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음식이 건네는 밀어(密語) “치유”
겨울이 성큼 다가와 가을의 정취가 그리워지는 12월! 어머니가 곱게 빚어 담백하게 끓여 주시던 만둣국과 고소한 녹두 빈대떡이 생각나서 맛집을 찾아 나서니 고창 바다가 선물해 준 시원한 물메기탕이, 그리운 어머니의 손맛을 대신하여 시린 가슴을 다독여 주었다. 음식은 사람이 먹고 마시는 것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서양 의학의 시조이자 의사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술로도 고치지 못한다.”라고, 말하며 “음식이 곧 약이 되게 하라”는 명언을 남겼고, 자신이 숱한 질환을 겪으며 의학에 깊은 조예를 가졌던 조선의 7대 왕 세조는 직접 쓴 “의약론”에서 음식으로 병을 다스리는 의사 즉 식의(食醫)를 의사 중 으뜸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1460년(세조 6년) 세조의 명에 따라 어의 전순의가 편찬한 한국 최고의 식이요법서인 “식료찬요”에는 병을 고치는 데는 음식이 으뜸이고, 그 다음이 약이다“ 라고 하여 음식으로 질환을 치료하는 식치의 중요성을 이처럼 ”식즉약“ 즉 음식이 곧 약이라는 사상과 ”음식과 약은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의 철학에 담아서 예로부터 동서양 의학의 공통된 기반으로 다져 왔다. 오래전 필자가 공직 생활 중 작은 교회의 목사님 한 분이 이웃에 사시는 몹시 마르고 핼쑥한 노인 한 분을 모시고 오셔서 끼니를 라면과 막걸리로 때우시니 걱정이 많이 되어 도움을 요청하러 온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얼마 살지 못할 것 같은 그분의 모습에서 어떤 것을 도와주어야 되는 지 막막했다. 방문해 보니 정말 방안에 석유풍로 위에 라면을 끓여서 막걸리와 드시고 계신 참혹한 상황에서 어렵고 힘든 사람을 대상으로 도시락배달을 해주는 봉사단체에 문을 두드려 매일 도시락을 배달해 주게 되었고, 보건소 영양제 등의 긴급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경험이 있다. 규칙적으로 배달되는 도시락과 영양제 등을 먹고 복용한 후 몰라보게 건강이 호전되어 감사 인사를 하러 오신 가난한 무명화가로부터 “음식이 사람을 살렸다”는 치유 능력과 감동. 뿌듯함이 평생 나를 미소짓게 한다. 또한 친정어머니가 아프고 지쳐 쓰러져 누워 계실 때 어머님의 머리 위에 살포시 놓고 간 박카스와 우루사 한 알 때문에 용기와 위로를 받아 회복되시면서 음식이 건네는 최고의 비밀스러운 선물인 “치유”라는 탁월한 능력을 필자는 경험하게 되었다. 치유는 신체와 정신 또는 영혼을 회복하는 것을 말하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안도감이 찾아올 때 “치유된다” 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필자 역시 다양한 질병과 싸우면서 음식이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어 음식을 올바르게 섭취하는 방법을 배우고자 약초 자격증을 취득하고 사찰 요리 명인과 대체의학연구소 연구진들이 제안한 자연식을 섭취하며 나 자신을 지금까지 모니터링 하고 있으며, 대장금이라는 드라마에서 방영된 음식의 치유법 아카이빙 작업과, 10여 년 전국 맛집 투어를 통해 시식, 요리.분석을 통해 체득한 것은 “음식이 가장 으뜸의 약이다”라는 동일한 결론을 체험했기에 고창군 전지역 생물권보전지역과 세계지질공원으로 유네스코가 인정한 다양한 미네랄과 게르마늄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탁월한 치유 능력이 있는 고창 황토의 농.임.수,축산물을 활용한 지오푸드를 직접 만드는 체험교육에 집중하고 있다고 하겠다. 국립 고창의 숲에서 진행되는 방문객과 초등학생들과의 지오푸드 체험프로그램인 퇴적암샌드위치, 돌 주먹밥, 암석 수프, 습곡김밥, 지층 카나페 만들기 체험은 생각지도 못한 커다란 만족도와 호응에 음식에 대한 중요성과 안전한 먹거리에 더욱 힘쓰라는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오늘도 우리 식탁에는 어떤 치유의 음식이 차려질지..........?
/안승현(지속가능발전연구소 소장)
지면 : 2024-12-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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