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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6월 10일 14시42분

[아침발걸음]정의로움, 지나치면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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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함은 지나쳐도 괜찮지만, 정의로움이 지나치면 잔인한 사람이 된다. 그러므로 인자함은 지나쳐도 되지만, 정의로움이 지나쳐서는 안 된다. 나라에서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법제와 금령를 만들고 그것을 시행한다. 그러나 정의로움도 지나치면 잔혹한 정치가 된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검찰 왕국이 되었다. 검사가 권력의 요직을 장악한 검찰공화국이다. 옛날로 말하자면 법가(法家)들이 이 나라를 지배하게 된 셈이다. 법치주의 사회에서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일은 중요하다. 범죄자에 대한 처벌도 응당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 사법권에 문제가 생겼다. 검사들 스스로 적대자로 규정한 자가 미소한 사건이라도 일으켰다면 그 사건을 필요 이상으로 침소봉대하여 그에 대한 수사를 혹독하게 진행한다.

그렇게 되면 법의 순기능보다 역기능과 위험성이 더 커진다. 공자도 『논어』 위정편에서 “법제와 금령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형벌로 통제하면 백성들이 그 형벌을 면하려고만 할 뿐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고 하였다. 범죄자들은 형벌은 면하기만 하면 그만이고, 스스로 죄를 범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한다. 그들은 형벌이 두려워서 감히 나쁜 짓을 하지는 않으나, 나쁜 짓을 하려는 마음은 없어지지 아니한다.

한비자(韓非子)의 법가사상(法家思想)을 채택해서 범죄를 없애고 사회 질서를 잡았던 대표적 나라가 중국의 진(秦)나라이다. 중국의 법가 철학자 한비자는 인간의 본성을 이기적으로 보고 상과 벌로 다스릴 것을 강조했다. 이를 채택한 이가 바로 진시황제이다.

진나라의 법가 정치의 실상은 백성들을 법의 이름으로 억압하고 무섭게 처벌한 공포정치였다. 그들은 분서갱유를 자행하고, 가혹한 조세를 부과하고, 만리장성을 축조하는 등 여러 가지 부역을 부과하였다. 조금이라도 규정에 어긋난 사람은 투옥하고 처형하여국가권력을 가혹하게 행사했다. 결국 민중의 불만을 초래했다. 진승, 오광의 난을 시작으로 항우, 유방 등의 봉기와 황건적의 난 등으로 진나라는 천하통일 15년 만에 마침내 멸망하였다. 나라가 망했을 뿐 아니라, 법가 정치를 입안, 시행했던 상앙, 이사, 조고 등도 하나같이 삼족이 주살되는 등의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공자는 말한다. 그래서 곧, “덕으로써 백성을 이끌고, 예로써 가지런히 하면 부끄러움이 있게 되고, 또한 바로 잡아진다(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고 하였다. 오늘날 도덕만으로 나라를 다스릴 수는 없다. 형벌도 있어야 한다. 형벌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하겠지만,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하여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이 우선이다.

통치자는 모름지기 겸손, 사랑, 배려, 희생, 솔선수범과 같은 도덕과 예의가 만연해 있는 사회를 만들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실정법과 도덕률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사마천은 『사기』 열전 중 혹리열전(酷吏列傳)에서 법령이란 정치의 수단일 뿐, 백성의 선악과 청탁을 지배하는 근원은 아니라고 말했다. 옛날에 진(秦)나라 때는 천하의 법망은 어느 때보다 치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사와 허위가 발생하여 그것이 극도에 달하자, 상하가 서로 책임을 회피해서 구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설상의 성군인 요(堯)임금 때에 고요(皐陶)가 법관이 되었는데 한 사람을 사형에 처할 일이 생겼다. 고요가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청하자 요임금은 용서하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고요는 세 번이나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요임금은 세 번이나 용서하라고 명령했다. 그래서 천하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였다.

고요는 죄인에 대한 법 집행의 준엄함을 세우려 하고, 요임금은 형벌 적용의 관대함을 좋아한다. 상을 줄 수도 있고 상을 안 줄 수도 있을 때 상을 주는 것은 지나치게 인자한 것이고, 벌을 줄 수도 있고 벌을 안 줄 수도 있을 때 벌을 주는 것은 지나치게 정의로운 것이다. 인자함은 지나쳐도 문제가 없지만, 정의로움이 지나치면 그것이 나아가서 잔인한 사람이 된다. 그러므로 인자함은 지나쳐도 되지만, 정의로움이 지나쳐서는 안 된다.

/유종국 (전 전북과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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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6-1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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