와정(農窩亭) 복원해야

조덕승의 ‘농와중건기’와 김정회의 ‘농와정기’에 소개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1월 18일 14시03분

고창 '농와정(農窩亭)'을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에 '농와유고'를 공동으로 번역한 학자들과 후손들은 농와정의 복원됐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농와정기'에 따르면 고인돌유적지 근처에 농와정(農窩亭)을 설립했다. 하지만 지금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창산(昌山) 조덕승(曺悳承)의 ‘농와중건기(農窩重建記)’와 보정(普亭) 김정회(金正會)의 ‘농와정기(農窩亭記)’에 당시의 모습이 잘 드러란다.

조덕승의 ‘농와중건기’엔 ‘농와’의 규모가 소개된다.

‘공이 세상을 떠난지 10년이 채 못되어 와(窩)는 기울어져 지탱하지 못했다. 이에 아들 기성(箕聖), 기주(箕疇), 기홍(箕洪), 기학(箕學)과 문인 강창영(姜昌永)·김기명(金箕明)이 상의하여 중건하기로 했으나, 옛터가 비좁고 또 여염집과 너무 가까이 있어 오랫동안 경영하지 못했다. 이에 동북쪽으로 수후(數喉)의 땅을 살펴보니 도산천(道山川)이 동쪽에서 흘러와 북쪽으로 지나가고, 또 서쪽으로 흘러 인천강(仁川江)에서 만난다. 방장진(方丈鎭)이 드넓게 동서쪽의 산기슭에 우뚝 솟아 있고, 인강을 향하여 끌어안고 있었다. 들판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시냇물이 구불구불 흐르다 모여들어 미(湄)가 됐다. 미(湄)의 벽은 돌로 둘러싸여 있고, 격하게 흐르는 물은 철썩철썩 소리를 만들어낸다. 미(湄)의 수면은 바람이 살랑대고 고요히 무지개가 뜨며, 큰 자라·악어 ·물고기·자라 등이 살고 있다. 이 지역이말로 석인(碩人)의 너그러움을 용납할 수 있었다. ‘모두 4개의 시렁이 있고, 가운데에 서늘한 정자를 만들고, 남북으로 나누어 온돌방을 만들었다. 기와로 지붕을 하고, 축대는 주춧돌로 하였으며, 담장을 사면으로 둘렀으니 완전하고 아름답다 이를 만하다’

이번 유고집에 수록되지 않은 스승 임헌회의 편지와 동향의 후학 보정 김정회가 찬한 '농와정기'를 발굴, 부록으로 소개했다.

‘섬돌을 감돌아 흐르며 소리를 내고, 산봉우리가 앞에서 공손하게 읍하고 있으며, 논밭은 기름지고, 새와 물고기들이 풍부하다. 농사꾼의 소리와 나무꾼의 노랫가락이 그 사이에서 끊이지 않으며, 한 지역의 좋은 경치를 다하였는데, 처마 사이에 큼직하게 '와' 두 글자를 걸어놓고, 자손들로 하여금 여기에서 학업을 익히고 거문고를 타며 경전을 외는 소리가 끊이지 않도록 했다. 농사로 인해 학문을 하고, 움집을 변화시켜 정자를 만들었으니, 그 당일에 거처한다'는 것과 '경계한다'는 것이 이에 이르러 선업을 잘 계승되고 전술되었다. 공의 영혼이 어둡지 않으시다면 비로소 "나에게는 훌륭한 후손이 있기에 기업을 버리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나는 원컨대 '농' 두 글자를 드러내어 세상에서 밭갈이하면서 대충 거칠고 함부로 하고, 김매기를 하면서 엉성하고 소홀하게 하는 자들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농와정기'에 따르면 고인돌유적지 근처에 농와정(農窩亭)을 설립했지만 지금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최근들어 고창 출신의 유학자 농와(農窩) 김상준(金相晙, 1851~1920) 선생의 저서 '농와유고' 국역본(신아출판사, 신국판 양장, 552쪽) 이 발간됐다.

전주대학교 한문교육과 출신으로 한문학을 전공한 이은혁(李銀赫) 박사와 동양철학을 전공한 이형성(李炯性) 박사가 공역했다. 유일한 필사본을 저본으로 삼아 국역함으로써 고창의 유학적 전통과 난세기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문헌자료이다.

