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2월 02일 14시23분
[아침발걸음]달그락 모금은 변화를 위한 환대의 과정
청소년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일구자는 뜻으로 몇 명이 모여서 만들어 낸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이 10년이 되었다. 현재 200여 명 내외 자치 기구에 참여하는 청소년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후원자, 청소년활동을 지원하며 각자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위원회, 자원활동가, 연구회, 대학에 지원동아리, 청년 활동 조직까지 천여 명이 넘는 공동체가 되었다. 매년 활동과 조직이 커지는 모습을 보았다. 밖에서 달그락을 볼 때 기적 같은 일이라고 여기는데 기적이 반복되니 내부에서는 대부분의 활동이 일상이 되어 갔다. 특히 재정적인 부분에서 두드러졌다. 운영비는 모두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이루어진다. 언제나 부족한 재정이지만 사람들은 계속해서 늘어났고, 사업 또한 증가했다.
현장 활동하면서 후원자를 모집하며 반복해서 안내하는 말이 있다. 비전이다. 청소년이 참여하는 시민이 함께하며 자치하는 공동체를 설명한다. 청소년이 자기 삶에 참여하고 생명과 공생하는 자치를 이루는 일, 그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세대가 허물없이 함께하며 삶을 나누는 공동체를 이룬다. 이미 그 비전은 10년 전부터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에 시민들은 또 다른 사람들을 초대한다. 환대하며 공동체의 뜻을 나누며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려고 한다. 그 과정이 즐겁고 의미 있어서다.
나는 당사자의 변화를 중심으로 사회구조를 바꾸는 기부문화가 확대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상하리만큼 당사자의 긍정적 변화와 사회를 구조적으로 바꾸는 활동에 대한 모금은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대상이 불쌍하고 비참해야 후원한다. 금방 죽을 것 같은 아동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깔창 생리대 등 청소년의 극단적인 빈곤 사례를 보여주면서 모금하는 이들이 있다. ‘빈곤포로노’다. 이런 기부는 지속적인 사회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다. 가난을 자극적으로 연출하고 가난한 사람의 모습을 소품처럼 사용한다. 자극적인 편집으로 사람의 아픔과 부족함, 나약함만을 극대화해서 감정을 유도한다. 당사자인 어린이와 청소년을 불쌍하고 부족하고 도움 주어야 하는 문제 대상으로 만들어 낸다. 우리 사회 청소년문제의 바탕은 거기에 있다. 문제 관점의 청소년관이 나는 이 사회의 청소년 진로와 교육의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키는 원흉이라고 여긴다. 정치사회 참여도 가로막는다. 역동적이고 창의적이며 주체적인 그들의 문화를 깡그리 무시하고 사회 담론을 문제와 미성숙이라는 틀에 가두어 버린다.
12월 초에 달그락 10주년 행사를 준비 중이다. ‘비전·후원이사회’에서 세부 일정 최종 점검하고 몇 가지 사안을 논의했다. 행사를 위해 목적했던 예산도 주중이면 모두 모일 것이다. 언제나 그랬다. 목적한 만큼의 사업비는 예상한 수준만큼 모아졌고 활동은 추진되었다. 함께 하는 이들의 선한 마음 때문이다. 이들이 모여서 만들어 내는 공동체적 역동이 좋다. 그 공간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기를 원한다. 마을에서 따뜻하고 행복한 ‘정’이 흐르는 관계를 누리기를 원하기에 주변 사람들을 초대하며 환대한다. 환대는 ‘반갑게 맞아 정성껏 후하게 대접함’을 뜻한다. 영어의 어원은 오스페스(hospes)라는 라틴어다. 여기에 손님이라는 뜻도 있는가 하면, 주인(host), 안주인(hostess) 등의 뜻도 있다. 환대의 주체는 주인만이 아니고 손님도 해당 된다. 달그락 공동체에 이미 참여한 분들이 주인이기도 하고, 처음 참가하는 분들 또한 손님이지만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지역에 ‘달그락’이라는 신기한 공동체에 주인으로서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그 안에서 시민으로서 청소년은 더욱더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다.
/정건희(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4-12-03 9면
http://sjbnews.com/8346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