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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4월 14일 15시30분

한지의 물성에 대한 탐구와 확장을 모색하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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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교동미술관은16일부터 28일까지 교동미술관 본관 1, 2전시실에서 2024 교동미술관 기획초대전 'SUH, JEONG MIN: 선의 궤적 A LINE LOOP'전을 갖는다.

교동미술관은 전통과 현대미술의 상생과 연결을 도모하는 가운데, 매년 중앙 작가를 초대하는 초대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2024년도에는 중앙 작가 서정민을 초대, 한지의 물성에 대한 탐구와 확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시의 제목에서 엿볼 수 있는 ‘궤적(軌跡)’의 사전적 정의는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국’이라는, 대상의 움직임 후에 알 수 있는 흔적을 일컫는 직접적인 의미와 ‘어떠한 일을 이루어온 과정이나 흔적’이라는 비유적인 의미를 모두 가진다.

대지 위 보리밭의 움직임을 통해 보이지 않는 ‘바람’의 존재를 알 수 있듯, 인위를 가하지 않은 우연한 선은 작가 내면의 정신성을 표상한다.‘고리’, ‘(원형의) 밧줄’이라는 뜻의 ‘LOOP’는 처음과 끝이 연결되어 무한 반복되는 원의 성질을 연상시키면서, ‘타임 루프(TIME LOOP)’라는 말에도 쓰인다. 문장이 담긴 한지는 서정민의 작품에서 선이 된다. 사유와 말은 글이 되어 형상으로 나타나고, 대표적인 표의 문자 중 하나인 한자는 다시 추상 화면을 이루는 선이 되어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또, 노자는 대립되는 이항들이 서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새끼줄로 비유함으로써 상생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정민은‘선’에 대한 탐구를 기반으로 작은 한지말이 단위를 수없이 모아 거대한 크기의 화면을 통해 동양적 사유를 드러내는 작가이다. 작가는 한지의 질기고 단단한 물성에서 민족성을 발견하고, 무작위적이고 비의도적인 우연한 선들로 ‘무위자연(無爲自然)’과 같은 동양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한지를 말고, 자르고, 붙이는 행위의 반복으로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하는 바, 해외 곳곳에서 한지가 자아내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을 전하고 있다.

‘선’으로부터 시작, 대표작인 '선들의 여행'을 포함, '선들의 합창', '무심', '함성', '인연' 등을 거쳐 '선'에 이르기까지 20여년간 ‘선’을 향한 탐구에만 오롯이 집중했다. ‘노동’이나 ‘수행’에 비유할 정도로 온전히 작가 혼자만의 땀과 시간일 것이지만, 한지 말이가 축적되어 만들어진 반복적인 선들을 관람자는 미술관에서 마주할 수 있다.

교동미술관 김완순 관장은 “서정민의 선을 향한 탐구는 사유와 시간을 담은 과정의 예술이자 끝이 없는 여정이다. 그는 근본을 이루는 선과 한지의 물성, 전통성으로 다시 돌아가 질문을 던진다"면서 " '선들의 여행'에서 시작, '선'으로 이어지는 탐구의 여정을 따라 서정민이 남긴 궤적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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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4-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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