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박상래 - 2024년 12월 02일 08시42분
(미래 농업을 말하다)고효율‘저온성 필름’개발로 농작물 안정생산, 기후변화 영향 완화
농작물 폭염 피해 막고, 물 절약 기술로 중동지역 진출 기대김용일 농업연구사(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약용작물과)
그런데 밭에 있는 작물들은 폭염이 지속되면 얼마 가지 않아 말라 죽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잡초 관리의 편리성을 위해 대부분 밭에 멀칭하고(덮고) 있는 비닐 필름 때문이기도 하다. 필름 멀칭은 작물이 더 잘 자랄 수 있는 생육 환경을 조성하지만, 한여름 밭두둑의 표면 온도가 60~70℃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 고온 피해가 더 심해지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불볕더위가 이어진 2018년에는 농촌진흥청에서 자체 조사한 전국 약용작물 재배포장에서 약 10~70%가 말라죽는 피해를 봤다. 모든 작물들이 두둑 표면에 가까운 잎부터 순차적으로 피해를 보는 특성을 보였다. 이에 재배 포장의 온도를 낮춰 작물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용일 농업연구사는 두둑의 토양온도 7~9℃, 표면온도 15~30℃ 낮출 수 있는 ‘저온성 필름’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저온성 필름은 국내뿐 아니라 사막에서도 재배에 성공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농작물 재배지 북상 억제, 기술 융복합을 통해 미래 농업기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밭두둑의 멀칭은 여름철 고온 피해로 인한 위험부담이 있긴 하지만, 봄철 생육 촉진, 잡초 억제 등 훨씬 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이다.
이에 농촌진흥청 연구진은 저온성 필름과 흑색필름을 복합적으로 활용한 이중멀칭, ICT융복합 등 스마트 기술을 접목해 밭작물의 고온기 피해는 줄이고 저온기 생육지연에도 문제가 없는 환경조절 기술을 새로 개발했다.(’24 신기술보급사업, 전국 8개소). 저온성 필름은 중동 등 건조지역에서 효과가 더 두드러진다.
이 지역에서는 온도상승 문제로 비닐 필름 멀칭이 어렵다. 이 때문에 토양은 더 쉽게 마르고 물 사용량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저온성 필름은 더운 사막 지역에서도 멀칭이 가능해 촉촉한 토양을 유지하게 한다.
아랍에미리트 실험에서는 무멀칭 토양보다 표면온도를 최대 21.4℃까지 낮출 수 있어, 작물 생육이 불가능한 8월까지도 노지에서 고추가 살아 있었고, 물 사용량은 2분 1 이하로 줄어 1개월에 약 1,462달러(231톤, 1,000평(3305㎡) 기준)를 절약할 수 있었다.
연평균 기온이 2℃ 이상 높은 저지대에서의 천궁, 당귀 재배 성공은 RCP기후변화시나리오의 예상치로 볼 때 약 40년 정도의 작물 온도상승 영향억제에 해당된다.
기후 온난화로 인해 더 많은 작물을 시설로 유도하고, 더 시원한 재배 지역을 찾아 원정 재배를 해야 했던 농가의 어려움을 저온성 필름 개발로 일정 부분 해소할 기회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비싼 에너지를 이용해 시설재배에서만 활용할 수 있었던 온도환경조절 기술을 경제적인 수준에서 노지 포장에서도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노지 스마트팜은 그동안 온도조절 기능이 빠진 양수분관리 자동화와 거의 같은 개념으로 인식됐으나 앞으로 저온성 필름과 다양한 ICT 기술과의 융복합을 통해 더 적극적인 노지 환경조절 기술로 발전해 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
주요 연구개발 성과는 [산업재산권] 농업용 다공성 합지 멀칭 필름 및 이의 제조방법 등 3건(국내, 해외), [기술이전] 고온경감 효과가 우수한 농업용 다공성 합지필름 등 기술이전 총 2건, [현장평가회, 현장실증, 기술지원] 저온성 필름 활용 농작물 고온피해 경감 현장평가회 등 13건, [영농기술] 저온성 필름을 이용한 일천궁 고온경감 재배기술, [TV홍보] 약용작물 고온 피해 막는 ‘저온성 필름’ 개발(2022), [해외 박람회] AgraMe 국제농업박람회 전시(2022.10. UAE 두바이), [수상] 정부업무평가 근정포장 수상(2023.5.24.)–저온성 필름 개발 공로 인정.
김용일 농업연구사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은 배추 파동, 특용작물 수급 문제 등 우리 국민의 먹거리 공급과 기업의 건강기능식품 제품 생산 등에 막대한 차질을 주고 있다.”면서 “이번 저온성 필름 개발로 기후 온난화로 인한 여름철 고온기에도 안정적인 작물생산이 가능하게 돼 농가소득 증대는 물론, 중동ㆍ유럽 지역으로의 농자재 수출, 세계 식량 안정생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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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2-0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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