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2월 04일 15시57분
[온누리]농부를 위한 농부의 이야기
10년 전, 공무원 생활을 끝내며 감초를 재배하겠다고 했을 때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게 아니다.”라는 아버지의 엄포는 하루도 잊은 적이 없다. 정말이지 ‘농업’은 아무나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하루하루 실감했다. 쉬운 일 같다고 허리를 펴면 어느새 비바람이 몰아쳐 궁지에 몰린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농부로 살며 농사짓기’를 선택한 내 결정에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케어팜과 함께 10년, 강산이 변했고, 농업이 변했고, 대한민국 감초 산업이 변했다. 그리고 나는 농부의 삶으로 전환하며 신념으로 삼은 ‘농식화약동원(農食化藥同原), 농산물, 식품, 화장품, 의약품의 근원은 같다.’를 증명해 냈다. 땅에서 난 농작물 감초의 쓰임이 그러했는데 감초를 끓이면 감초차가 되고, 커피, 간장이나 식혜, 과자에 함유되어 식품, 클렌징오일이나 마사지팩, 비누에 쓰이면서 화장품, 이미 약방의 감초라 익히 알고 있으니 감초는 한약재 그 자체다. 더불어 초보 농부는 성장했고 부자농부가 되어 언론에서도 집중 받는 사람이 되었다. 오로지 ‘감초’ 하나의 작물로 이룬 성과다.
장담컨대 농업은 미래 산업이다. 그러기에 많은 청년후계자와 귀농을 선택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러 기관에서 교육도 이루어지고 현장 방문도 언제든 가능하도록 지정해 두었다. 하지만 참여자들은 입을 모아 교육이 기대보다 단편적이고 한정되어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인생을 걸고 뛰어들 ‘농업’이 더 막연해져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농부가 되겠다고 찾아오는 청년 그리고 귀농.귀촌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농부를 위한 농부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지난 10년, 결코 탄탄대로만 걸었던 건 아니다. 긴 터널을 지나왔다. 당시에는 캄캄한 동굴이라 돌아가는 길 외에는 다른 수가 없다고 믿었는데 지나오니 밝은 빛이 기다리는 터널이었다. 혹시 ‘농업’과 ‘농민’의 길에서 지치고, 힘들고,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면 당신 역시 터널을 지나고 있음을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꿋꿋하게 가던 걸음을 멈추지 말라. 분명 터널의 끝은 있다. ‘당신 참 잘하고 있어!’라고 건네는 큰 위로를 해 주고 싶다. /김태준(농업회사법인 케어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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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2-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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