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체를 모순과 혼동의 철학자로 읽어낸 이 책의 원제는 “착한 사람만큼 나쁜 사람은 없다”이다. 일본에서 싸우는 철학자로 유명한 나카지마의 문제의식은 자기 안전에 급급하고, 사려 없이 타인을 동정하고, 거짓말하는 자들이 선량한 자라고 믿는 자국 세대들의 그릇된 인식에 있다. 그는 선악의 관념을 뒤집은 프리드리히 니체의 사상과 도덕 비판을 토대로 저들의 폭력성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그리하여 약함을 착함으로 정당화한 이들을 통렬하게 꾸짖는다.
나카지마에게 약자는 유약함과 무력함을 오히려 권리로 위장하고, 모든 불행의 원인을 사회 탓으로 돌리며 익명의 가면을 쓴 채 기득권에 불만을 드러내지만 자기 안녕과 보호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조직과 집단에 타협이라는 허울로 순응해 버리는 사람들이다. 무리를 짓는 그들은 점점 사회를 약하게 만들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병리 현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요컨대 이런 현상이 지배적인 세태에 저자는 스스로 선택하고 도전하며 행동할 수 있는 강한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역설한다.
역설적이게도 니체의 저작을 탐독했던 나카지마는 익숙한 전통, 기존의 도덕적인 규범과 불화하는 사람은 자기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니체의 사상에 공감하면서도 그에 대한 반감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바 있다. 말하자면 니체 그 자신조차 신념대로 실천할 용기가 없었을뿐더러 결국 삶의 가치를 무화시켜버리고 허무를 지향했던 허무주의만큼은 동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체 철학을 비판하면 할수록 가치 전복의 사유를 닮아가게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착한 자를 비난하는 니체의 칼날이 자기 내면에 숨어있는 유약함과 비열함을 향한 것일 수 있다는 저자의 시각은 사뭇 날카롭다. 이는 삶을 주도하지 못하는 자신을 속이며 사회의 약자인 양 살아가는 인간의 이중적이면서도 모순적인 민낯을 들추어낸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더하여 동시대를 살아가는 철학자로서 미래를 열어갈 젊은이들을 일깨워 희망을 배양하기 위한 쓴소리이다. 그러면서 안락에 빠지기 쉬운 이들에게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강자에 대한 적대감과 자기 연민이라고 충고한다.
광기에 찬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진정한 가치 기준을 찾고자 했던 니체를 읽는 독자로서 그 해석의 옳고 그름은 의미 없다. 다만 각자 다른 옷을 입힐 뿐이다. ‘정신적인 인간에게만 아름다운 것들이 허락된다’는 그의 신념처럼 자신의 나약함을 송두리째 뿌리 뽑을 수 없었음에도 끊임없는 자기 투쟁과 성찰로 진리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온몸으로 부딪혔던 니체를 숙고한다면 그가 익숙하고 신성한 것들의 가치를 철저하게 부정한 것도 존재의 새로운 가치를 찾기 위한 모색의 하나였으리란 이해에 닿는다. 자신과 싸우는 전사 곧 니체 정신을 읽는 이유이다.
이지혜 작가는
'미당문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했다.
'나주디카시' 대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부안독서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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