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7월 22일 14시55분
[경제와 미래]사자성어 뒤틀기
언어는 새롭게 만들어 사용하니 창조성, 언중 간의 사회적 약속이기에 마음대로 바꿀 수 없어 사회성, 내용(의미)과 형식(말소리, 글자)을 기호로 표현하니 기호성, 의미와 소리는 임의적 관계이므로 임의성(예 : 별(한국어)/star(영어)/星(중국어), ᄀᆞᄅᆞᆷ(강), 즈믄(천), 온(백)처럼 사라지거나 컴퓨터, TV, AI처럼 새롭게 만들어지니 역사성, 낮과 밤, 어제와 오늘, 턱-뺨-이마, 봄-여름-가을-겨울처럼 대상을 나누어 표기하니 분절성 등 여러 기본 속성을 가진다.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최상의 수단이고,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면 경제성의 원리 차원에서도 언어의 운용은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다.
각종 모임 자리에서도 의사소통을 위한 대화는 필수인데
유식한 영어를 구사하기도 하겠고
전문적 용어로 학식을 뽐낼 수도 있겠다.
강나루 건너 밀밭길을 걸어 여기 왔노라라며 너스레를 떨거나
삽자루를 씻으며 술과 더불어 슬픔을 퍼다 버리자!라고 건배를 한다거나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쌓여 이제는 집에 가야 할 때를 읊조리며 술자리를 파한다면 팍팍한 삶 속에 살짝 윤기가 돌지 않을까.
또한 사자성어를 양념삼아 대화를 하면 그 맛이 또 별미이다.
기본 단어가 한자로 되어 있어 어렵게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일단 사자성어와 고사성어는 다르다.
스토리텔링화 되어 있으면 고사성어, 4음절로 단순하게 문장을 구성하면 사자성어로 구분하면 되겠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관포지교(管鮑之交)는 관중과 포숙아의 고사를 알아야 하고,
백아절현(伯牙絶絃)은 백아와 종자기의 우정과 지음(知音)까지 덤으로 알게 되면 말맛이 새로울 것이며
새옹지마(塞翁之馬)는 변방 늙은이와 그 아들과 말에 얽힌 이야기를 알아야 인생지사의 반전을 알겠고
미생지신(尾生之信)은 미생이란 젊은이의 융통성 없는 굳건한 믿음을 알아야 대화가 된다.
송양지인(宋襄之仁)은 어짊을 칭송하는 내용이 아니라 송나라 양공의 어리석음을 반어로 비꼬는 말이니 그 고사를 알아야 정확한 뜻을 새길 수 있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은 장작개비에서 잠을 자고 쓸개를 맛본다는 것에 춘추시대 오나라와 월나라의 처절한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절세가인(絶世佳人)에 이르러는 왕조의 운명을 재촉했던 말희, 달기, 포사의 고사를 알게 되면 결코 아름다웠단 말은 못할 것이다.
견문발검(見蚊拔劍)은 모기를 보고 칼을 뽑아든다가 직역이고, 사소한 일에도 과민하게 대응하는 경우에 쓰이는데, 요즘은 모기 보고 대포 쏜다로 변용해서도 쓰인다.
한문 문장은 새김의 순서가 주어-서술어-목적어를 기본구조로 하는데(예, 등고자비(登高自卑)-높이 오르고자 하면 낮은 곳으로부터, 높이 오르고자 하면 스스로 낮추어야)
하로동선(夏爐冬扇), 노마지지(老馬之智), 오비이락(烏飛梨落), 부창부수(夫唱婦隨)의 경우처럼 새김의 순서가 여름화로 겨울부채, 늙은 말의 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져, 남편은 부르고 아내는 따르고처럼 1-2-3-4의 순서이다.
서로 맞서는 대칭어들로 구성되어 있는 성어들은 새기기에 편하다.
남남북녀/동분서주/좌고우면/상고하저/상명하복/선우후락/선공후사/수승하강/고저장단 등등
좌지우지면 어떻고 우지좌지면 어떠하며, 좌충우돌이나 우충좌돌이나...
좌우, 남북, 동서, 상하, 선후, 승강, 고저, 장단 등 대칭되는 단어만 생각하면 뜻 새기기는 여반장(如反掌-마치 손바닥 뒤집듯이)이다.
사자성어의 국적을 굳이 따질 일도 아니다.
소통의 수단으로 한자를 쓰게 되어 같은 한자문화권일 뿐이지 굳이 출처가 중국일 수는 없다.
언어의 역사성에 비추면 지금의 현실에 맞게 상황에 맞게 고쳐쓰면 그뿐이다. 다만 언중의 동의 여부(사회성)는 별개다.
주객전도(주인바껴), 신언서판(잘생겼네), 이전투구(뻘밭개쌈), 가렴주구(벗겨먹어), 읍참마속(제살도려), 새옹지마(늙은이말), 건곤일척(벼랑승부), 좌고우면(왔다갔다), 금상첨화(좋고좋아), 동문서답(엉뚱깽뚱), 감언이설(달디단말), 남귤북지(귤이탱자), 목불인견(차마못봐), 백척간두(위태위태), 화중지병(그림의떡), 조족지혈(새발의피), 가가호호(집집마다), 역지사지(입장바꿔)...
찾자고 하고, 만들어 쓰자고 하면 무궁무진할 터이다.
/김원주(전주시의원·노무현재단 전북위원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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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7-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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