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12월이다. 아침 기온이 영하권으로 곤두박질치면 사람들은 독감이나 폐렴을 걱정한다. 하지만 정작 경계해야 할 침묵의 살인자는 따로 있다. 바로 생명의 엔진, '심장'이다. 최근 20년간 국내 심부전 환자가 4배 넘게 폭증했다는 통계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특히 겨울철은 심혈관 질환자들에게는 지뢰밭과도 같다. 떨어지는 기온은 단순한 추위가 아니라, 멈추지 않고 뛰어야 하는 당신의 심장에 가해지는 가혹한 채찍질이기 때문이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철, 몸의 혈관은 체온 유지를 위해 본능적으로 수축하며 이는 심장에 치명적인 '과부하'를 준다. 인체는 추위에 노출되면 열 손실을 막기 위해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한다. 이때 말초 혈관이 좁아지는데, 이는 물이 흐르는 호스 끝을 손으로 꽉 쥐는 것과 같은 원리다. 호스가 좁아지면 내부 압력이 급상승하여 혈압이 치솟고, 심장은 좁아진 혈관으로 혈액을 밀어내기 위해 평소보다 훨씬 더 강한 펌프질을 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일시적인 스트레스일 수 있으나, 이미 심장 기능이 저하된 심부전 환자나 고령자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애프터 로드(After load, 심장이 피를 뿜어낼 때 받는 저항)'가 되면서, 심장이 멈추는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외출 시 모자와 목도리로 체온을 1도만 높여도 혈관 수축을 막아 심장이 짊어진 짐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다.
심장은 펌프 기능이 떨어지면 전신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돌아오던 혈액이 정체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계단을 조금만 올라도 숨이 차거나, 다리가 붓고, 만성적인 피로감이 몰려온다. 문제는 중장년층 대다수가 이러한 신호를 나이와 운동 부족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누웠을 때 숨쉬기가 힘들어 베개를 높게 베야 한다거나, 아침에 신던 신발이 저녁에 꽉 낄 정도로 발목이 붓는다면 이는 단순 노화가 아닌 심장이 보내는 구조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연말연시 잦은 술자리와 맵고 짠 국물 요리는 심장을 옥죄는 최악의 조합이다. 추운 날씨에 찾는 뜨끈한 국물 요리에는 다량의 나트륨이 함유되어 있다.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은 혈액 내 삼투압을 높여, 수분을 끌어당기는데, 이는 혈액량을 인위적으로 늘려 혈압을 상승시키고 심장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 여기에 연말 분위기에 휩쓸려 마시는 술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알코올은 그 자체로 심장 근육에 독성을 띠며, 심장 박동을 불규칙하게 만드는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심부전 환자에게 과도한 수분 섭취와 음주는 폐에 물이 차는 폐부종을 유발해 응급실로 실려 가게 만드는 주범이다. 심장을 생각한다면 국물은 건더기 위주로 섭취하고, 술잔은 과감히 내려놓는 절제력이 필요하다.
심장을 지키는 방법은 철저한 '보온'과 더불어 독감 및 폐렴 예방 접종을 챙기는 것이다. 겨울철 바이러스 감염은 심부전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독감이나 폐렴에 걸리면 우리 몸은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대사량을 늘리고, 이에 맞춰 심박수가 빨라지며 심장에 엄청난 스트레스가 가해진다. 연구에 따르면 심부전 환자가 독감에 걸리면 입원율과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한다. 따라서 외출 시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어 보온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매년 인플루엔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심장 보호막' 구축 행위다. 사소해 보이는 감기 예방이 곧 심장 마비를 막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심장은 우리가 잠든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생명을 지탱한다. 4배나 늘어난 심부전 환자 수는 고령화 사회의 예고된 재앙일지 모르지만, 그 위험을 피하는 방법은 외출 전 두르는 목도리 하나, 국물 섭취를 줄이는 식습관, 그리고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관심이 100세 시대의 심장 건강을 결정짓는다. 겨울은 심장에 가혹한 계절이지만, 따뜻한 체온과 현명한 생활 습관으로 건강 관리를 하자. 당신의 심장은 지금 안녕한가? 지금 당장 당신의 체온과 습관을 점검하라./유승오(전주서곡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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