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그락달그락] 청소년 명품 구매 늘고 있다
■한국의 오래된 병, ‘비교문화’…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은
또래집단 문화에 영향 받고
SNS 통한 끊임없는 비교
남의 기준에서 평가 필요 없어
내 기준에서 잘 살면 되는 것
한국 사회에서는 특유의 ‘비교문화’가 자리잡아 있다. 예로부터 ‘남의 떡이 커 보인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등의 속담이 내려오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미디어의 발달로 이것이 더 심해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라오는 과시용 게시물들을 일상적으로 접하며 사실관계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들을 평균치로 여기고 자신들이 가난하다 여기는 것이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의 ‘한국의 중산층은 누구인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 중 자신이 상류층에 속한다 생각하는 사람들은 단 2.9%에 불과하다. 상류층에게만 물었을 때는 11.3%가 자신들을 상류층으로 인식하고 있고, 대부분인 76.4%는 자신들을 중산층이라고 인식하고, 11,2%는 심지어 자신들이 가난한 계층이라고 인식한다. 상류층 중에서도 본인들이 가난하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100명 중 12~13명은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져서 중산층이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많이 돌고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중산층에 속하는 사람들의 소득 점유율은 10년 동안 거의 상승만 해 왔다. 그럼에도 현재 본인들이 중산층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은 지금보다 훨씬 잘 살지 못했던 7, 80년대보다 약 30%나 줄어든 약 40%이다.

(사진 출처: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보고서 ‘한국의 중산층은 누구인가?’)
처음 부분에 한국인들은 자신을 남들과 비교해서 본인들이 점점 가난해지고 있다고 인식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렇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20대, 30대 청년들이 결혼을 하려면 주변에서 ‘너의 배우자는 뭘 해 왔니?’와 같은 질문을 한다고 한다. ‘결혼을 하려면 남자가 여자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해 줘야 한다.’라는 어이없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명품 가방을 원해서, 그게 있으면 자기가 좋아서 사 달라는 것이라면 그것은 정상적인 요구일 수 있다. 그러나 ‘주변에서 사줬었다니까’, ‘내 친구는, 내 친척은, 내 동생은 사줬었다니까’ 사달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SNS에서 비싼 식당에서 식사하고, 취미로는 골프를 치는 것과 같은 게시물에 꾸준하게 노출되니 그것이 자연스레 기준이 된다. 이를 보는 사람들은 자기가 가난하다는 인식이 생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오마카세’ 태그가 붙은 게시글은 약 73만건이나 된다. ‘오마카세’란 ‘주방장에게 맡기는 요리’라는 뜻으로 요리사가 창의력을 발휘해 코스별로 내놓는 형식이다. 식재료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10만원 내외는 지출하게 되는 비싼 식사이다. 부자들의 취미라고 불리는 ‘골프’는 약 677만개나 된다. 이런 글을 올리는 행위는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글을 보고 '저렇게 사는 게 보통'이라고 잘못된 인식을 하고,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는 것은 문제이다.
단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 문제 대부분에 연결되어 있다. 대기업이 아니면 안 좋은 직장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대기업 인구는 5%이며, 중소기업 없이는 대기업의 구조이다. 한국 부모와 아이들이 의사만을 바라는 ‘의대 쏠림 현상’도 ‘사람을 살리는 직업을 갖고 싶어서’라는 이유보다 의사는 돈을 많이 버니 남들보다 잘 살 수 있어 발생한다는 분석이 많다. 또한 유튜브 댓글, 커뮤니티 등에서도 본인들보다 경제적, 사회적 수준이 낮다고 판단이 되면 바로 ‘거지’ ‘하층민’ 딱지를 붙이고 공격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연스레 청소년들도 이를 배우고 서로 비교하게 만든다. 청소년 명품 구매가 늘고 있다고 한다. 2020년 알바천국에서 청소년 42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추석 용돈으로 명품을 구매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소비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래집단 문화에 영향을 받고 ‘SNS를 통한 비교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의 비교 문화가 청소년들에게까지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TV, “300만 원어치 명품 질렀어요”...‘플렉스’에 빠진 10대들)
남들과의 많은 비교는 하나도 필요 없다. 남들이 잘 산다고 자신의 절대적 가치가 내려가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한국은 절대적 수치보다 상대적 수치를 더 민감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한다. 상대적 수치 말고 절대적 수치로 만족을 느끼고, ‘남의 기준에서의 평가는 필요 없다. 그냥 내가 ‘내 기준에서 잘 살기만 하면 된다.’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것은 한국의 많은 사회문제들을 해결 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한국을 ‘선진국 중 가장 불행한 나라’에서 ‘행복한 국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 / 안지원 청소년기자
취재후기: 한국 사회가 남과의 비교로 더 도태되고 저질화되고 있다고 느껴서 KDI 보고서까지 나왔으니 이 주제를 선정하여 작성하였는데 이게 명품 과소비 등으로 청소년에게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4-06-13 16면
http://sjbnews.com/818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