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11월 27일 17시07분
시간과 사건의 리듬도 꽃을 타고 흐른다
'꽃향기는…’에는 ‘개망초꽃’, ‘달맞이꽃’, ‘매화’, ‘모란’ 등 꽃과 일상에 관한 시 134수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나뉘어 실려있다. 그녀의 일상과 1년은 꽃의 유전(流轉)이다. 피고 지는 꽃의 물상 뿐 아니라 겨울 고드름, 가을 석양과 빈 들판 허수아비조차 꽃의 이미지를 띈다. 김 시인에겐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이태 전 내놓은 첫 시집 제목도 ‘꽃비는 나를 스쳐 지나가고’(2022)였다. 시간과 사건의 리듬도 꽃을 타고 흐른다. 지난해 여름 폭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상관 잘못으로 자신이 실종된 해병대 채수근 상병은 시집에서 ‘하얀 꽃물로’ ‘흥건’하게 시인 가슴을 적신다. 역시 시 ‘잃어버린 가을’에서 표현된 ‘꽃잎 펴서 이제야 물든 청춘’의 ‘꽃봉오리’들은 이태원 압사사건(2022.10.29.)에서 희생된 156명의 청춘들이다.
시인은 만학과 독학으로 피어난 시인이다. 40대에 만학도의 열정으로 대학을 마친 뒤 꾸준히 시작에 정진하고있다. 잡지 ‘한국문학’(2016)과 ‘푸른문학’(2018) 추천을 통해 등단했고 ‘별빛문학’ 시 최우수상(2018)을 받는 등 이력을 채곡채곡 쌓은데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창작지원금에도 선정(2024)됐다. 시인 이경재(전주대학교 경영대학장)는 추천사를 통해 “(김병님 시인은) 독자에게 인생의 복잡한 면면을 단순하고도 아름답게 표현하는 능력을 보여주며, 마치 우리가 잊고 지낸 삶의 소중한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준다고 했다.
시인은 시집 출판을 기념해 ‘오브제 갤러리’(전주시 평화동)에서 최근 출판기념회 겸 시화전을 개최한 바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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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1-2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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