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2월 04일 15시58분
[이흥재]자연스러운가?
논어에서는 자연현상을 관찰해 삶의 원리로 연결시키고 있다. 자연을 구성하는 기본인 물, 산, 바람을 예로 들어 이들처럼 살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저절로 흐르는 물에서 ‘흘러감’의 지혜를 찾고, 산의 고요함에서 ‘어진 모습’을 배운다. 자연의 속성이 곧 바람직한 우리 삶의 태도이어야 함을 깨우치도록 가르친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움직이고, 어진 사람은 고요하다. 지혜로운 사람은 즐겁고, 어진 사람은 오래 산다."(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仁者靜. 知者樂，仁者壽. 논어, 옹야 21). 자기를 스스로 움직여 즐거움을 찾는 지자의 삶. 자기를 고요한 상태로 머물게 하며 산처럼 살아가는 인자의 삶. 눈 뜨면 보이는 자연에서 배우도록 가까운 곳에 있는 물과 산을 예로 들며 가르쳤다.
또한,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의 모습에 비유해서 시간의 유한성과 인생이 걸어갈 길을 깨닫게 한다.
"흘러가는 것이 이와 같으니, 밤낮으로 멈추지 않는다."(逝者如斯夫，不舍晝夜. 논어, 자한 16)
이 가르침에서는 순간이라고 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가르친다. 도덕적인 행동을 꾸준히 실천해야 하는 지속성도 강조했다. 흐르는 물, 자연의 순환을 들어 ‘거스르지 않는 삶’을 가르친 것이다. 오늘날 ‘지속가능한 발전’(SDGs)이네 ESG네 하는 것들이 바탕에 깔고 있는 강조점들이 바로 이것이다.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고, 자연의 순환을 파괴하지 말고, 인간이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관리하지 않아도 물 흐르듯이 된다. 그렇게 관리해야 한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공자는 나무와 인간의 상징적 관계를 언급하며 가르침을 주기도 한다.
"나무는 고요히 하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않고, 자식은 부모를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가 기다려주지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子欲養而親不待. 공자 한시외전 9).
나무와 바람이라고 하는 평범한 자연 현상에서 효의 중요성을 가르친다. 시간이 지나면 할 수 없는 일들이 있음을 제자들에게 깨닫게 한다. 공자는 자연을 단순히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처럼 삶에 연결하여 교육적으로 활용했다.
심지어 길을 걸어가면서도 서로 배움을 찾는 상호작용을 가르친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그 선한 점은 본받고, 그 선하지 않은 점은 고친다."(三人行，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其不善者而改之. 논어 술이)
물론 이러한 자연환경 들은 생활 가까이에서 쉽게 보고 알아들을 수 있는 설명을 하려고 예를 들어 보인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이 자연 속에서 더불어 상호작용을 하며 관찰하면서 배움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환경교육 자료다. 논어는 환경 문제와 관련해서 현대적인 교훈을 직접 다루지는 않았지만, 그 가르침 속에는 자연을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는 삶의 원칙을 심어두었다. 이는 오늘날 자연보호와 친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철학적 기반이 될 수 있다.
공자의 가르침은 자연에 대한 존중과 겸손, 절제를 통해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강조한다. 자연의 순환을 유지하고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원을 사용해야 한다는 큰 가르침이다. 소비만능의 시대에 절제된 소비를 가르친 것들도 오늘날에 과도한 소비를 줄이고 검소한 생활을 통해 자원 낭비를 방지하자는 지속가능한 발전 교육에 다름없다. 자연을 존중하고 그 속에서 자연을 단순히 이용 대상이 아니라 배움과 영감의 원천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각종 기술발달로 조화로운 삶과 균형이 파괴되고 있다.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 자연과 공존하는 사고방식을 깨우치는데 써야한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윤리적 기초와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고전적 지혜를 논어에서 깊이 새겨야한다.
/이흥재(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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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12-0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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