선생은 조선 말기에 고창에서 태어나 한말과 일제 강점기를 목도하고, 3･1운동이 일어난 이듬해에 서거했다.

선생은 전재(全齋) 임헌회(任憲晦, 1811~1876)의 문인으로 10세 연상의 간재(艮齋) 전우(田愚)와는 동문이다. 학맥으로 보면 율곡 이래 사계 김장생과 신독재 김집, 우암 송시열로 이어지는 기호학파의 학맥에 속한다.

조선 말기 유학계는 화서(華西)･한주(寒州)･노사(蘆沙)･간재학파로 불리는 이른바 4대 학파의 치열한 심설(心說)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선생은 이러한 논쟁을 구이지학(口耳之學)으로 여겨 참여하지 않았으며, 시대적 격변기에 유학과 전통문화의 위기를 맞아 향리에 은거하며 후학을 양성하였다.

이번에 국역된 '농와유고'는 3권 1책으로 구성된 유일한 필사본을 저본으로 삼았다. 권상에는 시 188제 193수와 만시(挽詩) 21수가 실려 있다.

권두에 '염락풍아(濂洛風雅):의 시를 차운한 도학시(道學詩) 4수를 배치했다. 시 가운데 차운시(次韻詩)가 45수이며, 일상의 풍경과 감회를 노래한 것이 대부분으로 평담(平淡)한 무욕의 삶이 점철되어 있다.

고창 문수사의 강회(講會), 내소사의 강회, 아산 인천강 등 전북의 이야기가 여러 곳에서 펼쳐진다.

잡저로 서(書) 21편, 서(序) 7편, 기(記) 7편, 설(說) 14편, 행장 1편, 실록 2편, 천장(薦狀) 2편, 문(文) 3편, 제문(祭文) 3편, 잠(箴) 1편, 명(銘) 5편, 논(論) 4편, 부(賦) 1편, 사(辭) 1편이 실려 있다. 권하에는 부록으로 농와 선생이 받았던 서간과 '농와호서', '가장', '농와중건기', '묘표', '발'등이 수록되어 있다.

선생이 일제강점기에 돌아가신 까닭에 문집을 간행하지 못했고, 훗날 후손들이 산일된 문편들을 수집, 필사한 유일본 '농와유고'와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 엮은 '간독첩(簡牘帖)'이 문중에 소장되어 있다. 문집의 서문을 쓴 족종손 김훈석(金勳錫, 1884~1953)은 농와선생의 일생을 ‘은거행의(隱居行儀) 낙선호학(樂善好學)’여덟 글자로 귀결했다.

'하늘을 우러러 일월의 밝음을 보고, 세상 만물의 성대함을 굽어살피며, 기미(氣味)를 소요하고 정신을 상양(徜徉)한다. 그러다가 쾌활(快闊)하게 자득하니 한가롭고 고요함이 조금씩 펼쳐진다. 정원에서 서성거리며 소나무와 국화를 사랑스레 어루만진다. 뛰어난 흥취가 펼쳐진 밭과 들녘을 오가고, 풍년이 든 벼를 바라보며 내 생애 주어진 날에 유거(幽居)의 맛을 느낀다. 천지 사이에 다시 무슨 즐거움이 있어 이런 맛을 대신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202쪽, 자신의 삶을 서술한 '유거실기' 일부)'

선생은 '농와자호설'이라는 글에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하였듯 농(農)은 근본을 중시하는 뜻에서 농(農)자를 호로 삼았다”고 스스로 밝혔다.

번역자들과 후손들은 "이에 대한 복원이 이루어져 당시 문인들의 운치를 음미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했다.

한편 농와의 선조 노계(蘆溪) 김경희(金景熹, 1515~1575)가 건립한 취석정(醉石亭)이 고창에 현존한다.

한편 선생이 서세한 지 100년이 지난 2021년, 농와 선생의 학문을 기리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한 '농와장인재육성장학재단'이 고창군에 설립됐다. 선생의 고손자 김영복(金永福) 이사장은 2021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올해엔 고등학생 40명, 대학생 25명 등 65명의 성적우수자를 선발하여 6, 0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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