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정성학 - 2024년 11월 18일 15시21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새만금에 옮겨라"
-전북이 수도권 발전소냐, 전력 식민지화 움직임 발끈-전력 생산지에 송전철탑 대신 공장 지어야 균형발전
전력난에 빠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은 수도권 산업시설을 전기와 용수, 특히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새만금 등과 같은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기조차 부족한 수도권에 대규모 공장을 짓겠다며 지방 주민들 반발을 무릅 쓴 채 폐로 직전인 원자력발전소 수명을 연장한다거나, 수백기에 달하는 초고압 철탑을 곳곳에 건설해 농어촌 풍력과 태양광까지 싹 쓸어가는 식의 수도권 중심 산업정책은 더이상 안된다는 비판이다.
안호영(완주·진안·무주), 윤준병(정읍·고창), 박희승(남원·장수·임실·순창) 국회의원, 유남희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 정관가와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18일 전북자치도의회에서 정책 토론회 겸 기자회견을 갖고 전북과 전남 일원에서 말썽난 이 같은 문제를 열거한 채 전면적인 전력망 구축계획 재검토를 정부에 강력 촉구했다.
이들은 “곳곳서 말썽난 송전선로 문제는 단순히 인프라 건설을 둘러싼 갈등을 넘어서 중앙집중형 에너지 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래 에너지 정책은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은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 기업의 지방이전을 촉진할 산업분권 등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갈등 유발요인 중 하나인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망 구축계획을 대표 사례로 꼽은 채 “RE100(전력 100% 재생에너지)과 탄소중립은 고사하고 기초적인 용수와 전력조차 부족한 곳에 클러스터를 지정한 것 자체가 무모한 행동”이라며 “지방에서 전력을 끌어오려고 십수년에 걸쳐 장거리 송전선로를 구축하는 것보다는 클러스터 자체를 전력이 여유롭고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새만금 등과 같은 남쪽 지방에 조성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수도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지속된다면 농산어촌은 환경적, 경제적 피해만 남는 ‘에너지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전북 국회의원과 시민사회단체는 이 같은 공감대 속에 앞으로 국회 대토론회, 협의기구 구성, 민주당 주요 의제화 등을 통해 중앙집중형 에너지 정책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그 대안을 관철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와 한전은 전북과 전남에서 생산된 해상풍력 전력을 수도권 산업단지에 공급하겠다며 정읍과 완주 등 곳곳에 초고압 송전탑 250기를 건설하겠다는 ‘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 건설계획을 내놔 집단민원을 유발했다.
더욱이 호남권은 이 같은 송전설비가 포화 상태라 더이상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없다며 지난 9월부터 2031년까지 그 신규사업 허가를 제한해 파문을 일으켰다. 덩달아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물론 그 부품소재와 설비 제작사들까지 야단났다.
여기에 말많고 탈많은 전남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 1·2호기 수명연장을 전제로 한 ‘신장수~무주 영동’ 송전선로 건설계획까지 추가로 알려지면서 파문은 전방위로 확산할 조짐이다.
현재 한수원은 설계수명(40년)을 다해 각각 2025년 12월과 2026년 9월 폐로가 예정된 문제의 원전 수명을 10년씩 연장하는 행정절차를 진행중이다. 고창과 부안 등 방사선비상계획구역(EPZ·반경 30㎞) 거주민들은 그 백지화를 요구하며 맞선 상태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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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1-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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