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4월 07일 14시12분
전주 자전거탄갤러리, 리혁종, 여은희 작가의 2인전 '에코.팝' 2인전
전시는 버려진 나무에 목각이 주특기인 리씨와 직조(타피스트리)에 기초를 둔 초식거미의 여씨가 따로 또 같이 펼치는 일종의 앙상블 무대이다.
레고(LEGO)라는 플라스틱 장난감의 아이콘을 주운 나무에 목각으로 재해석한 ‘L’ego(에고-자아를 뜻하는 언어 유희)’ 시리즈를 선보이는 리씨.
현대적 가볍고 빠른 도상들, 물리학 그래프 등을 직조라는 전통적인 숭고함으로 변환하는 초식거미.
작가들은 현대인이 처한 생태주의적인 요청(친환경적 업사이클, 손수 제작 노동)과 자본주의적 소비 욕망(플라스틱 장난감, 브랜드, 아이콘 이미지) 등 대립적인 가치들을 미술 언어로 버무려서 조각, 회화, 설치, 타피스트리, 공동 작품 등 다양하고 푸짐한 한 상을 차렸다.
‘북경에서의 나비의 날갯짓이 캘리포니아 해변에 폭풍을 몰고 온다’, ‘나비 효과’로 유명한 ‘기묘한 끌개’는 기상학에서 발견한 카오스, 프랙탈 이론을 대표하는 개념이다. 지난해 6월 지역 레지던시에서 만난 2인의 작가는 기획전 '기묘한 끌개'를 통해 협업의 묘미를 알게 됐다.
기묘한 끌개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을 하게 된 리씨는 초식거미의 권유로 그이의 연고지에 초대되어 자전거탄 갤러리에 오게 되었다.
이번 전시 작품 중에 백미인 '기묘한 끌개' 작품은 2인의 합작품이다.
봄날을 맞이하여 변덕이 큰 날씨 탓에 지자체들은 벗꽃놀이 행사 일정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소식이 전국 각지에서 들려 온다.
기묘한 끌개는 기상학에서 발견한 현상이다. 이 봄에 나들이 삼아서 전주 외곽의 운치 있는 천변 뚝 길 위에 있는 이색적인 갤러리 카페에서 작품도 보면서 차 한잔을 소중한 이들과 함께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작가들이 작품 속에 숨겨 놓은 세밀한 메시지를 찾아보는 것도 전시 관람의 한 팁이다. 그 작은 요소들이 당신의 뇌 속에 폭풍을 일으켜 새로운 세계로 인도할 지도 모른다.
김미정관장은 "진한 카페인이 더해서 찻잔 속의 폭풍처럼 영감이 샘솟을 수 있다. 그리고 주변 천변은 당신을 품어주는 한산함과 넉넉함이 있다"면서 "자 그럼 이번 봄에 설레임을 안고 미지의 새로움을 향해 ‘벚꽃 말고’ 또는 벚꽃과 더불어 조금은 색다른, 예술이 곁드는 여행을 나서보길 권한다"고 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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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4-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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