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결혼 기피하는 북한
저출생 고령화 문제는 북한도 마찬가지다. 특히 요즘 MZ 세대들은 결혼을 꺼린다. 최근 북한 관영매체는 세쌍둥이 출산 소식을 전했다. 1994년 이후 540번째로 출생한 세쌍둥이라고 한다.
관영매체에서 이렇게 보도한 건 그만큼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도 4인 가족이 옛말이고 우리와 비슷하게 한 명 정도 자녀를 두는 경우가 많다.
북한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79명이다. 합계 출산율은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이다. 한국이 0.7명대인 것에 비하면 두 배 더 많은 수치다.
하지만 현 인구가 유지되려면 2.1명 정도가 필요하다. 북한은 2002년 고령화사회에 이미 진입했고 2028년 고령사회, 2039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출생률이 낮은 이유는 일단 생계곤란과 낮은 여성 인권 탓이 크다. 먹고 살기가 팍팍하다 보니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특히 90년대 고난의 행군 당시 출생률이 급감했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난 것에 비해 육아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지원이 없는 것도 한 몫을 한다. 북한에서 남성들은 당의 공식 활동을 하고, 한국보다 남성의 육아 참여율이 더 낮다.
여성이 생계를 책임지며 육아를 담당해야 한다. 결국 여성의 입장에선 아이 낳는 걸 꺼리게 되는 것이다. 북한 MZ들은 또 결혼을 기피하는 분위기다. 북한에서 평균 결혼 연령은 한국 사회처럼 점점 늦어지고 있다.
특히, 북한은 군대가 10년이라 남성의 경우 복역 후 결혼을 하려고 하면 30살이 넘고, 여성의 경우도 20대 후반 정도다. 주택 문제도 결혼을 망설이게 한다.
북한에서는 최근 결혼보다는 동거가 늘었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에서도 저출생,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북한은 어머니 날을 제정했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이처럼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한다.
특히 다자녀를 출산한 여성에게 모성 영웅의 칭호를 부여하기도 한다. 북한은 지난해 올해 1월 살림집법 즉 주택법을 개정했다. 우리도 공공분양주택의 경우 다자녀 특별청약이 있듯이 북한도 다자녀 출생 가정 위주로 집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2022년에는 어린이들에게 유제품을 비롯한 영양식품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내용의 '육아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정책들이 북한의 출생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 지에는 회의적이다.
경제가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성들의 사회적·경제적 생계 책임 비중이 굉장히 높다. 가부장적인 국가나 사회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쉽지 않은 일이다.
/정복규(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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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3-0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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