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11월 20일 15시25분
시로 문정공 지포 김구선생을 만난다
고려시대 혹은 조선 초기에 간행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오는 개인 문집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이제현의 '익재집', 이숭인, 이색, 정몽주 등 이른 바 ‘3은(隱)’ 선생의 '도은집', '목은집', '포은집' 등 30여 종에 불과하다. 오랜 세월에다 전란 등이 겹쳐 대부분 망실되었기 때문이다. 고려 말의 큰 학자이자 문장가였던 문정공(文貞公) 지포(止浦) 김구(金坵 1211-1278)의 문집도 응당 존재했을 테지만 이미 망실되어 원래의 모습을 볼 수 없다. 다행히도 고려 말의 최해가 편찬한 '동인시문(東人詩文)'과 조선 초 서거정이 편찬한 '동문선(東文選)' 등에 그의 시문이 95편이 수록되어 있어서 김구 시문의 대강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17세기에 이르러 '동문선'과 '고려사' 등에 수록된 김구의 시문을 모아 『문정공지포선생문집』을 편집·출간한 것이 오늘날까지 전하고 있다.
지포 김구는 고려 말에 국가와 민족을 위해 많은 공을 세운 인물이다. 24세에 초임벼슬로 제주판관에 부임했을 때는 힘센 자에 의한 농지 강탈과 야생동물의 피해 등을 막기 위해 밭에 돌담을 정책적으로 쌓게 하여 오늘날 제주 ‘돌 밭담’이 세계적 유산으로 남게 하였다. 지금도 제주도에서는 김구를 ‘돌문화의 은인’으로 추앙하고 있다. 내직에 들어온 후에는 탁월한 문장력을 바탕으로 몽고에 보내는 외교문서를 전담함으로써 고려의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실리를 취하는 외교에 큰 공을 세웠다. 그의 큰 아들 김여우(金汝盂)를 통한 끈질긴 외교로 결혼동맹을 성사시켜 고려라는 국호를 지키고 왕씨 왕통을 잇게 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나치게 난만한 불교를 대체할 새로운 사상으로서 유학을 진흥하는 데에 힘써 성리학 도입의 터전을 마련하였고, 그의 제4자 김승인(金承印)으로 하여금 강릉에 우리나라 최초로 제향공간과 교육공간을 겸한 향교를 건립하게 함으로써 유학진흥에 실질적인 기여를 했다.
관료로서 강직하면서도 합리적인 일처리를 했으며 통역의 중요성을 절감, 최초의 국립 통역관양성기관인 통문관을 설치하였으며 참외문신 제도를 제안하여 인재를 양성했다. 김구의 시문은 익재 이제현이 ‘더할 나위 없다’는 평을 할 정도로 뛰어났으며 학문 또한 깊었다. 이처럼 많은 공을 쌓은 인물임에도 ‘자료부족’이라는 이유로 김구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다가 10여 년 전부터 그의 출생지인 부안에서 연례행사로 '지포 김구 학술대회'를 개최함으로써 그의 업적과 학문과 시문이 큰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그간의 연구가 낳은 성과의 하나로 이번에 '지포 김구 학술총서2- 지포 김구 시 전집'이 출간됐다.
지은이는 “비록 편수는 15제 17수밖에 안되지만 이 시들은 고려 말 몽원간섭기의 시대상황과 정치 실상을 파악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앞으로 이 책을 통하여 고려 말기의 우리역사와 문학은 물론, 김구 선생에 대한 연구가 보다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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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1-2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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