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스의 복합적인 사유를 열 가지 키워드로 정리
'로절린드 크라우스(지은이 최종철. 펴낸 곳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새로운 담론들 안에서 스스로를 쉼 없이 쇄신한 크라우스의 사유를 열 가지 키워드로 살핀다. 난해하게만 느껴졌던 현대미술을 이해할 실마리가 여기 있다.
현대미술의 난해함에 난색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원칙·관습에 대한 무분별한 거부와 정치적 구호의 남발 속에서 예술은 자신의 본질을 망각하고 갈수록 관객과 동떨어졌다. ‘철학적 미술 비평가’ 로절린드 크라우스는 이러한 상황에 “성전”을 선포하고 예술의 활로를 모색한다. 조각부터 디지털 미디어 아트에 이르는 현대미술 작품들을 사유의 대상으로 삼아 예술의 의도와 욕망 그리고 내적 본질을 묻는 크라우스의 탐색은 관객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며 현대미술을 전례 없이 흥미로운 비평의 대상으로 만들어 간다.
크라우스의 비평은 당대의 새로운 담론들 안에서 스스로를 쉼 없이 쇄신해 왔다. 초반에는 매체의 물질성에 편중했던 모던 미술 비평에서 벗어나 포스트모던 미술의 분열적 작업들을 다양하고 충만한 해석으로 재평가했다. 단순히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새로운 실천의 구조적 질서를 파악하려 노력했다. 그러다 포스트모던 미술이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지우고 ‘모든 것은 예술이다’라는 공허한 구호에 빠지자 모더니즘으로 되돌아가 그 속에 억압된 욕망과 모순을 불러낸다. 이렇듯 크라우스는 예술의 본질을 매체에 누적된 역사와 규칙에서 찾으며 예술이 제공하는 전율과 즐거움을 되찾으려 한다.
이 책은 구조주의와 현상학, 정신분석학을 넘나드는 크라우스의 복합적인 사유를 열 가지 키워드로 알기 쉽게 정리한다. 크라우스가 구조주의의 ‘기호사각형’이나 자크 라캉의 ‘L 도식’, 조르주 바타유의 ‘분변학’ 등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활용했는지 상세히 살필 수 있다. 아울러 오귀스트 로댕, 잭슨 폴록, 마르셀 뒤샹, 피트 몬드리안 등 이름은 친숙하지만 작품은 난해한 작가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만날 수 있게 한다. 뒤샹의 변기는 대체 무얼 말하려는 걸까?/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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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3-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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