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포르투갈에 비가 온다
비가 너무 온다. 필자는 올해 1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약 이 개월여 계속 비를 맞이하고 있다. 연유는 이렇다. 1월에는 안식년으로 이탈리아의 북부도시 트렌토대학에 있었는데 중순부터 비가 내렸다. 2월 초에 포르투갈의 기마랑이스시로 안식년을 옮겼다. 도착부터 계속 비였다. 2월 중순에 한국에 잠깐 들렸었는데 비와 눈이 왔다. 바로 다음 주에 말레이지아 학회 출장에 비가 많이 왔다. 현재 포르투갈로 복귀했는데 계속 비가 온다. 이렇게 2개월여 내내 비가 내린다. 비는 필요하지만 너무 이렇게 오면 행동과 운신의 폭도 좁아진다. 습도는 높은데 기온은 낮아 뼈까지 춥다. 자연이 우울해진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7개월에 이탈리아에서의 안식년을 잘 끝내고 올해 2월부터 두 번째 안식년 장소인 포르투갈의 미뉴대학으로 옮겼다. 트렌토대학이나 미뉴대학에는 지난 15년 동안 짧은 출장이나 체류로 많이 들락날락은 하였으나 장기 체류를 하고 보니 새로운 경험과 공부를 많이 하였다. 사실 유학도 미국에서 했었고 학회나 나의 전공 분야의 주요 기술 동향도 거의 미국에서 획득하였다. 또한 필자의 석박사 제자들의 박사과정 진학이나 박사후 과정도 대부분의 미국으로 보냈기 때문에 유럽의 존재에 대하여 과소평가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문명의 발상지와 정치 시스템, 자본 시스템, 교육 시스템, 예체능 시스템 등의 발원지답게 문화의 깊이와 담대함에는 저으기 놀랐다. 국민들의 부에 편재를 방지하여 중산층의 두꺼움을 유지하는 것이 부러웠다. 중요한 대부분의 시스템이 국가가 운영하는 것도 배울만 하였다.
다만 모든 분야에서 과거보다 일의 총량이 줄어들고, 하향평준화를 지향하여 경쟁의 요소가 약화되고 있었다. 최근의 최첨단산업 화두인 반도체, 이차전지, AI(인공지능), 첨단 바이오에서 확연히 뒤처지고 있었다. 언젠가는 해야 되지만 현재로서는 비효율적인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너무 많이 앞서 나갔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때문에 에너지 비용과 이외의 모든 비용이 상승하여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는 안타까웠다.
대학에서는 첨단 학과를 졸업하고도 취직자리가 없어서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이 아닌 해외로 구하러 다니는 젊은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다만 거리에는 어린아이를 안고 다니는 젊은 부부와 연인들이 많아 그것은 정말 부러웠다. 연인을 서로 만들고, 가정을 꾸리고, 아기를 갖는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전망이 있다는 뜻이다. 경기가 어렵더라도 사회는 긍정적으로 돌아가고 사회 시스템 또한 건전하다는 뜻이다. 가정교육도 잘되고 있다는 뜻이리라.
포르투갈로 안식년을 옮겨도 이탈리아와 같이 여전히 주위의 사람들은 정말 좋다. 포르투갈 기마랑이스현(縣)의 브리테이로스 살바도르 읍은 아주 시골이다. 좋은 점은 물가는 정말로 싸다. 일례로 점심식사로 와인+물+빵+스프+주요리(고기 또는 물고기)+디저트+커피+자릿세 모두 10유로 정도이다. 팁이 없으니 살만하다. 물론 대도시인 리스본과 포루토 등의 물가는 이보다 비싸다.
다만 집세, 렌트카 및 에너지 비용 등이 많이 올라 비싸서 흠이기는 하다. 포르투갈은 완전히 중국인들이 점령한 것 같다. 차이나수퍼 등 시골에까지 차이나의 거대한 간판을 붙인 큰 몰들이 많다. 중국음식·일본음식 등의 동양 식당의 주인은 대부분이 중국인들이다. 이탈리아의 제일 관광 도시인 베네치아에도 식당을 제외한 웬만한 가게들의 주인은 거의가 중국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제는 이곳 브리테이로스 살바도르 읍내의 큰 슈퍼에 갔더니, 한국산 신라면과 순라면이 특별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반가웠다. 확실히 유럽인들의 대한민국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 전에 비교해 볼 때 엄청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럴 때 일수록 더 잘해야 된다.
어쨌거나 유럽의 어려운 경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국 경제의 선전 등이 계속되는 비와 함께 우울하다. 3월 중순이 오면 이 지루한 비는 끝나고 청명하고도 푸르른 하늘이 나타날 것이다. 이 푸르른 하늘과 함께 유럽 지역에 답답하고 막힌 모든 것들이 “뻥“ 뚫릴 것을 기대한다. /강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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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3-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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