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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1월 23일 14시33분

[오늘과 내일]마시멜로, 먹거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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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연분홍색, 비취색, 연파랑색....

늦가을에서 새봄까지 우리나라 들판에는 어딜 가든 비슷한 풍경을 자아낸다.

들판마다 한 줄로 나란히 쌓여 있거나 그냥 논 바닥에 똬리를 튼 녀석들. 그 이름도 가지가지다. 농민들은 ‘곤포’, 일반인은 ‘공룡알’, MZ세대는 ‘마시멜로’라고도 부른다. 꽤 오랫동안 우리들의 궁금증과 상상력을 자극했던 녀석이다.

키 125cm, 가슴둘레 420cm, 몸무게 366.8kg, 비중 0.75.... 그 녀석의 평균 신체지수다. 배불뚝이에 영락없는 비만이다. 속은 옹골차지 않다. 편차가 조금 있을지언정 신체지수는 평균적이다. 그 녀석들은 대부분 고향을 떠나 주로 되새김질하는 가축을 기르는 곳으로 간다. 더러는 비닐하우스가 많은 곳, 버섯을 재배하는 곳으로 가기도 하지만 양은 적다. 그 녀석은 바로 ‘볏짚덩이’다. 벼를 수확하고 남은 지푸라기를 모으고 말아서 비닐로 겉을 감싼 큰 덩어리.

우리나라 연간 볏짚 생산량은 ha당 11,646kg이다. 일반적으로 10당 볏짚덩이가 3개 정도 나온다.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할 때 볏짚은 잘게 자르거나 지푸라기를 그대로 배출하거나 한다. 조작 방식에 따라 정해진다. 잘게 자르면 논에 짚을 되돌려주는 것이고 지푸라기를 그대로 콤바인에서 뱉어내면 십중팔구는 가축의 먹이로 쓰인다. 티모시나 톨테스큐짚, 연맥 등이 수입되나 국내산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나 볏짚보다 비싸다. 더욱이 수입 대상국가들의 가축전염병, 전쟁 등 대외 환경에 따라 수입량과 가격의 편차가 매우 크다. 그래서 국내산 조사료에 의존도가 줄지 않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조사료 공급량은 482만 톤, 이중 볏짚이 266만 4천 톤, 동․하계사료 110만 2천 톤, 목초 15만 8천 톤, 수입조사료 89만 6천 톤이다. 전체공급량의 55.3%를 볏짚이 차지한다.거의 절대적 비중이다. 볏짚은 조사료의 영양 가치로 따지자면 다른 조사료보다 그 가치가 낮다. 그래서 정부는 논에 이탈리안라이그라스, 청보리 등 양질의 조사료를 재배할 경우 ha당 430만원까지 지원하는 등 생산을 권장하고 있으나 그 효과는 더딘 상황이다. 불가피하게 볏짚은 가축의 필수재의 역할을 한다. 볏짚이 공급되지 않으면 되새김질 가축의 50%를 줄여야 한다. 대체 조사사료원을 확보하기까지 갈 길이 먼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볏짚은 벼농사를 짓고 난 부산물이다. 그 부산물은 흙에 다시 되돌리는 것은 다음 농사를 위해 순리이다. 숲과 나무를 예로 들어보자, 숲이 울창한 것은 나무 밑으로 떨어진 잎을 인위적으로 간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땅 위의 잎은 시간이 지나면 미생물의 먹이가 된다. 미생물은 나무에 양분을 주고 나무는 다시 미생물의 먹이를 내어준다. 이것이 공생의 음률이다. 선순환의 답안이다. 볏짚도 마찬가지 이런 순환의 경로를 거친다. 그러면 농민은 볏짚을 전부 논에 돌려주기 줄 수 있을까? 쉽지 않다. 대부분의 볏짚은 수확 전에 선불로 팔려나가는 신세가 된다. 더군다나 농지 소유구조의 변화로 임차농이 크게 증가하였다. 흙의 가치를 중시하는 풍조는 그만큼 옅어졌다.

“호모사피엔스가 지구를 빌려 쓰는 것이라면 당연히 흙을 빌려 쓰는 것이 맞다.” 그 흙이 수탈, 용탈, 침식으로 위험에 처해 있다. 지속 가능성을 포기한 듯하다. 우리나라 화학비료 사용량은 OECD국가 중 상위권 아닌가. 당연히 우리나라 논흙의 유기물은 적정 수준에 미달한다. 화학비료 위주의 농사는 흙의 완충 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물리성은 악화되고 양분의 흡수율이 떨어진다. 미생물의 활동은 제한적이다. 유해 성분은 늘어난다. 이런 연유로 생육은 부진하고 시비량은 늘어난다. 농민은 벼가 비료를 흡수하지 못하니 습관적으로 더 주는 것이다. 결국 병해충이 가장 좋아하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밖에. 최근 도열병, 깨씨무늬병, 이화명나방의 발흥도 볏짚 매도와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다. 그러니 볏짚의 주인은 논이고 볏짚은 논에 보약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럴진대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준단 말인가? 진퇴양난이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7kg로 30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반면에 육류 소비량은 58.4kg으로 지난 20년 새 74%나 증가했다. 들판에 ‘마시멜로’가 더 많이 보였던 이유이다. 이제라도 식단의 균형을 찾든지, 양질의 조사료 생산을 대폭 늘리든지, 대체육을 개발하든지 해야 한다. 흙에 되살릴 실마리와 여지를 마련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결코 돌아갈 수 없다.

/신동우(군산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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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1-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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