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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1월 01일 14시39분

[경제와 미래]노자의 발상으로 나라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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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老子)도덕경 80장에 “소국과민(小國寡民)”이란 개념이 나온다. “작은 나라, 적은 백성”이란 뜻이다. 나라의 크기는 닭 울음소리가 들리는 정도로 하고, 그 안에서 농사지어 먹고살 만한 수효의 백성이 살면 된다는 뜻이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가 배경이다. 땅과 인구 늘리려고 전쟁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대와 지역은 다르지만, 오늘날 우리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에 참고가 될 만하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가 가고 개인의 취향에 맞추는 다품종소량생산의 시대가 되었다. 대공장(大工場) 체제가 아니라 1인기업, 소기업의 시대가 되었다. 소도시(小都市)가 유리한 조건이 되었다.

□유럽에서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에 ‘대도시화’가 발전의 척도가 되었다. 초기 산업혁명은 노동자 중심의 제조업이었다. 당연히 노동자가 많이 모이는 도시일수록 공장이 많은 도시이고, 잘살게 되는 도시라는 것이다. 인구 천만 이상의 도시를 많이 보유할수록 보다 발전된 나라라는 공식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복수의 천만 도시를 만들기 위해 서울과 함께 부산을 천만명 수준으로 올리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영국에서부터 인구가 도시로 몰려들어서 농촌이 무너지는 역사를 경험하였다. 뒤늦게 산업혁명을 진행한 우리나라도 20세기 후반에 그러한 경험을 하였다. 그 결과 오늘날 지방소멸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지나 4차와 5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시기다. 육체적 노동력이 아니라 ‘지식노동과 디지털 기술’이 중심인 산업혁명이다. 밀집도시가 아니라, 친환경적이고 여유로운 분산도시가 생산력을 높이는 조건이 된 시기다. 현재의 지방이 가진 조건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극대화된 20세기 종반에 새로운 사조가 일어났다. “새 인문주의(人文主義,Neo-Humanism)”다. “인문주의”는 신 중심 사회에서 인간 중심 사회로의 문화혁명이었다. 이제 추상적인 인간중심 사회가 아니라 “개인중심사회”로의 변화를 요구한다. 소비도 개성적으로 하고, 삶의 방식도 개인적으로 하며, 정치-경제에서도 개인의 권리와 몫을 보장받으려 한다. 이러한 요구가 4차-5차 산업혁명을 일으키는 지적인 기반이 되었다. 지방으로의 분산도시는 개별화 사회를 뒷받침하게 된다.

□이런 뜻에서 지방을 살리는 것은 새로운 산업혁명이 제대로 진행되도록 사회적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은 무른모(소프트웨어), 즉 디지털 도구의 혁명이고 5차 산업혁명은 슬기모(콘텐츠)혁명이다. 4차와 5차 산업혁명은 동시에 진행해야 제대로 된 발전의 길을 갈 수 있다. 예를 들면 디지털 사진기를 보자. 사진기만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진기로 찍을 대상이 중요하다. 무엇을 찍어서 생활세계를 발전시킬 것인가를 동시에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과학과 공학, 인문과 예술을 융합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융합이 지식노동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노동이다. 대도시는 이미 존재하는 구조에 적응하는 환경이다. 지방은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창조가 가능한 지역이다. 지방이 변방이 아니라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되어야 하는 이유다.

□나는 인구 5만 이하의 군(郡)단위에 대하여 “1군(郡) 1시가화(市街化)”형태의 도시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농•어•산촌’ 도시를 방사형으로 연결하면 전국이 새로운 형태의 자연 친화적 문화도시 그물망이 될 것이다. 적은 인구가 모인 농•어•산촌의 문화도시는 노자가 말하는 ‘작은 나라 적은 백성’의 이상에 맞는 형태다. 사람끼리 부대끼고 싸우지 않으며, 디지털 기술로 농사도 짓고 삼차원 인쇄기로 신제품도 제조하는 터전이 된다. 디지털산업에 종사하는 분들 가운데는 이런 환경에서 재택 근무하며 창조, 제조하고, 국외시장도 드나들며, 장사하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정부가 시작하면 되는 일이다. 새해엔 ‘지방 재활’ 운동으로 산업혁명을 촉진하고, 나라의 건강 회복을 시작하자./김도종( (사)한국 소프트웨어 기술인협회 이사장. (전) 원광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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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1-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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